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지하경제]개도국 지하경제 주름잡는 '달러'

입력 2012-03-27 08:33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전세계에서 통용되는 달러, 75%가 미국 외 지역서 유통…약한 경제·약한 통화 '악순환'

▲베트남에서는 자국통화인 '동'보다 달러의 가치가 더 높아 달러가 안전자산 노릇을 하고 있다. 베네수엘라 암시장의 외환딜러가 달러와 자국 통화인 볼리바르를 세고 있다.(사진=호치민·카라카스/블룸버그)
베트남 수도 하노이 중심가에서 귀금속 판매점을 운영하고 있는 티엔 호앙씨는 자국 통화인 ‘동’보다 달러를 물건 값으로 더 많이 받아들이고 있다.

인플레이션은 높고 동은 약세를 면치 못해 달러가 안전 자산 노릇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에서 택시 운전을 하고 있는 아미르 왈리씨도 외국인 관광객이 요금을 치를 때 달러를 선호한다.

그는 “외국인 손님들이 달러로 택시비를 치를 때 망설임 없이 받는다”며 “달러를 거부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최근 달러가치가 급락하면서 기축통화로서 지위가 흔들리고 있지만 지하경제에서는 달러가 여전히 막대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음을 반증하는 사례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는 “전세계에서 통용되는 달러의 75%가 미국 이외 지역에서 유통되고 있다”며 “이 돈은 현금 등록기에도, 은행 금고에도 들어있지 않기 때문에 정부의 통제 밖에서 거래가 이뤄지는 지하경제에서 사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암시장 등 지하경제에서 달러는 여전히 ‘왕’이라는게 그의 주장이다.

인도는 신흥시장으로 가장 주목받는 국가지만 지하경제의 규모 또한 만만치 않다.

전자제품의 구매에서부터 항공기 티켓도 현금으로 지불 할 만큼 신용카드 거래가 흔치 않은 인도에서는 자연히 지하경제가 클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현재 인도의 지하경제 규모는 인도 국내총생산(GDP)의 50%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인도의 지하경제’의 저자인 아룬 쿠마르 자와할랄 네루대학 교수는 “2011년 상반기 인도의 경제 성장률이 7.8%를 기록한 것을 감안하면 지하경제 역시 같은 규모로 성장했다고 볼수 있다”면서 “50% 그 이상 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베네수엘라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낮에는 외환딜러로 밤에는 택시 운전기사로 일하는 아날도 모랄레스씨는 “달러를 갖고 있다는 것은 금고에 바리케이드를 둘렀다는 의미가 된다”면서 “베네수엘라의 지하경제는 보다 견고하게 돌아가고 있으며 달러가 이를 지탱하고 있다”고 말했다.

암시장을 통해 베네수엘라 국민들은 인플레나 자국통화 가치가 하락할 것에 대비할 수 있고, 기업들은 암시장에서 조달한 달러로 무역을 할수 있기 때문에 달러가 ‘지하경제의 왕’ 자리를 유지할 수 있다는게 로고프 교수의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지하경제가 경제영역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규명하고 자국의 통화가 안전자산으로서 달러를 대체할 수 있도록 재정건정성 확보에 주력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이홍규 연구원은 “지하경제 성장은 정부세수의 감축을 야기하고 이로써 공적 영역이 제공하는 공공재의 질적, 양적 저하를 야기한다”며 “높은 세금과 규제가 지하경제 성장을 야기해 공공재정에 압력으로 작용하고 이것이 세율을 상승시켜 다시 탈세와 지하경제로의 도피를 유도하는 악순환을 낳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2024 파리올림픽 한국선수 주요경기일정 정리 [그래픽 스토리]
  • "이게 앨범이라고요?"…어른들(?)은 이해 못 하는 미니어처 트렌드 [솔드아웃]
  • 블록체인에 여전히 X2E 게임이 필요한 이유 [블록렌즈]
  • 역대 최소 규모 선수단…파리올림픽 관심도 '뚝' [데이터클립]
  • 단독 “C레벨만 경영상황 공유”…티몬 직원들, ‘불안한 재택 중’
  • 대법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DLF 중징계 취소"
  • ‘마약 투약’ 혐의 야구선수 오재원, 징역 2년6개월 선고
  • 유아인, 이번엔 30대 남성 성폭행 혐의로 고소당해
  • 오늘의 상승종목

  • 07.26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94,161,000
    • +5.01%
    • 이더리움
    • 4,542,000
    • +2.53%
    • 비트코인 캐시
    • 526,000
    • +6.8%
    • 리플
    • 838
    • -0.24%
    • 솔라나
    • 250,500
    • +6.14%
    • 에이다
    • 579
    • +4.7%
    • 이오스
    • 795
    • +1.15%
    • 트론
    • 192
    • +1.05%
    • 스텔라루멘
    • 144
    • +2.13%
    • 비트코인에스브이
    • 61,650
    • +4.67%
    • 체인링크
    • 18,690
    • +2.98%
    • 샌드박스
    • 441
    • +3.28%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