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적도의 남자' 이보영 "행동하는 용기를 배웠죠"

입력 2012-06-08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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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봄 연예가 핫 키워드는 첫사랑이었다. 영화 '건축학개론'의 노골적인 첫사랑 예찬을 비롯해 최근 드라마의 러브라인 역시 결국에 첫 정, 첫사랑과의 재회가 그려졌다. 최근 종영한 드라마 KBS '적도의 남자'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한 남자의 복수극이라는 큰 틀 안에 자리한 멜로는 첫사랑의 그것을 그대로 담았다. 어린시절 스치듯 연을 맺은 이후 서로를 품은 선우(엄태웅 분)와 지원(이보영 분)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운명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선우의 곁을 지킨 여인, 지원을 연기한 이보영을 최근 합정 한 카페에서 만났다. 드라마 종영 후 바로 발리로 화보촬영을 다녀온 참이다. 선우와의 쉽지 않은 사랑이 고됐을 법도 한 데 "행복했다"는 말로 지난 3개월을 정리했다. 의례적인 소회가 아니다. 밝은 미소와 편안한 표정에서 그의 진심이 묻어났다.

◇첫사랑의 아이콘

사실 '첫사랑의 아이콘'이라는 수식어는 미쓰에이 수지, 한가인에 앞서 이보영의 차지였다. 흰 피부, 검은 머리, 단아한 이목구비까지 지고지순한 캐릭터로 남성팬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던 그다. 이후 팜므파탈, 이혼녀 등 파격적인 시도를 강행키도 했지만, '첫사랑' 이상의 시너지 효과는 없었다.

"누구나 그렇듯이 배우마다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역할이 있어요. 저 역시 제가 편하게 보일 수 있는 캐릭터, 잘 맞는 옷이 있죠. 외모나 목소리 등 전체적인 분위기가 밝은 캐릭터보다는 조금 다운된 캐릭터에 어울리는 이미지가 된 것 같아요."

단아한 여배우 이미지는 사실 이보영의 실제 성격과는 좀 거리가 있다. 때문에 지금의 이미지는 애당초 의도한 바가 아니었다. 배우 생활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이미지다. 제 성격과 거리가 있다보니 지인들은 '손발이 오그라든다'며 손사래를 치기 일쑤란다.

흔히 말하는 '하얀 도화지'가 되어보려는 노력도 했다. 어떤 색을 입혀도 그 대로 빛을 발하는 팔색조를 바랐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그간 필모그라피를 살펴보면 다양한 캐릭터로 분했다. 때로는 끈적한 재즈보컬이 아찔한 팜므파탈부터 억척스러운 이혼녀까지 이미지 탈피를 위한 노력은 누구 못지 않았다.

"정답은 시청자에게 있어요. 시청자가 보기에 제 변신이 어색했다면 그건 못 한 거죠. 지고지순한 캐릭터만 제의를 받받다보니 변화를 하고 싶었던 떄도 있었어요. 나는 왜 매일 울어야 하나, 밝은 캐릭터도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데…그런데 지금은 좀 달라요. 잘 할 수 있는 캐릭터가 있단 것은 이미 고마운 일이잖아요. 다양한 캐릭터? 물론 좋지만, 무모한 도전은 하지 않기로 했어요."

(사진=KBS '적도의 남자' 한 장면. )
◇용감한 청순녀

지원은 돌고돌아 다시 만난 지고지순 캐릭터다. 단아한 이미지는 그대로 두고, 전에 없던 에너지를 더했다. 여타 작품 속 지고지순한 여주인공은 혼자 울며 마음을 달랬지만 지원은 이와 달랐다. 선우가 복수를 위해 사라졌을 때는 꿋꿋하게 제 삶을 지켰다. 이후 선우와의 사랑에서는 오히려 선우보다 적극적으로 임했다.

"지원은 고민보다는 행동을 하는 캐릭터였어요. 옳은 것을 머리로 아는 데서 나아가 실천하는 인물이죠. 어려운 사람을 도와 줘야 한다는 것 다들 알고는 있지만, 도와줄까 말까 고민을 하잖아요. 지원이는 안 그래요. 어려운 사람을 봤을 땐 도와주는 게 바로 그 다음 순서죠. 그런 지원의 힘이 제게도 좋은 기운을 많이 불어넣어줬어요."

'적도의 남자'에서 지원과 선우는 결국 행복한 결말을 맺었다. 굳이 트집을 잡자면 전형적인 마무리다. 특히 남자들의 복수 이야기를 다루다 보니 후반부에는 지원이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팬들의 아쉬움과 달리 이보영의 만족도는 최상이다. 화면에 비춰진 지원의 분량은 적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출연작 중 최고 참여도를 자랑했다.

"선우의 복수극이 펼쳐질 때는 지원이 등장할 필요가 없었잖아요. (후반부 분량이 적은 편이)오히려 전 좋았어요. 물론 분량 욕심은 있지만, 전혀 섭섭하지 않았어요. 지원이 후반부 분량이 줄어드는 데 대해서 이미 충분히 이해했었으니까요. 드라마 출발 전 부터 작가, 감독에게 충분한 설명을 들었고 저 역시 동의했어요. 주인공이라고 꼭 많이 보여야 할 이유 없잖아요. 병풍처럼 등장하는 것보다는 빠져있는 편이 낫죠."

이해의 기반은 대화다. 대화의 시작은 믿음이다. '적도의 남자' 연출을 맡았던 김용수 감독은 자신의 배우들을 향해 전폭적인 신뢰를 내비쳤다. '하고싶은 대로 해도 좋다'는 감독의 독려가 배우들의 연기에 날개를 달았다. 이보영은 "김 감독은 언제나 배우들과 함께 대화했다"면서 "분량의 많고 적음을 떠나서 촬영 내내 행복했다. 연기의 재미를 되찾았다"고 환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이보영의 행복은 한동안 걱정없이 이어질 예정이다. 행복했던 촬영을 마치고 당분간은 휴식을 취하며 여운을 즐길 참이다. 미국 유럽 등 해외여행, 미뤄뒀던 공연 관람, 애견 '보송이'와의 데이트 등 기분좋은 일정이 줄줄이다.

"푹 쉴 거에요. 지원에게 받았던 좋은 기운을 받아서 기분좋게 쉴 수 있을 것 같아요. 차기작은 마음에 여유를 가지고 기다리려고 해요. 지원이처럼 잘 맞을 캐릭터를 만나서 다시 찾아뵐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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