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에세이]아시나요, 이젠 사라져가는 活版의 추억

입력 2012-06-15 09:16 수정 2012-06-15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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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판인쇄를 하는 동안에 몇 번이고 기계를 조여 줘야 완벽한 한 장의 결과물이 나온다.
과거로 회귀해 느림속에 아름다움을 되살린다. 경기도 파주출판단지에 가면 이런 풍광을 흐뭇한 미소로 바라볼 수 있는 곳이 있다.

이름하여 ‘활판공방’ 이다. 활판공방은 대한민국에서 유일하게 납 활자로 책을 찍어내는 인쇄소이자 출판사이다. 박물관식 고집을 갖고 있는 뜻있는 인사 몇몇이 2007년 11월 문을 열었다.

▲박물관에 전시될 법한 오래된 주조기지만 녹인 납에 활자를 새기는 모습은 정교하기 이를 데 없다.
기계식 인쇄로 빠르고 편하게 책을 찍어내는 것을 거부하고 옛날 방식 그대로를 살렸다. 납을 녹여 활자를 만들고 그 활자를 하나하나 조합하면 문장이 나오고 그것은 글로 연결된다. 마지막으로 1960년대에 제작된 골동 활판 인쇄기로 한장 한장 찍어내면 그야말로 따끈따끈한 수제책이 탄생한다.

▲납활자 주조공 정흥택(72)씨가 원고대로 활자를 뽑고 있다. 활자는 가나다 순서가 아니라 가장 많이 쓰이는 순서대로 정리돼있다.
어찌 이런 장고 끝에 퍼올린 주옥 같은 언어를 한 순간에 만들까나.

그건 작가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 했을까. 자식에 기울이는 어머니의 정성을 한땀한땀 바느질에 쏟듯이, 작가의 숨결과 혼을 낱말 하나하나에 심는다.이렇게 만들어진 책은 500년이 지나도 1000년이 지나도 끄떡없다고 하니 명품 중에 명품이 아닐 수 없다.

▲핀셋으로 하나하나 글자를 심어야 한편의 시가 완성된다.
활판공방은 2008년부터 한국현대시 100주년을 맞아 시인들이 스스로 뽑은 시들을 묶어 <활판공방 시인 100선>을 발간하고 있다. 시집은 1000권 한정판으로 첫장에 시인들이 자필로 쓴 짧은 글과 서명이 들어가며 판권 인지 옆에 에디션 번호까지 붙어 있다. 가격은 5만원으로 일반 책에 비해 비싼 편이지만 책 한 권에 담긴 정성과 의미를 생각하면 그만한 가치가 있다.

▲2008년부터 출판된 '활판공방 시인 100선' 책들이 색색의 고운 겉옷을 입고 줄지어 서있다.
한 글자 한 글자가 느리지만 깊게 한지에 스며들어 한 권의 작품이 탄생한다. 그 작품 한권 한권이 쌓여 우리의 소중한 유산으로 변한다. 철커덕 철커덕 소리를 내며 활판공방은 오늘도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책을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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