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강혁 부국장 겸 산업부장 "대기업의 自省 의지를 믿어보자 "

입력 2012-11-0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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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갈 길을 잃어버렸다. 정치권에서 쏟아내는 상충되고 이율배반적인 요구에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 한편에선 경제민주화를 다른 한편에선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요구하자 어느 장단에 춤을 출지 몰라 헷갈려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게 순환출자해소 요구다. 총수가 지배권을 유지하면서 순환출자를 해소하려면 정몽구 회장은 6조원, 이건희 회장은 1조원이 필요하다. 순환출자 구조를 갖고 있는 재벌 15곳 모두가 이를 해소하는 데는 무려 10조원 이상의 실탄이 필요하다.

문제는 돈이다. 정치권에서 당장 순환출자를 해소하라며 으름장을 놓는 상황에서 투자를 생각한다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 한가한 일 일 수 있다. 실제 몇몇 대기업은 투자는커녕 기회만 있으면 자사주를 사들이고 있다. 경영권 방어를 위해 미리 미리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투자가 이뤄지지 않으면 일자리 창출도 어렵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기업이 연구·개발 투자를 1조원 줄이면 1만 6000개의 일자리가 줄어든다. 결국 경제민주화가 일자리를 빼앗는 역설적인 상황을 맞게 되는 것이다.

물론 순환출자 해소가 경제민주화의 전부는 아니다. 경제민주화 정책 중에서는 기업의 경쟁력을 중장기적으로 증대시키는 것도 있다.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를 막고, 중소기업에 대한 단가는 부당하게 낮추는 것 등은 시급히 개선해야 할 사안이다.

문제는 정치권에서 확실한 시그널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심지어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재벌해체’ 까지 주장하기도 한다.

그런 가운데 대선후보들은 경제민주화에 대해 수위조절에 나섰다. 그렇다고 방향성이 뚜렷하게 제시된 것은 아니다. 여전히 애매모호한 화법으로 대기업에 부담을 주고 있다.

박근혜 후보는 8일 경제5단체장과의 회동에서 “경제민주화가 특정대기업을 때리거나 편가르기를 하자는 것은 결코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후 비공개 회의에서 “의결권 제한 등 순환출자 고리를 끊기 위해 대규모 비용이 들어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 한다” 고 밝혔다. 이 발언을 굳이 비공개로 한 것은 그만큼 정치권 셈법이 복잡하다는 방증이다.

안철수 후보는 같은 날 오전 전경련 회장단과 만나 “전경련에서 정치권의 안(案)에 대해 반대의사만 표하기보다는 스스로 개혁안을 내놔야 할 때” 라며 우회적으로 압박했다. 두 후보들의 발언 내용만을 놓고 봤을 땐 대기업을 달래고, 어르고 한 것이다.

경제가 어려운 것은 현실이다. 그리고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데 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 또한 현실이다. 그러면 답은 나와 있다. 기업이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한다. ‘재벌 때리기’ 라는 거친 표현을 들으면서까지 표(票)를 구걸하는 건 경제를 살리는 데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외람된 얘기일수도 있지만 대기업을 한번 믿어보자. 김영호 전 유한대 총장은 “지금은 흥부자본주의 시대” 라고 규정했다. 그는 “기업 경영자들 사이에 그동안 생존이 먼저라는 생각이 팽배해 있었지만 이제는 시대적 흐름인 사회책임에 눈을 돌리지 않으면 낙오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고 말했다.

예전처럼 돈 버는 것에만 관심을 기울이는 회사는 시장에서 퇴출될 수밖에 없고 주주는 물론 노동자와 소비자를 만족시키는 기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얘기다. 시대흐름에 역행하는 기업은 심판받을 수밖에 없는 시대가 도래 한 것이다.

경제민주화가 용어정의부터 세부적인 내용까지 여러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지만 어쨌든 대기업은 이 시대가 무엇을 요구하고 있고 앞으로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 그리고 중요한 건 대기업도 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꼭 과거를 단죄해야 미래가 열리는 것은 아니다. 역사가 그렇 듯 대기업도 외부 환경에 반응하면서 한 걸음 한 걸음 변하고, 발전해 나가는 살아있는 집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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