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신음하는 中企]中企 불황 현장을 가다

입력 2012-05-14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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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이 안보이는 경기 침체…‘실적 잔치’대기업과 달리 영세공장들 폐업 늘어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조사한 ‘사업체 규모별 임금총액 집계’ 따르면 5인 이상 300인 미만 중소기업 상용직 근로자 월 평균임금은 263만8000원으로 대기업 임금(417만5000원)의 63.2%에 그쳤다.

금융투자협회가 지난 3월 발표한 ‘부도율 및 회수율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자산 70억~200억원대 규모의 중소기업(3.18%) 부도율이 1000억원 초과 대기업(1.53%) 보다 높았다. 또 지난 10년간 부도율은 중소기업이 대기업의 2배에 달했다.

경기불황에도 대기업들은 지속적으로 성과를 내고 있는 반면 중소기업들은 허덕이고 있다. 특히 무너지는 중소 영세공장들의 모습은 심화되는 경기양극화 현상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70년대 후반 중공업 고도성장 시기에 조성되기 시작한 문래동 철강단지는 현재 가동률이 최대 70%까지 떨어졌다. 이처럼 불황에 소규모 영세 단지들은 처참하게 쓰러지고 있다. 이들에게는 희망이라는 단어는 먼 나라 얘기다.

▲80~90년대 철재산업의 메카였던 문래2가가 지독한 불경기의 연속으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사진은 출근했지만 일감이 없어 졸고 있는 근로자들의 일상적 풍경.
◇ 80~90년대 ‘영세 철강업체’ 메카 문래동 불황에 무너진다= “올들어 공장 가동률이 30% 수준에 불과해 몇 명 안되는 직원들이지만 임금 삭감에 구조조정까지 말이 아닙니다.”

지난 11일 오후 서울시 문래동 3가 철재단지에서 만난 한 영세 공장장의 하소연이다.

1000여 개가 넘는 영세 철강 공장이 모여 있는 이곳의 반 이상이 살실상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수많은 근로자들이 출근은 했지만 일감이 없어 삼삼오오 모여 수다를 떨고, 게임을 즐기거나, 졸고 있는 모습이 너무 익숙하다. 파리 날리는 이곳이 한 때 일감이 넘쳐 한 순간도 쉴 틈이 없던 철재산업의 메카였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한 금속업체 직원 A 씨는 “불경기가 지속되며 건설경기까지 힘드니 이곳은 대책도 없어 정말 심각하다”며 “평균 가동률이 50% 밑으로 내려가 먹고 살 길이 대출 밖에 없다는 얘기”라고 하소연했다.

30~40년 역사를 자랑하는 대한민국 철강단지 1번지 ‘문래동 철재단지’가 무너지고 있다. ‘대한민국 철재는 문래동을 통한다’는 옛말이 됐다.

70년대 후반 중공업 고도성장 시기에 조성되기 시작한 문래동 철강단지는 80년대 철재산업 수요가 급증하면서 ‘철강의 메카’로 떠올랐다.

90년대 이후 포화상태에 이르자 공장들이 하나 둘 땅값이 싼 경기 인근으로 이전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1997년 외환위기가 닥쳤고 2009년 정부가 문래동 일대를 ‘우선정비 발전구역’으로 선정하자 단지가 없어질 것이라는 불안감에 휩싸이기도 했다. 그러나 요즘 처럼 공장 폐쇄와 이전 속도가 빨랐던 적은 없었다는 게 입주자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문래 2가보다 나중에 조성된 문래 1가 철강단지 역시 예외는 아니다. 이곳의 가동률은 평균 70% 수준이다.

이곳에서만 26년 근무한 밀링 전문업체 B기계 사장(58·남)은 몸은 힘들었지만 일감이 넘쳐 신명나게 야근하던 시절이 그립다. 그는 “요즘은 몸은 편하지만 돈이 없어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지만 그나마 일할 수 있다는 자체가 다행이다”라며 “중소 제조기업들이 힘들다보니 우리 같은 3차 벤더 업체들에게 납품 단가 인하를 요구하는 악순환이 계속된다”라고 하소연했다.

다른 업체들도 대부분 가동률이 평균 3분의 1 정도 하락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아예 문을 닫거나 다른 곳으로 이전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주물 업체 C 사장은 “월세를 못 내서 떠나는 업체가 늘어나면서 빈 건물이 많아지고 있다”며 “문래동 일대는 땅값이 비싸 상대적으로 월세가 높은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올들어 약 40%가 문을 닫았고 출근한다 해도 할 일이 없어 거의 놀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한 집 건너 셔터 문이 내려져 있는 풍경이 예사롭지 않다. 지난 2008년 영등포 동별 사업체 현황에 따르면 문래1동(1, 2, 3가)의 경우 사업체 수가 2815개에 달했으나 지난 1월 기준 사업체 수는 약 1300개로 반 이상 줄었다.

게다가 월세는 비싼 반면 복지 수준은 제로에 가깝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수세식 화장실을 볼 수 없는 이곳은 5개 업체가 1개 화장실을 같이 사용하는 일은 당연한 모습이다.

지난 2009년 정부가 발표한 ‘문래동 일대 우선정비발전구역 선정’ 건도 이들 업체의 이주를 가속화하고 있다. 한 업체 공장장은 “지난해 영등포구에서 ‘정비계획 결정도’를 업체들에게 배포했다”며 “실질적으로 조성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보고 이를 대비하기 위해 미리 나간 업체들도 많아 철재단지가 무너질까 두렵다”라고 우려했다.

▲80-90년대 철재산업의 메카였던 문래동 공장단지가 지독한 불경기의 연속으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공장 가동률이 평균 30% 이상 떨어진 문래1가의 모습. 대부분 셔터문이 내려져 있다.
◇ 창신동, 장위동 등 강북 영세봉제공장도 고사 위기 =

“형편없습니다. 올 들어 가동률이 더욱 떨어져 거의 전멸입니다.”

“실질적인 가동률은 20~25% 안팎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박조양 한국피복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이 장위동, 창신동 등에 위치한 봉제공장들의 현주소를 표현한 말이다.

불황기가 지속되면서 ‘봉제’ 업종도 그 여파를 피해갈 수 없다. 70년대부터 대를 이어온 봉제 산업이 버려진 산업으로 전락하며 봉제업 경기 침체기를 겪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동대문 도매상권 위축과 함께 값싼 중국의류 수입 급증, 인건비 상승도 봉제업 붕괴에 한몫 하고 있다.

한 봉제공장 직원은 “제품 값이 동결되고 인건비는 상승되다 보니 직원들의 4대 보험을 들어줄 수 조차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고 토로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영세 봉제업체들은 업황 전망에 대해서도 비관적이다.

중소기업중앙회 조사통계팀이 조사한 5월 중소제조업 업종별 업황전망건강도지수(SBHI)에 따르면 섬유제품 SBHI는 87.7로 지난해 동기 대비 6p 하락했다. 의복,의복액세서리및모피제품은 83.6으로 전년대비 11.1p나 급감했다.

SBHI는 100이상이면 다음달 경기가 좋아질 것으로 전망한 업체가 그렇지 않을 것으로 보는 업체보다 더 많음을 나타내며 100 미만이면 그 반대를 뜻한다.

설상가상으로 이렇다 할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근로자들은 아예 다른 업종으로의 이직을 고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동네 생맥주, 통닭집을 차리거나 그것도 여의치 않으면 단기 아르바이트라도 나설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심각한 영세 공장들을 구제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구 차원의 대책을 만들고 있지만, 입주 기업들은 큰 기대를 않고 있다.

성북구청장이 지난 해 10월 장위동 의류봉제사업 밀집지역을 방문해 실태조사를 벌였고, 지난 4월에는 중구청장이 영세 봉제업체 활성화를 위한 간담회를 열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한 봉제공장 직원은 “정부 및 지자체 차원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한계가 있으며 전혀 기대도 안한다”며 “지금 상황을 극복하기에는 문제들이 너무 많다”고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최병호 한국의류산업협회장은 “봉제업종합지원센터 운영사업을 통해 마이스터 고등학교와 같은 기술계 고등학교와의 업무협약에 따른 봉제 기술인력 양성 및 소사장제 도입, 영세봉제사업자 미소금융 지원사업 등 국내 봉제업계가 실질적인 도움을 얻을 수 있는 다양하고 효과적인 사업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대안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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