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빠진 독 햇살론, 세금으로 메우나?

입력 2012-08-06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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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보증비율 85%→95%로 확대…"가계부채 세금으로 도덕적 해이만 키워"

▲현 정부가 서민금융 활성화를 위해 햇살론 등 정책대출을 야심차게 내놓았지만 상호금융이 적극 참여하지 않자 6일부터 햇살론의 보증비율을 85%에서 95%로 올렸다. 사진은 지난 2010년 7월26일 서민전용대출 햇살론 1호 대출자 상담 모습.(사진=뉴시스)
햇살론의 보증비율이 85%에서 95%로 올라감에 따라 금융당국의 공적자금 남발 논란과 동시에 이기적인 상호금융권 달래기라는 시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서민금융의 활성화란 취지로 현 MB 정부가 야심 차게 내놓은 정책대출이지만 상호금융권의 등쌀에 결국 국민 세금 남용이라는 비난이 잇따르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6일부터 햇살론 연체율이 높아지는 가운데 햇살론의 보증비율을 85%에서 95%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19일 발표한 ‘가계부채 동향 및 서민금융지원 강화방안’에 따른 것으로 햇살론의 보증비율은 10%포인트 높아지고, 금리는 2%포인트가량 낮아진다.

이에 따라 금리는 기존 10~13%에서 8~11% 수준으로 조정됐다. 즉 위험이 큰 햇살론의 문턱을 낮추고 보증을 확대함으로 햇살론의 판매실적을 높이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국민들의 세금으로 상호금융권의 위험을 100% 가까이 보증한다는 것에 대한 시선은 곱지 않다. 상호금융권이 공적자금 위험관리에는 소홀히 하는 등 방만 경영을 키우고 이자율로 상호금융권의 배만 불린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상호금융권은 햇살론 보증을 높여달라는 자신들의 의견을 관철하려고 일부러 판매에도 소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지난달 24일 여의도 의원회관에서 열린 ‘서민금융활성화’ 공개토론회에서 신진창 금융위 서민금융과장은 올 들어 햇살론 실적이 저조했다며 햇살론 실적의 저조 배경에 85%라는 보증비율로 현장에서 햇살론 판매에 소극적이라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는 “현장에서 상호금융권 관계자들에게 보증비율을 85%로 상품 판매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없다는 얘기를 들었다. 비율을 높여달라는 얘기를 들었다”며 “이를 고려해 보증비율을 95%로 높였다”고 말했다.

정부가 상호금융권 달래기로 결국 보증비율을 높인 것으로 밖에 설명이 안 되는 대목이다.

이 부분을 증명이라도 하듯 햇살론 판매실적은 올해 들어 지지부진하다. 서민금융정책인 햇살론의 올해 상반기 취급 실적은 지난해 4835억원의 절반인 2417억원에도 크게 못 미치는 1826억원에 그쳤다. 햇살론이 출시된 2010년 실적과 비교하면 7분의 1로 축소됐다. 햇살론이 출시된 그해 7월 이후 하반기에만 1조3859억원의 실적을 달성했다.

이러한 가운데 햇살론 연체율은 급격히 불어나고 있다.

햇살론 평균 연체율은 지난해 12월 6.5%에서 지난 6월말 8%로 껑충 뛰어올랐다. 연체율은 3월 기준으로 신협 6.7%, 농협 6.9%, 새마을 금고는 7% 수준이다. 햇살론이 첫 출시된 지 2년만에 10%에 육박한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책대출은 정부가 높은 보증을 해줄수록 이런 부분을 믿고 대출금을 못 받아도 그만이라는 생각을 하기 쉽다"며 "이런 가운데 무조건 보증을 늘리는 것은 금융권의 도덕적 해이만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상호금융권 관계자는 “햇살론 거치기간 1년이 끝나고 상환시기를 맞으며 고객들의 연체가 전보다 늘어가는 추세”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대출 규제책을 내놓고 그 대안으로 햇살론을 제시했지만, 이것이 상호금융권의 건전성을 해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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