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신다은 “연기 잘 하는 아이, 그거면 충분해요”

배우 신다은은 스타의 삶보다 연기자의 삶을 꿈꾼다. 그녀에게 촬영 현장은 ‘직장’이고 연기는 ‘생활’이다. 스크린과 브라운관, 무대까지 연기할 수 있는 모든 곳을 종횡무진 넘나들고 있는 신다은의 실제 모습은 드라마 ‘빛과 그림자’의 ‘당찬 명희’보다 더욱 당당하고 활기찼다.

“20대 초반에는 제 이름 석 자 알리고 죽어야겠다, 이런 오기도 있었어요. 그런데 점점 이쪽 일 오래하면서 행복의 기준이 바뀐 것 같아요.” 모든 사람이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유명해지는 것보다 친구들과 편하게 만나고 혼자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소소한 행복이 더 소중하다는 것이 그녀의 설명이다. “사실 전 못 알아봐 주시는 게 편해요. 그런데 ‘내일이 오면’에 이어 ‘빛과 그림자’까지 하다보니까 어르신들이 많이 알아봐 주시더라고요. 한 번은 갑자기 덥썩 손을 잡으시면서 반갑다고 하시는 아주머니가 계셔서 ‘혹시 엄마 친구분이신가’하고 인사까지 한 적이 있었어요. 가끔 당황스러울 때도 있지만 따뜻하고 정다운 느낌이 들어서 기분 좋아요.”

‘빛과 그림자’의 명희는 작품 내내 계속 성격이 변하는 입체적인 캐릭터다. 하지만 신다은은 특별히 명희를 ‘만들기’ 위해 연구하지 않았다. “사람이라면 상황에 따라서 변하는 게 당연한 일이죠. 실제 인생에서 점점 성장하는 것처럼 연기할 때도 자연스럽게 캐릭터가 흘러가도록 했어요. 8개월이나 드라마를 했는데 아무 변화 없이 평면적인 캐릭터였다면 오히려 이상했을 거에요.”

신다은은 쉴 틈 없이 연기한다. 벌써 차기작인 영화 ‘AM 11:00(에이엠 일레븐)’ 촬영에 돌입했다. ‘AM 11:00’에서 그녀가 맡은 역할은 타임머신을 연구하는 똑똑한 카이스트 연구원이다. “명희보다 좀더 유하고 장난기 있는 캐릭터에요. 작품 고를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캐릭터인데 이번에도 재밌을 것 같아서 선택했어요.” ‘빛과 그림자’를 끝내고 겨우 일주일 만에 다시 현장에 나갔지만 힘든 줄 모른다. “쉬는 기간이 길다고 느낀 적도 있었는데 돌이켜보면 별로 안 쉬었더라고요. 데뷔 연차에 비해 작품 수도 많고 중간중간 연극이랑 뮤지컬도 하고. 제가 재밌어 하는 일을 계속 할 수 있다는 건 복 받은 거죠.”

이렇게 그녀를 계속 일하게 만드는 원동력은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연기를 안 하면 제 자신을 놓고 살아요. 그저 해맑은 신다은이었는데 연기하면서 많이 철들었어요. 고민도 해 보고 어려움도 알아가고 그랬던 것 같아요. 많은 분들이 이렇게 관심 가져주시는 게 정말 좋은 에너지가 돼요. ‘좋아요’ ‘잘 봤어요’ 이런 말들이 저를 움직이는 힘이죠.” 혹시 일을 너무 열심히 하는 것은 아닌지 염려하자 쾌활한 답변이 돌아왔다. “연애를 안 해서 그런가 봐요. 연기 말고는 딱히 몰두할 일이 없거든요.”

꾸준히 일할 수 있다는 것은 꾸준히 찾아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일했던 감독님과 다시 일할 때 보람을 느껴요. ‘아, 내가 그래도 현장에서 못하진 않았구나’하는 안도감도 들고요.”

20대 후반의 나이지만 아직 20대 초반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동안 외모’를 지닌 신다은은 ‘어려보인다’는 칭찬이 늘 좋지만은 않다. “그냥 제 나이로만 봐줬으면 해요. 물론 어려보이는 게 나이들어 보이는 것보다는 낫지만 너무 어린 역할만 캐스팅되는 건 곤란하거든요.” 작은 키에 귀여운 외모, 한 번 들으면 잊혀지지 않는 목소리는 분명 연기자로서 한계가 될 수 있는 부분이다. “저에게 확실한 캐릭터가 있다는 건 장점이자 단점이 될 수 있겠죠. 어떻게 보면 계속 일을 할 수 있었던 것도 외모적인 특징이 있으니까 가능하지 않았을까요? 물론 제가 넘어야 할 벽일 수도 있지만요. 목소리만 듣고 알아보시는 분들도 있으니까 좋은 거라고 생각해요.”

신다은은 과연 어떤 모습으로 대중에게 기억되고 싶을까. “연기 잘 하는 아이, 그렇게 기억해 주시면 정말 감사할 것 같아요. 전 아직 배우는 과정이에요. 연기는 답이 없다는 말이 정말 정답인 것 같아요. 어떤 상황이 오든지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 계속 훈련해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