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곤의 企와 經]소비자와 '신상' 함수 관계

입력 2012-07-03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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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곤 산업부 팀장

페라리도, 람보르기니도 아니다. 그래도 행인들의 시선은 신호대기 중인 자동차에 꽂힌다. K9이다. 한달 전 1호차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출고가 시작됐지만 희소성은 여전하다.

1주일여 전 출고를 시작한 갤럭시SⅢ 사용자도 주변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다. 너도나도 한 번씩 만져보겠다는 성화에 짜증이 날 만도 하지만 오히려 희색이 만연한 얼굴이다.

불황에도 기업들의 신제품 출시는 이어진다. 기존 제품의 마케팅 강화 만으로는 소비자 욕구를 만족시키지 못한다는 판단에서다.

신제품의 매력은 사용자로 하여금 우월감을 갖게 한다. 남들이 손에 넣지 못한 것을 먼저 선점했다는 만족감이다. 애플이 신제품을 출시하는 날이면 전날 밤부터 자리를 깔고 길게 줄을 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오직 남들보다 먼저 신제품을 갖겠다는 욕구가 밤잠까지 포기하게 한다.

자동차와 휴대폰으로 대표되는 최근 신상품 출시 트렌드는 숨이 가쁘다. 구입하기도 전에 새로운 버전의 신상품이 출시되고 있다. 전통적인 마케팅 비수기로 일컬어지는 여름 휴가철이지만 이들 신상품은 대체로 성공적인 판매고를 기록한다.

물질사회에서 소비자가 상품과 서비스로 자신을 치장하는 목적은 즐거움보다는 남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해서라고 사회역사학자들은 지적한다. 남들과는 다른, 나에게는 차별성이 있음을 과시하기 위한 수단으로 희소성 높은 제품에 열광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제학자 소스타인 베블런은 1899년 그의 저서 ‘유한계급론’에서 “풍족한 사회에서는 (상품이) 소비자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확립하는 수단이 된다”고 적었다. 어떤 상품을 갖느냐, 갖지 못하느냐에 따라 사람을 바라보는 평가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물론 다른 이유도 있다. 바쁜 도시생활을 하는 현대인들은 점진적으로 자신의 삶을 개선시켜 나가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구입해 즉각적으로 자신의 주변환경을 밝게 만들 방법을 찾는다. 상품을 구매함으로서 욕구를 해소하려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필수품일 필요는 없다. 코코 샤넬의 말처럼 “명품은 필수품이 끝나는 데서 시작하는 필수품”이기 때문이다. 굳이 구입하지 않아도 되지만 자기과시, 자기만족을 위한, 또 다른 의미의 필수품이다.

기업의 마케팅은 소비자의 이 같은 욕구를 겨냥하고 있다. 기업의 광고와 브랜드는 제품과 소비자의 갈망을 연결시켜 제품의 물리적 형태가 보증할 수 있는 것 이상으로 소비자에게 가치 있게 보이게 하려 한다. 모든 광고가 지위 추구와 즐거움 추구, 혹은 두 가지 모두를 호소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때 성공한 남자를 상징했던 ‘그랜저’가 대중화되면서 그 자리를 대신하는 K9과 애플 아이폰이 누렸던 얼리어답터의 위상을 갤럭시SⅢ가 빼앗아 온 것은 대표적이다.

마케팅 전문가들은 제품을 팔아 쏠쏠한 이익을 내고 싶다면 판매하는 제품에 명목 상의 기능 외에 특수한 신호 가치를 담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사람이 상품을 평가는 것이 아니라 상품이 사람을 평가하기 때문이다.

신민에서 시민으로 진화한 인간은 이제 시민에서 소비자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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