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허상(虛像)

입력 2012-07-16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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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록 영창문화사 대표

골목 입구 뼈다귀 해장국집을 지날 때면
돼지의 진짜 언어가 들린다.
그 말이 생으로 새어날까 두려운 주인은
대파나 생강으로 알아듣지 못하게
구수하게 포장해 놓는다.
진정한 언어는 죽어야 나오는 것인지
마지막 보시를 하는 저 묵언 수행
살아 꿀꿀거리며 설법해도
알아듣지 못하였는데
이제 죽어하는 말들 알아들을 수가 있겠는가만
비 오는 날이면 더 크게 불러 세워
가르치는 저 성자
아궁이 나무들도 그랬다
하늘을 두루마리 삼아 쓰다 쓰다가 못다 한 말
죽어 제 몸 태워 매캐하게 써 놓는 말
영생사업장 굴뚝
울컥울컥 솟아오르던 연기도
어쩌면 죽어 이승에 대한 마지막
유언인지도 모른다.
물고기도 죽어야 비로소 비린 것처럼
눈을 감아도
귀를 닫아도 들을 수 있는 말
보이고 들리는 것은 모두 허상(虛像)의 아우성이다
참말은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향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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