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경제민주화' 해부]與, "재벌, 타도 대상 아닌 동반자"…'공정 경쟁' 최우선으로

입력 2012-07-17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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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이 말하는 경제민주화는…

▲새누리당이 16일 오전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있다. 새누리당은 최근 경제민주화 논의 과정에서 '공정경제'에 무게를 두며 재벌·대기업에 제한적 규제를 가하기로 했다.
새누리당이 말하는 경제민주화란 무엇일까. 지난 1987년 헌법 개정 당시 제119조 2항에 ‘경제민주화’ 조항을 신설한 건 박근혜 대선 경선후보 캠프의 김종인 공동선대위원장이다. 그러나 이후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다 2008년 홍준표 원내대표 시절 당내에서 처음 논란이 불거졌다.

당시 홍 원내대표는 “우리 헌법은 자유주의적 시장경제가 아니라 사회적 시장주의 논리를 천명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헌법의 경제민주화 조항을 언급하며 “시장을 전부 1대 1의 대결구도로 만들면 대기업만 살아남는 시장구조가 된다”면서 “중소기업 근로자, 힘없는 사람도 사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 정부가 개입할 수 있다는 원칙이 (헌법에) 천명돼 있다”고 밝혔다. 이 때만 해도 당에선 ‘좌파적 시각 아니냐’는 비판이 일었다.

그러나 4년이 지난 지금 새누리당에선 ‘경제민주화’라는 단어가 일반화된 지 오래다. 작년 말 김 위원장이 당 비대위원으로 합류하면서 논쟁에 불이 붙였고, 여론이 들끓자 이후 여야가 앞다퉈 경제민주화를 주장하기에 이르렀다. 이제는 시대적 화두가 됐다.

다만 새누리당은 경제민주화의 정의를 사실상 ‘재벌개혁’으로 규정한 민주통합당 등 다른 야당과는 달리 다소 보수적 시각에서 접근하고 있다.

이한구 원내대표는 그러나 “경제민주화라는 단어 자체가 불명확한 것이어서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지금 ‘경제 양극화’가 워낙에 심화된 상태이기 때문에 이를 해소하는 게 시급하다”라고 말해 경제민주화의 방점이 ‘경제 양극화 해소’에 있음을 밝혔다. 황우여 대표도 “경제 양극화를 해소하는 게 경제민주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이는 경제민주화에 대한 시대적 요구가 경제 양극화 현상에서 비롯됐다는 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들 지도부의 발언과 당내 입법 활동 등에 비추어 볼 때 새누리당이 말하는 경제민주화는 경제 양극화 해소를 위한 △공정한 기회 제공 △분배체계의 형평성 확보 △사회운영 비용의 공평한 부담 △서민 복지 강화 등으로 귀결된다. 이를 위해선 기득권 세력인 대기업 집단에 대한 규제는 불가피하다. 하지만 ‘자유시장경제’의 원칙을 존중해 재벌이나 대기업을 타도의 대상이 아닌 상생의 동반자로서 최소한의 제재를 가하겠다는 생각이다.

헌법상 경제민주화 조항의 바로 앞 조항(제119조 1항)에는 ‘대한민국의 경제 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같은 헌법정신 따라 새누리당은 최근 연찬회를 통해 헌법 제119조 1항이 시장질서의 원칙이고, 경제민주화 조항인 2항은 보완 조항으로 규정했다.

이 때문에 출자총액제한제 재도입, 순환출자금지, 지주회사 제도 강화 금산분리 강화 등 재벌개혁에 초점을 맞춰 입법 발의한 민주당과는 차별화될 수밖에 없다. 이를테면 새누리당은 시장의 ‘공정경쟁’을 최우선 가치로 하고 있는 것이다. 재벌과 대기업의 과도한 독과점과 횡포에 대해선 일정부분 제재를 가하고 중소기업을 지원해 공정한 시장의 질서를 유도하겠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 새누리당은 일감몰아주기 금지, 대형마트의 영업시간 제한 및 신규도시 진출 제한 등을 통해 중소상공인을 보호하고 신규 순환출자 금지 등을 통해 재벌이 필요 이상으로 과도한 주주권을 행사하는 데 최소한의 제한을 가할 방침이다.

원내대표 산하에 구성된 당 대선공약기획단(단장 진영 정책위의장) 소속 길정우 의원은 “야당과 달리 우리 기획단에서는 그렇게 과격하지 않은, 극단적이지 않은 그런 논의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고 전했다.

기획단은 이 같은 구상을 비롯해 부자와 대기업 위주의 비과세·감면을 축소하고 주식양도차익 과세, 금융종합소득 과세 강화 등을 통해 ‘증세’로 경제기조를 전환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결국 경제 양극화 해소를 위해선 차상위계층에 대한 지원과 복지가 확대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이를 위해 ‘좀 더 가진 자’에게 세금을 더 거두겠다는 의미다.

기획단은 이와 함께 경제민주화와 관련된 당의 정책을 홍보하기 위한 캐치프레이즈와 슬로건도 재정비 나갈 계획이다. 길 의원은 “현재 여러 의견들이 제시되고 있으며, 경제민주화를 비롯해 캐치프레이즈, 슬로건 등에 대한 국민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여의도연구소를 통해 여론조사를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획단은 여기서 논의된 내용을 내달 20일 대선후보로 확정된 후보에게 전달, 의견을 취합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경제민주화 정책을 주도하고 있는 원내대표단의 입장과는 별개로 현재 새누리당 내에선 여러 의견들이 개진되고 있다. 당내 전·현직 의원 모임인 ‘경제민주화실천모임(대표 남경필 의원)’에서는 증권분야에서만 시행중인 집단소송제도도 재벌의 담합 및 불공정 행위 전반으로 확장하는 내용을 검토 중이다. 또 재벌범죄 발생시 등기이사 자격을 제한하고 민사상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도 추진할 예정이다. 재벌 총수에 대해 배임·횡령 시 집행유예 선고를 금지토록 하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개정안은 이미 국회에 제출했다.

대선 경선후보 가운데서는 박근혜 후보를 제외한 나머지 4명의 모든 후보들이 사실상 ‘경제민주화’를 전면에 내세우는 것에 반대하고 있다. 김문수 후보는 “선거 때마다 대기업을 때리는 비겁한 정치를 그만둬야 한다”면서 “대기업을 때리는 경제민주화는 반대”라고 말했다.

김태호 후보는 “경제민주화를 양극화와 민생해결의 만병통치약이라 주장하는데 제 생각은 다르다”고 했고, 임태희 후보도 “공정이 경제민주화라는 말로 포장되고 있지만 경제민주화가 자율을 규제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안상수 후보는 오히려 ‘규제완화’를 주장하며 “중산충의 붕괴와 지방의 몰락이 심각한 현실을 해결하기 위해선 청와대와 여의도에 집중된 권력과 발전 동력을 변방으로 분산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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