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신사의 품격'이 편치만 않은 이유

입력 2012-07-03 10:24 수정 2012-07-28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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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의신 사회생활부장

매주 주말 오후 10시께 한 공중파 TV에서 방송되는 주말극 때문에 집에서 대한민국 40대 남성들의 처지가 여간 곤란해진 게 아니다. 비슷한 또래의 매력남이 4명이나 출연하는데다 이들의 경제력도 평균치를 훨씬 뛰어넘는다.

16살이나 젊은 여성의 맹목적인 구애를 받는가 하면 친구를 짝사랑하던 여성의 마음을 자신에게 돌릴 수 있을 정도로 모든 면에서 능력이 있는 남자들이다.

드라마 ‘신사의 품격’ 얘기다. 주말 밤 10시가 넘어서 방영하는 데도 시청률이 20%가 넘으니 대박 드라마인 셈이다.

대한민국 최고 미남으로 꼽히는 장동건과 코믹영화계의 지존 김수로, TV 드라마에 꾸준히 얼굴을 비추며 지명도를 높인 이종혁에, 1년에 한편 정도의 드라마에만 출연하는 김민종 등 4명이 공동으로 주연을 맡았다.

41살의 동갑내기에 같은 대학 동기인 4명은 모두 사회에서 크게 성공한 인물이다.

김도진(장동건 분)과 임태산(김수로 분)은 스물일곱 나이에 의기투합해 창업한 건축사무소를 대한민국 최고의 회사로 키웠다. 최윤(김민종 분)은 1시간 법률상담으로 50만원을 받는 능력 있는 변호사다.

이정록(이종혁 분)은 강남에 빌딩이 몇 채인지도 기억하지 못하는 부자 아내를 만나 낮엔 베이커리 카페, 밤엔 고급 와인바 오너로 인생을 즐긴다.

사랑에서도 방식은 다르지만 순정을 다 받치는 지고지순함을 갖췄다. 임태산은 애인 홍세라(윤세아 분)를 위해 20대가 즐겨 입는 스키니진에 후드티, 백팩도 마다하지 않는다.

김도진은 자신이 짝사랑하는 여자 서이수(김하늘 분)가 친구 임태산을 짝사랑 하는 것을 알고 마음 아파하면서도 묵묵히 옆을 지킨 끝에 서이수의 마음을 얻는 데 성공한다.

자신만을 바라보는 스물넷 처녀 임메아리를 사랑하면서도 4년 전 사별한 아내에 대한 의리 사이에 갈등하는 최윤이나 예쁜 여성에게 한눈을 팔긴 하지만 아내에 대한 사랑을 지키고자 노력(?)하는 이정록 역시 별반 다르지 않다.

드라마는 이들의 일과 사랑을 아름답고 매력적으로 화면에 담지만, 이를 보는 같은 또래 남성들의 속마음은 편치만은 않다. 여성 시청자들은 비슷하면서도 다른 네 남자와 자신의 이상형을 짜맞추기 바쁘다.

거기서 끝나면 다행이다. 드라마를 시청하다 틈틈이 던지는 한마디는 남편의 가슴에 비수를 꽂는다. 드라마와 현실의 ‘괴리’에서 오는 ‘자괴감’은 극에 달한다.

대한민국 40대의 현실은 어떤가. 몇가지 통계를 보자. 올초 현대경제연구원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40대 실질 실업률은 6.6%로 20대에서 60대까지 연령별로 따지면 가장 낮은 수치였다. 하지만 실업 증가율은 10.5%로 30대의 26.2%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통계청이 올 5월 발표한 3월 경제활동인구조사-근로형태별 부가조사 결과’를 보면 전체 비정규직 근로자는 0.7% 증가하는데 그쳤지만 40대 이상 비정규직은 40대 1.6%, 50대 3.6%, 60대 이상 6.8% 등 평균치를 크게 웃돌았다. 반면 10대 -10.7%, 20대 -1.5%, 30대 -6.3%로 오히려 줄어들었다.

지난 2월 실시한 2012년 9급 국가공무원 공채시험 응시자 현황을 보면 40대 이상 ‘고령’ 지원자가 전체의 2.8%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9급 국가 공무원 시험에서 40대 이상 지원자 비율은 2009년 1.7%를 기록한 후 매년 증가 추세다.

어떤 통계를 들이대도 현실을 다 반영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위에 나열한 것만 놓고 보면 40대의 위기라 할만하다. 현재의 40대는 베이비부머 세대(1955~63년생)과 에코부머 세대(1979~85년생) 사이에 낀 세대라는 말이 있다.

대부분의 40대는 부모로부터 풍요로운 자산을 물려받지도 못했고, 민주적 토양에서 20~30대를 보내지도 못했다. 나라에서든 기업에서든 가정에서든 중심역할을 해야 하는 연령대지만 수년째 계속되는 경제침체로 스스로도 보전하지 못하는 처지다.

그럼에도 정부나 정치권, 기업의 정책에서 40대는 열외대상인 듯하다. 무상보육, 청년실업, 퇴직자, 장애인, 여성에 대한 대책은 있어도 40대를 위한 대책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러니 퇴근 후 와인바에서 레드와인을 마시며 수다를 떨거나 여성에게 한없이 친절하기만 한 ‘신사의 품격’을 기대하는 것은 애당초 무리다. ‘40대여, 신사의 품격을 갖춰라’ ‘무대의 중심이 돼라’는 주문에 앞서 ‘걱정하지 마, 40대! 우리가 당신을 지켜 줄게’라는 위로와 격려의 한마디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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