[데스크 칼럼] 송광섭 사회부장 "열정보다 나은 스펙은 없다"

입력 2012-11-19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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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채용을 하는 것 같지만 실제는 자른 수 만큼만 채용을 하고 있습니다." 한 대기업 임원이 들려준 말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채용을 하는 것 같지만 실질적으로는 인원 현상유지에 그치고 있다는 말을 듣고 씁쓸함을 금치 못했다. 이유인즉슨 이렇다.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고, 세계경제 동반침체라는 대형 악재를 이겨낼 재주가 없기에 신규인력 채용은 언감생심과 같다는 얘기다. 그는 신규 시설투자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을 이었다.

취업난이 얼마나 심각한지는 이미 식상할 정도로 잘 알려져 있다. 아무리 스펙이 좋아도 명함을 들이댈만한 곳이 없다. 명문대학은 물론 외국 대학 졸업자들도 낙방하기 일쑤다. 올 상반기 국내 상장사 대졸 신입사원 경쟁률이 평균 65대1이었다고 하니.

일 하지도, 일자리를 구하지도 않은 20대 ‘청년 백수’ 비율이 거의 25년 만에 최고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침체의 여파가 고용 취약층인 청년층을 강타하고 있는 것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9월 20대 연령층의 비(非)경제활동인구 비율은 작년 같은 달보다 0.7%포인트나 오른 38.4%였다. 경제활동인구 조사를 구직기간 4주 기준으로 한 1999년 6월 이후 가장 높았다.

구직기간 1주 기준으로는 38.7%로 1988년 2월(38.7%) 이후 24년 7개월 만에 최고치였다. 사실상 실업자로 분류되는 취업애로계층이 2009년 연평균 182만명에서 2010년 1월 224만명까지 치솟은뒤 그해 5월 180만명까지 떨어졌다.

불황에다 대선이라는 변수까지 겹치면서 ‘고용 빙하기’가 도래하고 있는 형국이다.

정부가 고졸채용에 적극 나서겠다고 하지만 립싱크 수준이다. 12개 정부 기관에서 고졸자 621명 채용계획을 수립해 추진중이지만 지난 6월말 현재 실적이 52명으로 8.4%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신선한 피가 공급되지 못하면서 한국경제가 늙어가고 있다. 한국경제의 일자리 창출력 저하, 청년층의 학력 인플레이션, 기업의 경력직 선호 추세 등 20대 고용시장의 구조적인 문제가 여전한 가운데 경기요인까지 가세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들만을 탓할 일이 아니다. 다른 때 같으면 내년도 사업계획 짜기에 분주한 시기지만 대부분 기업들은 아직 경영계획 조차 잡지 못한 상황이다. 당연히 채용 건은 논의조차되지 못하고 있다.

대선후보들도 솔깃한 채용정책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들여다보면 알멩이가 없고,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지 의구심이 들 정도다.

한마디로 안따까울 따름이다. 기성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요즘 젊은이들을 볼 때 할말이 없다. 실상 지금의 기성세대들은 이들과 같은 취업전쟁을 치르지는 않았다. 당시 해외배낭 여행이나 토플 일정 점수 이상이면 가산점을 받기도 했기 때문이다. 일부 인기과의 경우 골라서 취업을 할 수 있었다.

얼마전 삼성생명 박근희 사장이 모교인 청주대에서 후배들을 상대로 강연을 한 적이 있다. 그가 강조한 말은 이렇다. “스펙보다는 스스로 무엇인가를 이루어 낼 수 있는 능력을 기르세요”

박 사장은 실업고(청주상고)와 지방대(청주대)라는 한계를 극복하고 2010년 삼성그룹 최대 금융계열사인 삼성생명의 사장의 자리에 오른 사람이다.

박 사장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강의를 듣는 학생들의 마음은 편치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스펙 보다는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에서 최고가 되기 위해 노력하라는 말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 같다.

아무리 기업들이 어려워도 그 분야 최고라고 인정되는 사람은 뽑는다. 지금보다 더 열악한 취업환경이 연출될 수도 있다. 내년 경기가 더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일을 저지르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그 누구보다 열정이 강하고 창의력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열정이 있는 사람은 꾸준히 노력을 한다. 누가 뭐라고 해도 그 분야에만 집중을 한다. 머리와 스펙은 뜨거운 관심과 의욕, 열정, 꿈을 이기지 못한다. 자연이 만든 환경은 모르지만, 인간이 만든 환경은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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