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 상위계층이 점령한 특목고, 명문대도 접수하다

입력 2012-03-08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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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고생은 성적 걱정 말고 우리 학교에 지원해도 됩니다. 내신점수가 좋지 않다고 지레 겁먹지 말고 자신을 갖고 지원하세요. 좋은 결과가 있을 겁니다.”

경북 구미에서 외국어고등학교를 졸업한 박상일(24·남·가명)씨가 고교재학시절 학교에 방문한 K대 입학홍보담당자로부터 들은 조언이다. 박 씨에 따르면 K대 외에도 많은 서울지역 유명대학 담당자들이 학교를 찾아와 설명회를 열고 비슷한 말을 했다. 박 씨는 현재 ‘명문’으로 불리는 S대학교 경제학과에 재학 중이다.

상위권 대학들이 특목고 출신 학생을 공공연하게 선호하면서 소위 ‘명문대’ 학생 중 외고·과학고 등 특목고 출신의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고교입시 결과가 대학진학을 어느 정도 결정하고 있는 셈이다. 더욱이 특목고의 경우 고소득층 자녀의 비율이 많다는 점에서 부모의 소득이 학생의 가방끈을 좌우하는 경향이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

대학정보 공시 사이트인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상위권으로 분류되는 대학은 대부분 특목고 출신 비율이 눈에 띄게 높았다. 서울대와 연세대의 경우 각각 신입생의 27%가 특목고 출신이었고 이화여대는 28.9%였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신입생은 58.7%가 특목고 출신이고 서강대는 외고·국제고 출신자 비율이 21.9%로 전국 4년제 대학 가운데 가장 높았다.

이 같은 경향은 주관적 평가가 이뤄지는 입학사정관제 등 수시전형에서 두드러졌다. 지난 해 수시모집에서 205개 고등학교 가운데 100명당 합격자수 상위 30곳을 산출한 결과 1위부터 9위를 특목고가 차지했다. 특히 외고 6곳과 국제고 1곳의 100명당 합격자 수 평균은 26명으로 일반고 평균 1.29명의 20배를 기록했다.

현재 과학고·외고·국제고·자립형 사립고 등의 학생 수는 전체 고교생의 2.5%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각 대학에서 이 학생들이 차지하는 비율이 평균 30%에 달하는 것은 특목고 학생들이 일반적인 고등학생보다 많게는 13~14배까지 상위권 대학 진학률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때문에 특목고에 들어가기 위한 경쟁도 치열해 대입 못지 않은 입시전쟁이 생겨나기도 한다.

지난 달 25일 연세대 대강당에서 열린 하늘교육의 ‘특목고 및 일반고 선택전략 설명회’에는 3000여명의 학부모가 몰려 대입 설명회를 방불케 하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전까지 특목고 입시가 최상위권 학생들의 경쟁이었다면 자사고 등장으로 고교 입시는 중상위권 학생들로까지 경쟁이 확대된 상황. 중학생은 물론 초등학생도 고입제도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등 입시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박경양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 정책위원은 특목고에 진학하는 학생들은 타고난 영재가 아니라 초등학교부터 사교육으로 길들여지고 잘 훈련된 학생들이 들어가는 공간이 됐다고 지적한다. 그는 “특목고 정책은 상위계층의 교육적 수요를 위한 정책이 됐다”며 “특목고생이 대학입학전형에서 특혜를 받지 않도록 교육부에서는 관리 감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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