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권력은 포스코를 흔들지 마라

입력 2012-05-11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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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중 산업부장

포스코가 안팎으로 어려움에 처해 있다.

파이시티 인허가 로비 의혹에 연루됐다는 혐의와 문어발 사업확장으로 인한 유동성 위기다. 둘은 상관없는 듯 보이지만, 상당한 연관성이 있다.

포스코의 경영권이 정권으로부터 나온다는 점에서 그렇다. 정권 말기에 등장하는 권력형 게이트에 포스코의 이름이 거의 빠지지 않는 이유다. 민영화된 이후에 이같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 아이러니다.

외환위기 상황에서 출범한 김대중 정부는 외화 유치가 최우선 과제였고, 외국자본이 눈독을 들일 만한 기업을 판다는 원칙이 다른 가치에 우선했다.

이런 이유로 산업은행은 지난 2000년 10월 보유하고 있던 포항제철 지분 36%를 매각하면서 민영화했다. 그후 포스코로 이름이 바뀌었다. 한국통신도 마찬가지다.

포스코는 외국인 지분이 50%를 넘지만, 정부는 예전처럼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국민연금(현재 6.8%) 등 보유지분의 주주권 행사를 이유로 최고 경영진을 사실상 직접 선임한다.

포스코 경영진이 정권의 볼모가 되면서 포스코의 재무구조가 급속히 악화됐다.

포스코의 지난해 말 차입금은 26조8110억원으로 2009년말(12조1990억원)과 비교하면 2년 만에 배 이상 늘었다. 과도한 사업확장 탓이다. 재계 일각에서는 정부의 해외자원개발 사업 독려에 총알받이가 됐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포스코가 지난 2010년 인수한 대우인터내셔널이 부실의 빌미가 됐다. 포스코는 대우인터내셔널과 29개 자회사 인수에 5조원이 넘는 돈을 썼으며, 각종 해외자원개발사업에 천문학적인 돈을 썼다.

철강경기 부진으로 실적이 악화되면서 유동성에 문제가 생겼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한 것도 이 때문이다.

당장 국제 신용평가사들이 문제삼았다. 무디스와 피치는 신용등급을 각각 ‘부정적’으로 내렸다. S&P는 재무구조 악화를 지적하며 신용등급을 A에서 A-로 강등했다. 한때는 국가보다 더 우량한 기업이었다.

포스코는 유동성 확보를 위해 대우인터내셔널의 매각을 검토하는 모양이다. 삼성그룹과 지분 교환을 한다거나, 포스코의 상징인 포스코센터를 매각한다는 소문까지 있다.

그런데도 해외자원개발사업으로 인한 손실액이 조만간 현실화할 것이라는 소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무리한 자원개발사업의 배후에 최근 몰락한 영포라인이 있다는 말도 있다.

회장 선임 과정에서 현 정부로부터 빚이 있는 정준양 회장으로서는 정권 실세의 요청을 무시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부당한 요구는 단호히 거절했어야 했다.

김영삼 대통령 시절, 당시 김만제 포항제철 회장은 권력 실세의 요구를 묵살한 일화가 있다.

문민정부를 표방한 김영삼 대통령은 군에서 하나회를 없애면서 박정희 전 대통령의 흔적을 지웠듯, 포항제철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과 포철맨 박태준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외부인인 김 전 부총리를 임명했다. 그는 아직까지 유일한 외부 출신 회장으로 남아있다.

김 대통령은 포철이 정치권의 압력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체제로 만들 것을 당부했고, 김 회장은 대대적인 개혁작업을 벌였다.

그러나 15대 총선을 앞두고 급해진 청와대 K 수석비서관은 김 회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선거자금 지원을 요청했으나, 일언지하에 거절당했다.

K 수석비서관은 불같이 화를 냈고, “형님, 혼자 살겠다는 겁니까?”라며 전화기를 내동댕이쳤다. 그 목소리는 문 밖에 있던 기자에게까지 생생히 들렸다.

당시 김 회장은 “(정치자금 제공 등)그러지 말라고, 나를 보낸 것 아니냐”라며 거절했다고 한다.

김 회장은 그 일로 교체되지 않았다. 더욱 다행인 것은 1998년 3월 정권이 바뀐 후 회장에서 물러났고, 새 집권 세력은 철저히 뒷조사를 했지만 포철과 정권과의 유착에 대한 아무런 증거를 찾지 못했다. 정 회장도 그랬어야 했다.

아울러 어떤 정권도 포스코를 전리품 다루 듯 해서는 안된다. 포스코 경영권도 기업논리에 맡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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