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앨범이라고요?"…어른들(?)은 이해 못 하는 미니어처 트렌드 [솔드아웃]

입력 2024-07-26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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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화제 되는 패션·뷰티 트렌드를 소개합니다. 자신의 취향, 가치관과 유사하거나 인기 있는 인물 혹은 콘텐츠를 따라 제품을 사는 '디토(Ditto) 소비'가 자리 잡은 오늘, 잘파세대(Z세대와 알파세대의 합성어)의 눈길이 쏠린 곳은 어디일까요?

▲(김다애 디자이너 mnbgn@)
▲(김다애 디자이너 mnbgn@)

작고 작게, 더 작게, 끝없이 작게!

미니어처의 인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최근 취미를 '미니어처 수집', '가챠(랜덤 뽑기)'로 말하는 이들은 어렵지 않게 볼 수 있고,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X(옛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자신이 소장하고 있는 미니어처 상품 소개나 구매 후기를 주력 콘텐츠로 내세우는 계정도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인스타그램에서 '미니어처'의 해시태그 수는 22만 회에 달하죠.

대충 봤을 땐 그저 '작고 귀여워서' 인기를 끄는 것 같습니다. 그 방식도 인형 등을 모으는 '완구 수집'에 국한되지 않냐는 질문도 나오는데요.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최근엔 단순히 '장식용 모형'을 넘어 패션과 뷰티, 음식, 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미니어처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뜨거운 호응도 이어지는데요. 작고 귀엽다는 것 외에도 특별한 가치로 Z세대 사이 인기를 끄는 미니어처 상품들을 살펴봤습니다.

▲반가사유상 미니어처 (사진제공=국립박물관문화재단)
▲반가사유상 미니어처 (사진제공=국립박물관문화재단)

"박물관도 오픈런해요"…뮷즈, 크기 줄이고 감각 더했더니 매출 '쑥'

젊은 세대는 '오픈런'의 달인(?)입니다. 특별한 경험과 가치를 위해서라면 한여름에도 수 시간의 웨이팅을 불사하는데요. 예쁜 카페나 맛 좋은 메뉴를 판매하는 식당뿐 아니라 박물관까지 웨이팅의 대상이 됩니다.

오얏꽃 무늬의 아름다운 램프, 차가운 술이 담기면 갓을 쓴 남자의 볼이 발그레해지는 술잔, 백제금동대향로를 본떠 만든 형형색색의 소품까지…

요즘 박물관 기념품점은 지루한 굿즈가 아닌 신선하고 감각적인 굿즈로 가득 찼습니다. 그야말로 없어서 못 살 정도로 인기를 끄는 굿즈들도 많은데요. 일명 '뮷즈'(뮤지엄+굿즈)로 불립니다.

뮷즈의 인기로 박물관 매출도 매년 최고기록을 경신하고 있습니다. 국립박물관문화재단에 따르면 지난해 뮷즈 매출액은 149억 원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는데요. 1년 전(117억 원)과 비교해서는 27% 큰 폭으로 성장한 수치입니다.

이 인기를 주도하는 건 젊은 층입니다. 국립박물관문화재단에 따르면 지난해 뮷즈구매자 중 20대는 12.7%, 30대는 48.7%에 달했는데요. 20~30대가 전체 구매자의 60% 넘는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셈이죠.

뮷즈는 젊은 세대 사이 '힙한 감성'으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전통문화를 새로운 감성으로 풀어낸 상품이 인기를 끄는 현상을 말하는 '힙트래디션'(Hip+Tradition)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는데요. 교과서에서 접할 수 있었던 전통문화가 개성과 취향을 드러낼 수 있는 힙한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굿즈 제작도 활발해진 겁니다.

과거 뮷즈가 실물 크기로 제작된 '복제품', 사진을 찍어 담은 엽서와 도록 정도에 그쳤다면, 최근 뮷즈는 크기를 확 줄이고 디자인도 감각적이라 인테리어 소품으로 사용하기에 제격입니다. 지난해 가장 높은 매출을 올린 뮷즈는 국보 83호 금동 미륵보살 반가사유상을 작은 크기로 만든 '반가사유상 미니어처'인데요. 4400여 개가 판매돼 지난해에만 2억7400만 원 상당의 매출을 올렸죠. 보살의 온화한 미소, 유려한 곡선이 강조된 점이 특징입니다. 파스텔 톤의 5가지 색상으로 나와 선택지도 다양한데요. 특히 이 상품은 그룹 방탄소년단(BTS) 멤버 RM의 작업실 한쪽에서 발견되면서 더욱 큰 인기를 끌었죠.

▲누데이크의 마이크로와상(위), 그룹 라이즈의 스미니 앨범 (출처='누데이크' 공식 인스타그램, 카카오톡 선물하기 캡처)
▲누데이크의 마이크로와상(위), 그룹 라이즈의 스미니 앨범 (출처='누데이크' 공식 인스타그램, 카카오톡 선물하기 캡처)

손톱 크기 크루아상, 한 입 거리 케이크…미니어처, 엔터 업계서도 활발하다?

미니어처 음식도 곧잘 발견됩니다.

최근 유행하고 있는 두바이 초콜릿에는 카다이프(중동 지역에서 즐겨 먹는 얇은 국수), 피스타치오 스프레드 등이 들어갑니다. 두바이 초콜릿 열풍이 불면서 재료 수급은 하늘의 별 따기가 됐는데요. 개인 사업자들은 재료가 적게 들어가는 미니 버전을 선보이면서 접근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선 가격이 보다 저렴해져 사 먹기 쉽다는 장점이 있죠. 디저트계의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은 소금빵도, 크루키(크루아상+쿠키)도 한입에 들어가는 작은 사이즈로 만드는 경우가 숱합니다.

작디작아 '미니'도 아닌 '마이크로' 사이즈로 불리는 디저트들도 있습니다. 귀여우면서도 힙한 디저트로 해외 관광객들 사이에서도 유명한 F&B 브랜드, 누데이크의 '마이크로와상'(마이크로+크루아상)이 대표적이죠.

마이크로와상은 맛보다는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듯 작은 크기로 주목받았습니다. 간에 기별도 안 갈 크기지만, 누데이크의 인기 메뉴인데요. 블로그, 인스타그램 등에 후기를 남긴 사람들은 "이걸 누구 코에 붙이냐"면서도 "귀엽고 참신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마이크로와상의 가격은 4개에 2500원. 귀여운 인증샷 한 장을 찍기 위해 기꺼이 주문할 수 있는 금액이라는 후기도 눈길을 끕니다

한입 케이크도 인기입니다. 통상 생일이면 케이크를 사서 축하해주곤 하는데, 한 판을 모두 먹기엔 부담인 데다가 냉장고 자리도 녹록지 않습니다. 축하받을 지인들이 많은 '인싸'라면 고민은 더욱 깊어지는데요. 그렇다고 선물 받은 케이크를 버릴 수도 없죠. 이에 한입 크기로 만든 케이크가 인기를 끌기 시작한 건데요. 작고 귀여운 크기, 홀케이크보다 저렴한 가격, 내 맘대로 주문 제작할 수 있는 디자인 등 삼 박자가 어우러져 특별하면서도 부담스럽지 않은 선물로 통합니다.

전자기기 크기도 작아졌습니다. 물론 일반 전자기기보단 성능이 떨어지지만, 휴대가 간편하고 레트로 감성을 자아낸다는 특징이 있는데요. 카카오톡 선물하기에서 판매하는 미니카메라는 3만~4만 원대의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으로 디지털 분야 선물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젊은 여성 팬들이 주 소비층인 엔터테인먼트 업계도 미니어처 트렌드를 주시하고 있습니다. 5월 말 발매된 그룹 에스파의 첫 정규앨범 '아마겟돈'(Armageddon)은 CD 플레이어 형태로 제작되면서 팬들은 물론 머글(팬이 아닌 사람)들 사이에서도 인기를 끌며 품절 대란을 일으킨 바 있는데요.

에스파의 소속사 SM 엔터테인먼트(SM)는 사실 그룹 정체성과 어울리는 머천다이즈를 기획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아티스트별로 출시하는 스마트 미니 앨범, '스미니'(SMini)가 대표적인데요. 실물 CD 없이 근거리 무선 통신(NFC) 접촉으로 이용 가능한 디지털 앨범입니다. 작지만 특정 앱을 깔고 스마트폰에 가져다 대면 노래도 들을 수 있고 포토카드도 들어 있습니다. 키링으로 사용할 수 있어 가방에 달기에도 제격인데요. '백꾸'(가방 꾸미기) 등 온갖 꾸미기 문화가 열풍인 오늘, 획기적이면서도 귀여운 아이돌 문화로 꼽힙니다.

(출처=에이블리 사이트·퓌 공식 인스타그램 캡처, 아성다이소)
(출처=에이블리 사이트·퓌 공식 인스타그램 캡처, 아성다이소)

"귀여운데 저렴해"…화장품, 양 줄이니 '오히려 좋아' 반응도

무엇보다 젊은 세대 사이 인기를 끌고 있는 건 미니어처 화장품입니다.

가격 대비 양으로 따져 봤을 땐 더 많은 양을 저렴한 가격으로 살 수 있는 대용량 제품이 이득 아니냐는 질문이 나옵니다. 그러나 미니어처를 선호하는 이들 사이에선 다른 의견이 나옵니다. 사용 기한 내에 남김없이 사용할 수 있는 미니어처가 오히려 가성비가 뛰어나다는 건데요. 이 목소리는 스킨, 로션이 아닌 아이 섀도, 하이라이터, 립스틱 등 색조 화장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더 커지는 경향을 보이죠. 기초 화장품에 비해 색조 화장품은 한 번 사용하는 양이 극히 적어, 용량을 줄이고 가격을 줄이면 '오히려 좋아'라는 겁니다. 가격 부담이 적은 만큼 새로운 제품을 다양하게 경험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힙니다.

지난달 뷰티 브랜드 어퓨는 네이버웹툰 '냐한남자'의 인기 캐릭터 '춘배'와 손잡았습니다. 그중에서도 어퓨의 인기 제품인 '워터락 쿠션'은 본품과 함께 미니 버전도 출시됐는데요. 본품보다 작아 파우치나 가방은 물론, 옷 주머니에도 쏙 넣을 수 있는 깜찍한 크기로 인기를 끌었죠.

퓌는 올해 1월 더현대 서울에서 팝업을 열고 '립앤치크 푸딩팟'을 구매하면 제품을 소분한 키링을 증정했습니다. 푸딩팟의 미니 버전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온라인상에는 "키링을 받으려고 본품을 샀다"는 후기가 속출했습니다. 퓌는 이후 오픈한 성수동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새로운 색상의 키링을 새롭게 선보이기도 했죠. 꽤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 본품이 아닌 키링 후기가 이어지고 있는데요. 사은품으로 받을 수 있는 미니어처 화장품은 대다수가 비매품이라, 이를 본품에 달하는 가격에 되파는 사례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균일가 생활용품점 다이소가 화장품 맛집(?)으로 떠오른 것도 용량을 줄인 화장품 탓이 큽니다. 다이소가 지난해 가을 선보인 VT코스메틱의 '리들샷 100/300 페이셜 부스팅 퍼스트 앰플'은 품절 대란을 겪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 제품은 본래 50㎖ 용량 기준 100과 300 제품 가격이 3만 원대입니다. 그런데 다이소는 리들샷 100과 300 앰플 2종을 각각 2㎖ 스틱형 6개 용량의 3000원짜리 제품으로 출시했는데요. 스틱 한 개는 한 번씩 사용할 수 있는 양이고, 가격도 저렴해 인기를 끌었죠. 다이소 리들샷 앰플을 사용한 뒤 만족해 본품을 구매했다는 소비자들도 적지 않습니다.

이는 경제적 요인이 미니어처 인기와 무관하지 않다는 점을 방증하는 셈입니다. 기존 제품에 비해 용량이나 가격 부담이 적어 다양한 제품을 경험할 수 있고, 남다른 디자인으론 소장 욕구까지 자극하며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수단으로까지 자리 잡은 건데요. 고가 명품보다 합리적인 가격, 특별한 경험을 중시하는 잘파세대를 중심으로 미니어처의 인기는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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