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수경의 세계로]난세의 유럽, 영웅 나올까

입력 2012-03-16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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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경 국제부 차장

‘난세영웅(亂世英雄)’이라는 말이 있다.

평화로울 때는 진가가 드러나지 않지만 전쟁 등 위기 상황이 발생했을 때 유난히 대처 능력이 뛰어난 인물, 영웅이 나타난다는 뜻이다.

재정위기로 경제난이 한창인 유럽의 한 켠에서는 영웅 만들기가 한창이다.

오는 6월 임기가 만료되는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회의) 의장, 이른바 ‘미스터 유로’ 자리를 꿰차기 위한 각국의 눈치작전이 벌어지고 있다.

현재 가장 유력한 후보는 핀란드의 지르키 카타이넨 총리다.

그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굳이 유로그룹 의장을 하고 싶지는 않지만 때가 되면 고려해 볼 수도 있다”고 함축적인 발언을 했다.

카타이넨 총리는 올해 40세로 아직 젊다. ‘소년’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외모도 동안에다 호남형이다.

게다가 2007년부터 2011년까지 핀란드의 재무장관을 맡으면서 리먼브러더스발 금융위기와 그리스발 재정위기의 파고를 무난하게 뛰어넘은 능력자로 평가받고 있다.

볼프강 쇼이블레(70) 독일 재무장관과 장 클로드 트리셰(70) 전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를 물리치고 최유력 후보로 떠오른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작금의 난세에 겨우 ‘불혹(不惑)’이 된 사람을 영웅으로 추대하는 것은 위험 부담이 크다고 본다.

유로존 17국의 재무장관 회의를 이끄는 유로그룹 의장의 존재는 특히 그렇다.

각국 재무장관들보다 한층 뛰어난 입장에서 중채무국 지원과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유로안정화기구(ESM) 강화 등 중요 결정을 이끌어낼 수 있는 지도력은 물론 유로존 각국의 복잡한 이해관계를 조정할 수 있는 수완도 요구된다.

카타이넨 총리가 연령 미달이어서 미스터 유로로서의 자격이 불충분하다는 것은 아니다.

그가 그 자리에 오르기에는 나이 외에도 걸림돌이 적지 않다는 점이 걸린다.

EU 집행위원회(EC)의 올리 렌 경제통화담당 집행위원도 핀란드 출신이다. 인구 530만명인 작은 나라에서 유로존 요직을 독점하는 데 대한 반발이 나올 것은 뻔하다.

그가 유로존의 나눠먹기식 인사 관행의 가담자로 오해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유럽에서는 오는 5월 ECB 이사 자리와 7월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총재 자리, 7월 ESM 수장 자리가 공석이 된다.

현재 이 자리는 스페인과 독일 등이 꿰차고 있다. 후임으로는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이 노리고 있다.

유로그룹 의장직은 이외의 국가에서 나와줘야 어느 정도 구색이 맞춰지는 셈이다.

하지만 현대 난세영웅의 최후는 쓸쓸하다. 못하면 쪽박이요, 잘해야 본전이다.

작년 10월 말 물러난 트리셰 ECB 총재가 그랬고, 지난 12일 유럽 정상회의를 마친 장 클로드 융커 의장의 기자회견 장면도 노장의 쓸쓸한 퇴장으로 비쳐졌다.

그는 회견에서 “의장은 소신이 있어야 하고 유로존 동서남북의 다양한 입장에 적극 귀를 기울여야 한다”며 “그리스 사태를 만나 수 없이 초조함과 실망을 경험했다”며 7년여의 임기를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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