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샐러리맨의 꿈]대한민국 1% 억대연봉 됐는데…35% 세금폭탄 '악!'

입력 2012-03-26 08:27 수정 2012-03-26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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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버핏세' 다시 정치권 화두로…억울한 사람 없는 조세제도 만들어야

지난해 1억1000만원의 연봉을 받은 대기업 계열사 임원 K씨. 현행 소득세법 최고 세율 구간인 과표 8800만원이 넘어 소득의 35%를 세금으로 냈다. 그가 받는 월 수령액은 700만원 안팎. 올해 고등학교 3학년에 올라간 딸과 군복무 중인 큰 아들 전역이 다가오고 있어 교육비 부담이 상당하다. 이래저래 사회적 지위 비용과 생활비 등으로 쓰고 나면 한달에 수십 만원 저축하기도 버겁다.

2년전 경기도 안양시에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한 L씨는 지난해 수입의 10% 안팎을 세금으로 냈다. 그는 3억원의 연간 매출 가운데 많아야 60% 정도만 국세청에 신고한다고 했다. 그것도 “수임료 인하를 내세워 현금 지불을 유도해 실제로 더 많은 세금을 내지 않고 있다”며 말끝을 흐렸다. 그는 “나만 그런 게 아니다”며 전문직과 자영업자들의 상황을 대변했다.

이러니 25년 가까이 죽자고 일해서 임원에 올라 2~3년 동안 조금 오른 연봉을 받고 옷을 벗어야 하는 월급생활자들의 불만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유리알 지갑’의 대표주자 월급쟁이, 그 중에서도 샐러리맨의 꿈이라는 임원들이지만 신분보장도 안되는 상항과 ‘무차별적인 세금 폭탄’에 진절머리를 치고 있다.

◇죽자고 일했다…세금폭탄에 허탈= K씨는 “고통을 느끼지도 못할 정도로 살점을 베어내는 게 ‘징세의 기술’이라고 했는데, 당장 표에만 눈이 먼 정치인들에게 이런 기술이 있을 리 만무하다”며 혀를 찼다.

지난해 하반기 정치권을 뜨겁게 달군 자본이득세 신설 논란이 올해 총선과 대선의 주요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말로만 끝나는 듯 했던 ‘한국형 버핏세’가 막판 기사회생하는 분위기다. 정치권이 부자에게 유리한 세금체계를 고치겠다고 나선 것인데, 실제로 대기업 임원들이 주 대상인 모양세다. 중산층에서 부자가 되려는 사람들을 부자가 되지 못하게 막는 조세인 셈이다.

민주당은 공약으로 소득세 과표 1억5000만원(연봉 1억 8000만원~2억원 가량) 이상이 되는 사람에게 38%의 최고세율을 물리겠다고 했다. 반면 지난해 12월 31일 국회를 통과한 소득세법 개정안은 과표기준 3억원 이상 소득에 대해 38%의 최고세율을 부과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면서 고액소득자들의 세부담을 늘게하는 것이 골자다. 과세대상에서 실질적인 차이가 발생한다.

법안 내용에 따르면 2010년 기준으로 연간소득이 3억원(비과세 포함)을 초과하는 근로소득자는 1만3885명이다. 반면 민주당 공약에 따를경우 대상자는 12만4000여 명 수준이다. 추가 세수 효과는 1조8000억여 원으로 추산된다.

부자세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미국의 ‘버핏세’는 연소득이 100만달러(12억원)가 넘는 수퍼리치를 대상으로 한 것이다. 그 이하 소득구간에 대해서는 10%의 낮은 소득세율을 부과하고 있다. 반면 우리는 진짜 부자보다는 중산층에서 부자가 되려고 하는 사람에게 더 많은 세금을 물려 신분 상승을 위한 사다리를 걷어차 버리는 양상이다.

K씨는 이보다 당장 새누리당이 공약으로 들고 나온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 확대(4000만원 초과→3000만원 초과)’가 전혀 현실과 맞지 않다며 최악의 포퓰리즘적인 세금 공약으로 꼽았다. 지금 당장 새누리당의 주장하는 대로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을 연 금융소득 4000만원 초과에서 3000만원 초과로 낮춘다면 올해 말에는 자신도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로 포함될 가능성 높기 때문이다.

K씨는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라면 엄청난 금융자산가라고 생각되지만 의외로 평범한 직장인들도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가 될 수 있다”면서 “해외 주식형 펀드에 가입하고 있는데 연말 금융소득에 근로소득 등 다른 소득을 합쳐서 최고세율인 38.5%를 적용받을 수 있다”고 걱정했다. 해외 주식형 펀드는 비과세인 국내 주식형 펀드와 달리 과세 대상이기 때문이다.

정작 K씨가 화가 나는 것은 진짜 부자는 금융소득종합과세를 얼마든지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금융자산을 10억원 이상 보유한 수퍼리치는 13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2010년 종합과세 대상자가 된 사람은 4만9000명에 불과했다. 7만명이 넘는 부자들이 제대로 된 세금을 내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버핏세’가 과연 모범답안일까?= K씨는 정치의 계절에 펼쳐지는 증세 논쟁을 보면 ‘과연 자기 돈 같으면 저렇게 쉽게 말할 수 있을까’라며 상실감에 빠져든다고 한다. 급기야 정치인들은 스스로 돈을 벌어본 이 없기 때문에 함부로 정책을 남발하고 있다며 냉소한다. K씨도 소외계층을 위한 복지 확대에 찬성한다. 하지만 남의 돈을 더 걷자고 주장하기 전에 거둔 돈을 어떻게 쓸 고민하는 것이 먼저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글로벌 경제의 위기가 원천적으로 빈부 격차에서 발생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예컨대 2008년 미국발 글로벌 재정위기도 미국 총소득에서 최상위 부유층 1%가 가져가는 비율이 1970년대 말 9%에서 2007년에는 23.5%까지 높아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국과 중국, 인도 등 고성장을 달성한 국가들의 중산층은 늘어나는 생산력과 반대로 구매력은 생계를 걱정해야 할 정도로 몰락했다.

현재 거론되는 버핏세 신설안은 크게 소득세 최고세율을 현행 35%에서 40%선으로 상향하는 방안과 거액 자산가에게 부유세를 매기는 방안, 대규모 주식매각차익 등에 자본이득세를 신설하는 방안 등으로 나뉜다. 이 중에서도 고액 연봉자에게 세금을 더 물리는 안의 무게가 상당하다. 조세 저항이나 형평성 측면에서 유리알 지갑이라는 봉급생활자의 세율을 올리는 가장 하책이라는 평가에서다.

K씨는 동료나 지인들은 지난해보다 올해, 세금이 오를까 걱정해서 하는 말보다는 버핏세를 통용되는 자본이득세가 불러올 각종 부작용이 우려하고 있다고 한다. 적금으로 모은 목돈을 주식에 투자하는 월급쟁이에게 자본이득세를 걷는다면 이미 낸 근로소득세와 예금 이자소득세에 더해 이중과세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청춘을 바친 끝에 남들이 부러워 하는 대기업 임원에 올랐지만, 소득에 비해 세율이 너무 높아 노후를 대비해 저축은 생각도 못하고 있다”며 “연봉이 최소 수십 억원인 CEO나 등기임원 등과 연봉이 불과 1억 남짇한 봉급생활자가 같은 세율을 적용 받는 건 심정적으로 동의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봉급 생활자들의 박탈감을 위로하기 위해서라도 자본이득에 반드시 과세하되, 그 대상은 연 소득 10억원이 넘는 전문고속득자에 한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비록 16년간 고정됐던 최고세율이 한 단계 더 세분화됐지만 이를 더 다양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조세제도의 불합리성= K씨는 사회생활을 하면서 알게된 지인 중 개인치과병원 운영하고 있는 C씨가 지금처럼 부러운 적이 없다고 했다. 소득은 월등히 많은 데도 제대로 신고하지 않는 데다 각종 공제혜택도 많아 월급쟁이인 자신보다 세금을 훨씬 적게 내는 걸 보면 합법적(?)으로 빠져나갈 구멍이 많아 보인다.

정부가 숨겨진 세원을 찾아내고 투명하게 걷는 노력을 좀더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비과세 감면·공제 축소 등 세원 확보를 위해 툭하면 편법 증세의 희생양이 자신을 비롯한 봉급생홀자라는 얘기다.

조세제도의 불합리성. 우선 국내 조세구조에는 근원적 불공평함 존재한다. 재벌과 고소득 자영자 등 가진자들의 탈세와 부동산 등 자산경제에 대한 과세 부실 등 근원적인 조세 정의가 무너졌다.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0년 소득분 기준 세금을 한푼도 내지 않는 면세점 근로자가 전체 근로소득자 가운데 40%(592만명)에 육박하며, 자영업자 등 사업소득자도 면세비율이 비율이 47.2%(247만명)에 달하는 실정이다. 꾸준한 소득이 발생하는 근로자 또는 자영업자 10명 중 4명은 연말정산을 통해 원천징수된 세금을 환급받는 등 소득세를 한푼도 내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가장 기본적인 조세부과의 원칙을 적용받지 않는 예외적인 납세자들이 너무 많은 상황이다.

지난해 지식경제부 장관은 대기업 임원의 연봉을 깎아 청년 일자리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대기업은 환율과 금리, 세금 혜택 등 범사회적 지원을 통해 성장해 왔으니 고액 연봉을 받는 임원들에게 사회적 책임을 촉구했다고도 볼 수 있다. 고소득층 소득세 부담강화와는 다른 차원이다. 그렇다고 너무 광범위하게 존재하는 소득세 면세자의 숫자를 줄이는 자는 얘기도 아니다.

K씨는 대표적인 중상류층인 대기업 임원들의 경우 가처분소득이 거의 없어, 적자 가계로 허덕이는 게 현실이라고 한다. 이 정도의 소득이면 내집 마련하고, 자녀들의 학자금과 과외비를 대기도 빠듯한 게 현실적으로 맞다는 얘기다.

K씨는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는 건 당연하지만, 억울한 사람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한다”며 “버핏세보다는 세금을 내지 않고 있는 부자들이 세금을 낼 수 있는 방안, 즉 정부가 숨겨진 세원을 찾아내고 투명하게 걷는 노력을 좀더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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