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철규의 과천담론]외상값 갚고 세종시로 가세요

입력 2012-07-20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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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철규 경제팀장

작년 12월 충청북도 도청 공무원들이 자주 드나들던 청주 시내 한 음식점 사장은 ‘도청 공무원 절대 사절…안받습니다’라는 문구를 식당 앞에 내걸었다.

햇수로 4년 동안 도청 앞에서 음식점을 했다는 이 집 사장은 일부 공무원들이 외상값을 갚지 않아 빚을 진 채 식당 문을 닫았다고 하소연했다. 1억원 이상의 외상값 때문에 자금 회전이 안된 것이 이유였다.

과천정부청사 주변에도 최근 외상값 현수막이 내걸렸다. 3억원 외상값 그대로 두고 가면 과천 주변 음식점은 다 망할 것이라는 내용이 버젓이 걸려있었다. 무슨 이유에선지 이 현수막은 걸린 지 몇일 만에 철거됐지만 세종시 이전을 앞두고 식당 주인들의 고충을 이해할 수 있었다.

매년 언론지상에 단골메뉴로 기사화되는 ‘공무원 외상값’ 문제가 얼마나 심각하길래 이럴까. 자주 가는 음식점 주인에게 물어봤다. 계산을 하는 카운터 앞에는 외상 장부가 30여개 남짓 보였다.

“아직도 외상하고 안 갚는 공무원들이 있나보죠?”라고 묻자, 그녀는 “그래도 예전에 비하면 많이 줄었어요. 세종시로 간다고 결정나면서 부터는 조금씩 갚아 나가는 부서도 생겼고…그래도 아직 남아있는 외상이 있긴 있어요”

부서 회식이 잦은 큰 식당으로 가봤다. 그곳 주인 역시 외상값이 조금 남아있다고 했다. 세종시 가기 전 다 결재해주겠다는 다짐은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그 역시 몇 번 떼였던 아픈 추억이 있던 터라 마음을 놓친 못한다고 했다.

대부분 외상은 줄었고, 받는 것도 큰 문제는 아닌 듯 했다. 최근에는 외상거래를 안하는 곳도 많이 생겼다. 식당 주인들은 외상값 보다 청사 공무원들이 빠져나간 후 그곳을 채울 다른 부처가 오기까지의 공백을 더 걱정했다. 대부분의 부처가 세종시로 이전한 후 1년 정도의 리모델링을 거쳐 청사에 새로운 부처가 오는데 그 기간 동안 과연 버틸 수 있냐는 것이었다.

현재 과천 식당의 수는 어림잡아 2700개 정도 된다. 손님 대부분이 과천청사 공무원들이다. 외상을 다는 손님도 이들이 70~80%를 차지한다. 그때그때 결재하라는 윗선(?)의 지시에 많이 줄기도 했다. A부처 B과는 외상 결재를 요구하는 식장 주인의 은근한 압박에 여건이 되는 대로 조금씩 갚아나가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도 식당주인들은 외상값을 떼일까 걱정한다. 공무원이란 신분을 믿고 외상을 줬지만 그동안 제때 받지 못한 기억이 어른거리기 때문이다. 또한 앞으로 과천에서 제대로 장사할 수 있을지 미래가 두렵다는 얘기도 들린다.

과천정부청사 부처들이 세종시로 갈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일반인들도 이사를 가기 전에는 외상을 했던 가게를 돌며 돈을 지불한다. 떠난 자리를 깨끗이 해 뒷탈이 만들지 않겠다는 의지다. 이제 2~3달 후면 과천정부청사 공무원들은 신변 정리를 해야 한다. 세종시에 분점을 내서라도 외상값을 받겠다는 뜬금없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게 외상값 갚기에 총력을 기울이길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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