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슈바이처’ 같은 의사가 되고 싶어했다”

입력 2012-10-12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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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남편의 죽음이 믿기지 않습니다. 연애시기에 막연히 아프리카에 가자고 말할 정도로 그는 슈바이처 같은 의사가 되고 싶어했습니다.”

살아서는 멀리 아프리카로, 또 병든 노인을 찾아 봉사하다가 숨을 거두면서 자신의 인체조직을 기증해 많은 이들의 가슴을 울린 외과의사 고 박준철씨. 지난해 10월 갑작스런 심근경색으로 숨을 거둔 박 씨는 전문의 최초로 자신의 인체조직을 기증해 150명의 환자에게 새로운 삶을 주었다.

그의 부인 송미경씨<사진>는 남편의 1주기에 지인들로부터 ‘천사의사’로 불렸던 남편을 속이 깊고 한결 같은 사람이었다고 회고했다.

대학 미팅으로 만난 남편과 친구처럼 5년 열애 끝에 결혼한 송씨는 지난해 5월이 결혼 20주년이었다. 하지만 20년이란 시간이 너무 짧게 느껴질 정도로 부부금슬이 좋았다고 말했다.

“남편은 속이 깊고 한결같은 사람이었습니다. 말수가 적었지만 마음은 참 따뜻했죠. 가난해도 사랑하는 사람과 살아야 한다는 철학을 가진 남편은 환자 한분 한분도 가족처럼 대했습니다.”

김포하나성심병원에서 외과 전문의로 재직했던 박준철씨는 세상을 떠나면서 자신의 육신을 아낌없이 기증했다. 그의 동료 의사들은 하나같이 그를 ‘헌신적이고 인간적인 의사’라고 말할 정도로 봉사와 나눔을 몸소 실천한 ‘우리 시대의 참의사’ 였다.

인체조직은 장기 등에 속하지 않는 피부, 뼈, 심장판막, 혈관, 연골, 인대, 건, 근막, 양막 등을 말하며 장기기증과는 달리 시신이 크게 훼손되기 때문에 우리의 관습상 인식이 미비하며 인체조직 기증자 수는 2009년 기준 인구 100만명당 3명에 불과하다.

송 씨는 늘 우리가 죽으면 육신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했던 남편의 뜻을 대신 실천해주고 싶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이 세상에 잠시 왔다가는 나그네 같은 삶을 살고자 한 남편의 뜻을 실천해 주고 싶었다”면서 “나 역시 인체조직기증 희망에 서약했고 큰 딸도 희망서약을 하고 싶다고 한다. 어차피 흙으로 돌아갈 육신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쓰인다면 이보다 더 큰 선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 아이의 엄마인 그는 아직도 남편의 죽음이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평소 혈압이 조금 높았을 뿐 감기 한번 잘 안걸리는 건강한 체질이었다는 것.

송 씨는 지난해 12월 경 출판사로부터 회고록 발간 제의를 받았고 혹시 남편의 깊은 뜻이 자랑거리처럼 들리지 않을까 염려했다. 하지만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남편의 뜻이 공감이 돼 실천 계기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결정을 내리게 된 것이다.

이어 그는 “1년전 매우 힘들었지만 지금은 엄마로서 강한 모습을 보여주고자 노력하고 있다”면서 “아이들과 나 역시 이 세상에 남편이 없다는 생각은 들지 않고 지금 아프리카에서 봉사하고 있는 것만 같다”고 담담히 말했다.

그의 저서 ‘천사의사 박준철’은 15일 출간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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