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펀드 환매로 자산운용사들의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시장 자정을 위한 구조조정이 가시화되고 있다. 금융당국 역시 경영실태평가 자체감사 독려 등을 통해 업계 ‘새판짜기’를 유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규모 자본력과 고도의 운용력을 요구하는 ‘한국형 헤지펀드’가 업계 구조조정의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국내에서 운용업을 영위하고 있는 자산운용사 수는 82개다. 2007년 금융당국이 설립인가 조건을 완화하면서 GS, LS등 대기업들이 발을 들였고 최근에는 헤지펀드 시장을 노린 증권사, 투자자문사까지 잇달아 진입하면서 자산운용사 갯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운용업계가 ‘난립’수준으로까지 변질돼다보니 수익성은 점점 더 악화되고 있다. 글로벌 재정위기에 수탁고까지 급감하면서 운용사들의 체력은 이제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1년 회계년도 1~3분기까지(4~12월)의 운용사들의 당기순이익은 2190억원으로 전년동기(3095억원)보다 29.2%나 감소했다. 같은기간 펀드수탁고가 284조8000억원에서 277조2000억원으로 줄어 들면서 실적을 끌어내렸다.
이에 영업이익도 전년동기대비 508억원(4.1%) 감소했으며 영업비용도 인건비 등 판매관리비 상승으로 인해 100억원(1.2%) 증가했다.
특히 대형사와 중소형사간의 수익 양극화가 뚜렷했다. 미래에셋(485억원) 한국(311억원) 삼성(273억원) 신한BNP(257억원) 하나UBS(133억원) 등 상위 5개사의 흑자폭은 전체 당기순이익의 66%를 차지했다. 반면 전체 82개사 중 32개(39%)는 적자를 기록했다. 적자회사 중 12개사는 2009년도 이후에 설립된 곳이다.
◇“헤지펀드 M&A기폭제 기대”
시장 자율에만 맡기던 금융당국도 팔을 걷어부쳤다. 최근 금간원은 수탁액 1조원 이상인 회사와 내부통제가 취약한 것으로 평가된 회사 등에 대해 연 2회 이상 자체감사를 실시하도록 했다. 매월 진행되는 경영실태평가와 더불어 자체감사를 독려함으로써 부실 자산운용사를 골라내겠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올 초 금융당국이 자투리 펀드 청산에 소극적인 자산운용사들에게 신상품 출시 제한 등 패널티를 부과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같은 조치는 투자자들 무관심에 상품 출시조차 힘든 중소형 자산운용사들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 자연스럽게 업계 구조조정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은 ‘한국형 헤지펀드’가 자산운용업계 ‘새판짜기’의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김재칠 자본시장연구원 펀드연금실장은 “대형사 중심으로 헤지펀드 운용을 통해 상품 패키지 운용능력이 급격히 좋아질 가능성 크다”며 “이는 결국 투자은행이나 헤지펀드를 영위하는 곳과 하지 않는 곳의 차별화를 심화시켜 업계의 건전한 구조개편을 이끌어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