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正論]첫 작품이 '방탄 국회' 국민은 분노한다

입력 2012-07-13 09:42 수정 2012-07-13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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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율 명지대 교수

새누리당 정두언 의원과 무소속 박주선 의원 두 사람 사이에는 많은 차이점이 존재한다.

정두언 의원은 행시 출신이고 박주선 의원은 사시 출신이다. 정두언 의원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를 받고 있지만 박주선 의원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 정두언 의원은 서민들의 금융이라고 불리는 저축은행으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고 박주선 의원은 사조직 및 유사기관을 설립하고 모바일경선인단을 모집하는 과정에서 경선운동방법을 위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정두언 의원은 표결에서 이겼고 박주선 의원은 졌다. 정두언 의원은 여당 소속인 반면 박주선 의원은 야당 출신 무소속 의원이다.

물론 이들 사이에는 공통점도 존재한다. 두 사람 모두 범법 행위의 혐의를 받고 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정두언 의원은 불구속 기소될 가능성이 높아졌고 박주선 의원은 감방에 가게 생겼다.

국회의원, 그들은 불과 몇 주 전까지만 해도 특권 포기를 외쳤다. 더구나 새누리당이 총선 공약으로까지 내건 것이 바로 불체포 특권의 포기였다. 차라리 말을 하지 말지, 말은 번지르르하게 하면서 스스로 자신들의 말을 백주 대낮에 뒤집은 것이다. 아마 자신들이 누구는 체포 대상이고 누구는 그렇지 않은지 결정하는 전지전능한 존재로 착각하는 것 같다. 이들이 외쳤던 특권포기는 자신들의 입맛에 따라 그때그때 특권을 스스로 해석하는 ‘편의주의적 특권포기’였다는 것이 여기서 증명된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자기들끼리는 싸움질만 하고 있다. 바로 네 탓 공방이다. 민주당은 새누리당 탓으로 돌리고 새누리당은 민주당의 고도의 전략이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새누리당의 잘못만은 아닌 것 같다. 그날 표결에는 새누리당 의원 137명과 민주통합당 의원 115명, 통합진보당 의원 11명이 투표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정두언 의원 체포 동의안 표결결과를 보면 반대가 156표, 찬성은 74표에 불과했고, 기권이 31표, 무효가 10표였다. 그러니까 새누리당 의원들이 모두 체포동의안에 찬성했다 하더라도 63표는 반대에 표를 던졌거나 아니면 기권 혹은 무효표를 던진 셈이고, 반대로 야당 의원들만 찬성했다고 가정하면 야당 의원 중 52명은 최소한 기권하거나 무효표를 던졌거나 아니면 반대했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결국 이런 결과는 여야의 ‘협동’ 없이는 불가능했다는 말이 된다.

이런 여야의 협동의 최대 수혜자는 안철수 서울대 교수라는 생각이다. 일반 국민들은 이런 정치권의 작태에 신물을 낼 것이고 그렇게 되면 장외 주자로서 아직까지 새누리당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지지율 면에서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는 안 교수에게 눈이 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반대로 박 전 위원장은 상당한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비록 이번 사태가 숫자로만 계산해도 여야의 협력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사실이 분명해도 아직까지 뚜렷이 부각된 주자가 없는 야당보다는 가장 가능성 있는 대선 주자인 박 전 위원장이 타격을 입는 것이 어떤 면에서 당연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기성 정치권을 대표해서 박 전 위원장은 온갖 흙탕물을 뒤집어쓰게 생겼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지방 방문 일정으로 박근혜 전 위원장은 표결에 불참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자신이 이끄는 정당이 총선 공약으로 내건 특권 포기의 첫 번째 시험대에 불참했다는 사실은 그 자체만으로도 비난 받기에 충분하다.

어쨌든 이상득 전 의원만 억울하게 생겼다. 아마 그는 “이럴 줄 알았으면 이번 총선에 불출마 선언하지 말고 억지로라도 출마할 걸...” 이렇게 생각할지 모른다.

그렇다. 대한민국 국회는 말을 뒤집어도 창피해 할 줄 모르는 그야말로 철면피 집단인 것 같다. 19대 국회의 첫 작품이 방탄 국회였다는 사실 덕분에 초선이든 다선이든 모든 국회의원들은 오징어처럼 국민들에게 수시로 잘근 잘근 씹힐 것이 분명하다.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이들은 정말 ‘자살 폭탄테러’를 감행한 것이 분명하다. 물론 유권자인 우리 모두의 반성도 필요하다. 불과 총선이 있었던 석달 전까지 국가와 국민이 어쩌고 떠들던 인간들의 군상에 속은 것은 우리의 잘못이기 때문이다. 분명한 점은 19대 국회의 앞날은 노랗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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