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 무조건 "찬성" 외치는 돈 먹는 거수기

입력 2012-03-20 08:19 수정 2012-03-20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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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 사외이사 대해부

MB정부 2년차인 2009년 정권 창출 과정에서 공을 세운 인물들이 대기업 사외이사로 낙하산처럼 뿌려졌다. ‘보은인사’라는 비아냥이 쏟아졌고, 대기업 뿐만 아니라 지식경제부 산하 공기업에도 관련 인사들로 채워졌다. 문제가 불거지자 일부가 교체되기도 했지만, 2010년과 2011년 사외이사 선임에도 대선 조직에 몸담았거나 한나라당 출신들은 공기업 1곳에 평균 1~2명씩 모두 자리를 꿰찼다.

전문적인 지식이나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기업경영 전반에 걸쳐 폭넓은 조언과 전문지식을 구하라고 만든 자리가 정치인들에게 배당되다 보니, 회의 한번 참석하고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씩 챙겨가는 역할로 변질됐다.

경력과 전문성에서 업무와 전혀 관련없는 사람들이 내려오니 경영에 별 도움도 안 된다. 또한 정권 실세나 그들과 줄이 닿아있는 사람들이 사외이사로 앉아 있어 공기업의 독립적인 경영행보도 어렵다. 기업의 모든 중요 의사 결정에 참여하며 막대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어 그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YES’남발 허수아비 사외이사 = 지식경제부 산하 대표적 시장형 공기업인 한국전력공사 사외이사의 작년 이사회 활동내역을 살펴보면 공기업 사외이사를 왜 ‘거수기’에 빗대는지 확연히 알 수 있다. 한국전력은 지난해 13차례의 이사회를 개최했으며 52개 의안에 대해 사외이사의 찬반 여부를 물었다.

작년 연중 5명의 사외이사가 임기 만료로 교체 됐으나 교체 이전이나 이후 평균 8인의 사외이사는 이사회 안건에 대해 모두 찬성표를 던졌다. 단 지금은 임기 만료로 회사를 떠난 재정경제원 제1차관보 출신의 김정국 보고경제연구원 원장이 작년 4월21일 열린 제4차 이사회에서 ‘한전의료재단 출연안’에 대해 유일하게 반대 의사를 표시해 100% 찬성 몰표 완성에 흠집(?)을 냈다.

또 다른 시장형 공기업인 한국가스공사와 한국지역난방공사 역시 이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한국가스공사의 사외이사 7인은 지난해 개최됐던 8차례의 이사회에서 개인 일정으로 불참을 했으면 했지 단 한번도 반대표를 행사하지 않았다.

한국지역난방공사의 사외이사 6인도 13차례 개최된 이사회에서 모두 다 찬성표를 던졌다. 다만 작년 6월30일 열렸던 제6회 이사회 의안 중 ‘온수냉방요금 조정’과 ‘2011년도 연구 및 기술개발 세부계획’, ‘난지물재생센터 바이오가스 집단에너지 활용사업’ 의안에 대해 사업 진행 상황을 이사회에 사후 보고토록 하는 등의 조건부 수정의결이란 성의(?)를 보였다.

민영화된 공기업과 금융기관, 지식경제부 산하 공기업은 대부분 공적 성격을 띈다. 포스코나 KT 등의 사외이사는 대부분 정권 창출 과정에서 공로가 큰 사람들에게 자리를 내준다. 금융기관 역시 IMF 이후 정부의 공적자금 지원으로 인해 정부의 입김이 강해 민영화된 공기업과 비슷하다. 민간 성격을 띈 이들 기업들의 상황이 이렇다보니 지경부 산하 공기업의 사외이사 자리는 정권에 따라 관련된 인사들에게 전리품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공기업의 대표격인 한국전력공사는 이명박 정권 인사를 2008년에 2명, 2009년 3명, 2010년 2명 등 가장 여러번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공기업의 한 관계자는 “공기업 경영의 투명성 제고와 경영진의 독단적인 이사 결정을 막기 위해 전문성 등을 겸비한 사람이 맡아야 할 사외이사가 그냥 자리를 만들어 월급주고 회의수당을 주기 위해 제도를 운영하는 것처럼 돼버렸다”며 “게다가 친정권 인사들이 많아 회의에 빠지거나 활동이 미약해도 주위 한번 주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 사외이사 검증할 길이 없다 = 올해부터 한국전력과 한국가스공사 등 지식경제부 산하 주요 공기업의 임원을 하려면 역량평가제를 거쳐야 한다. 최고경영자가 임원 선임시 문제 인식과 전략적 사고, 위기 대처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제도로 지경부는 관련 규정 개정에 착수했다.

하지만 역량평가제는 사내이사만 해당되는 경우고 사외이사는 제외다. 가뜩이나 사외이사의 경우 엄격한 기준으로 능력을 평가하지 않고 낙하산이나 CEO와의 사적인 관계에 따라 인사가 진행돼 전문성과 도덕성이 결여됐다는 평가가 많은데 이번에도 검증시스템을 마련하지 않았다.

지경부 관계자는 “사외이사의 경우 회사의 경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각계 각층의 전문가들이 다양한 시각을 갖고 회사의 경영에 대해 비판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라며 “또 사외이사란게 말 그대로 각 방면의 전문가들을 모셔오는건데, 한달에 한두번 열리는 이사회에 참석하는 걸 두고 역량을 평가한다고 하면 과연 누가 오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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