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이 변한다]비록 피 한방울 안 섞인 남이지만 "우리는 진짜 가족"

입력 2012-05-10 08:50 수정 2012-05-11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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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신주의·성소수자 등 모여…더불어 사는 공동체 만들며 새로운 형태 가족문화 제시

▲오는 26일부터 6월1일까지 대학로 갤러리에서 열리는 ‘정상가족 관람불가’展 포스터. 언니네트워크와 가족구성권연구모임이 개최하는 이번 전시는 가족의 통념을 벗어난 사회적 소수자들 역시 자신이 원하는 가족을 구성할 권리가 있으며 이를 위한 사회적 지지가 형성돼야 한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오는 26일 대학로의 한 갤러리에서 사진전이 열린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기획된 이번 전시회의 제목은 ‘정상가족 관람불가 展’. 비혼, 동성애 파트너십, 비혈연공동체 등 제도권에 편입되지 못한 비범한 가족들의 평범한 일상이 사진과 설치전시 등에 담긴다.

사진전을 주관한 언니네트워크 이김명란 사무국장은“제도 밖 가족들을 통해 과연 우리가 말하는 진정한 가족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되묻고자 했다”고 전시 의도를 설명했다.

비혼, 동성애, 비혈연 등 ‘관계’와 ‘가치관’을 중심으로 한 공동체 가족이 늘고 있다. 가족해체가 가속화 되는 상황에서 스스로 구성원을 선택하고, 새로운 삶의 방식을 모색하는 형태의 가족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현재의 가부장적이고 이성애 중심적인 가족 제도 바깥에서, 그 가족 제도가 담아내지 못하는 필요와 의미를 간직한 채 존재 영역을 확장해 가고 있다.

◇신(新)공동체의 탄생= 결혼하지 않을 것을 ‘선택’한 여성들. 전주에는 비혼을 선택한 여성 7명이 함께 살아가는 비혼여성공동체 ‘비비(비혼들의 비행)’가 있다.

구성원 7명은 같은 임대아파트에서 독립된 1인 가구로 거주하며 한달에 한 번 정기적인 모임을 갖는다. 결혼하지 않고도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방안을 함께 고민하고 구성원이 처한 어려움에 함께 대처한다. 10여년 전 여성단체 소모임에서 만나 공동체로 진화한 이들은 생애주기에 맞춰 변화하는 공동체의 모습을 함께 고민 중이다.

비비의 구성원인 이효원(41)씨는 “30대에 공동체를 만들고 결혼과 비혼에 대한 고민을 함께 나눴지만 40,50대에는 또다른 생애 과제가 생길 것”이라며 “나이대에 맞는 공동체의 역할을 함께 고민하고 그에 맞는 미래를 설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치’를 공유하는 공동체의 가족 실험은 다양한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마포구에는 스스로를 ‘꾸러기 395’라고 칭하는 공동체가 있다. 395는 그들이 사는 집의 번지수다. 이 집에는 20대 중반에서 30대 초반의 남녀 7명이 함께 생활하고 있다. 당초 같은 동아리에서 활동하며 마을 운동과 공동체에 뜻을 같이했던 4명이 터를 닦았고, 이후 취지에 공감하는 친구들 3명이 모여들었다.

공동체마을을 지향하며 모여들었지만 아직 거창한 수준은 아니다. 집의 외부로 난 창을 활용해 주민들을 위한 전시 공간을 꾸미고, 봄이면 동네주민과 친구들을 초대해 작은 마을 잔치를 열기도 한다. 아직은 미미한 시도이지만 공동체를 구성하고 마을 주민과의 소통을 위해 분투 중이다.

때로는 ‘가치’가 아닌 ‘취향’의 공유가 공동체 아닌 공동체를 구성하기도 한다. 서울 마포구 아현동 일대에는 10여명의 게이 커플이 일상을 공유하며 살아가고 있다. 이들은 자신들의 모임을 ‘아현동 부녀회’라 이름 붙이고 일상생활의 고립감을 해소한다.

아현동 부녀회의 한 회원은 “성소수자의 경우 사회적 지지기반이 전무한 상황”이라며 “아픔을 공감하고 지지하는 사람들과 가까이 지낼 수 있다는 것만으로 위안이 된다”고 밝혔다.

◇공동체도 가족이다 = 공동체에 대한 다양한 욕구와 시도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지만 이들을 가족으로 받아들일지에 대한 논의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연세대 조한혜정 문화인류학 교수는 “전형화된 형태로서의 가족은 점점 그 의미가 퇴색되고 개인에게 개별화된 맥락으로서 가족이 등장하고 있음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면서 “4인 가구를 기준으로 한 표준 가족은 실제 전체 가족의 절반 이하이며, 앞으로도 그 비중은 점점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통계청이 지난달 내놓은 ‘2010~2035년 장래가구추계’자료에 따르면 1인 가구 비중은 2010년 23.9%로 2인 가구(24.5%)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그러다 올해에는 25.3%로 2인 가구(25.2%)를 웃돌 것으로 예측됐다. 1인 가구 비중은 오는 2035년에도 34.3%로 가장 많은 가구 형태가 될 것으로 전망됐다. 반면 그동안 우리나라의 대표적 가구 형태였던 4인 가구 비중은 계속 줄어들 것으로 집계됐다. 2010년 22.5%로 3인 가구보다는 높았지만 2035년이면 9.8%에 그쳐 1·2인 가구는 물론 3인 가구(19.4%)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렇다면 이같은 공동체가 ‘원(原)가족’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언니네트워크 이김명란 사무국장은 “가족이라는 것이 꼭 부부, 자녀를 기준으로 한 원가족이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라며 “가족이란 시기나 욕구, 필요에 따라 결합할 수 있음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공동체의 경우 ‘함께 살아가기’를 공동 기획하고, 같은 가치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서로 깊은 유대감을 가진다. 공동체는 이같은 유대감을 바탕으로 한시적이든 평생에 걸쳐서든 인생을 함께 살아가는 동반자로서 의미있는 기능을 지닌다.

카이스트 백영경 강사는 “공동체 가족은 폐쇄적이고 가부장적인 가족 제도의 바깥에서 오히려 정상 가족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며 대안적인 가족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가족의 개념 자체가 변화가고 있음을 감지하고 이들을 제도권으로 품으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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