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W 저가발행 규제 ‘뜨거운 감자’

입력 2012-02-21 10:30 수정 2012-02-22 0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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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사의 경우 1개월 가중산술평균주가 등 까다로운 규제 문제는 비상장사, 상법으로만 규제..BW 가액을 자의로 정할 수 있어

신주인수권부사채(BW)의 발행을 통한 기업지분의 저가 취득 논란이 끊이지 않으면서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법적인 규제의 강화에는 한계가 있어 BW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BW는 발행 후 소정의 기간이 지나면 미리 정해둔 행사가격에 주식을 인수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채권이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회사채보다 낮은 금리에 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 좋고 채권자의 입장에서는 채권수익과 주식의 시세차익을 동시에 노릴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다.

한편으로는 회사의 대주주나 경영진이 BW의 신주인수가격을 시장가치보다 현저히 낮게 잡아 헐값에 기업의 지분을 늘리는 수단으로 악용하는 부작용도 나타났다. 대표적 사례가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의 삼성SDS BW 취득이다. 지난 1999년 삼성SDS는 이사회를 통해 주당 신주인수가를 7150원으로 책정하고 321만여주의 BW를 발행해 이 사장에 넘겼다.

이 사장은 BW의 행사로 삼성SDS 주식 8.81%를 확보, 개인으로서는 최대주주에 올라섰다. 삼성 특별검사팀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등을 기소하면서 산정한 삼성SDS의 BW의 적정가는 5만5000원. 대법원을 거친 파기환송심에서 적정가가 1만4230원으로 내려가긴 했지만 이 회장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 등으로 집행유예에 벌금 1100억원까지 선고받았다.

이 사장이 적정주가의 반값에 삼성SDS의 BW를 매입할 수 있었던 이유는 비상장기업의 BW 행사가액의 경우 금융위원회의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증발공)의 규제를 받지 않고 상법의 적용을 받기 때문이다. 증발공에서는 기업이 전환사채(CB)나 BW 발행 시 그 가액은 이사회결의일 전일을 기준(기산일)으로 △1개월 가중산술평균주가 △1주일 가중산술평균주가 및 최근일 가중산술평균주가를 산술평균한 가액 등을 소급 산정한 금액 중에서 높은 것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최대한 시장가를 반영해 BW 인수자의 부당이익이나 주가희석으로 인한 기업, 다른 주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취지다.

이에 비해 비상장기업의 경우 상법을 따르기 때문에 정관에서 정한 방법이나 이사회를 통해 BW 가액을 자의로 정할 수 있다. 상장이 돼 있지 않다보니 주주들에 대한 보호장치가 상대적으로 미흡하게 형성돼있는 것이다. 다만 ‘주주 이외의 자’(제3자)에 대한 신주 배정은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로 한정토록 2001년 상법 조항이 신설되면서 편법 상속이나 경영권 방어의 수단으로 BW를 이용하기는 어려워진 측면이 있다.

그러나 ‘경영상 목적’은 애매한 개념이기 때문에 BW의 저가발행으로 인한 지분인수 시비는 계속되고 있다. 최근에는 안철수연구소의 최대주주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삼성전자 이 사장과 같이 헐값으로 BW를 인수해 지분을 늘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1999년 BW 발행 당시 비상장기업이었던 안철수연구소를 회계법인이 평가한 적정주가는 3만1976원이었다. 안 원장은 이 보다 오히려 더 비싼 5만원에 BW를 인수했다는 이유로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의견이 다수이긴 하지만 뭔가 찜찜한 기분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비상장기업의 저가 BW 발행을 통한 편법적 지분 불리기를 법적으로 규제하기는 만만치 않다. 비상장된 모든 기업을 단속하는 것은 불가능할 뿐 아니라 자칫 벤처기업 등 뛰어난 기술력을 가진 기업의 훌륭한 자금조달 수단을 봉쇄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개혁연대 관계자는 “법과현실의 괴리로 인해 허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제도적으로 보완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대한 규제를 강화할 경우 기업 자금조달의 숨통을 막아버리는 결과나 나타날 수 있다”며 금융감독원 등 감독당국의 철저한 단속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은 통제할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차별적인 단속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호소했다. 김영진 금감원 기업금융제도팀장은 “법적인 근거 없이 단속에 나설 수는 없는데다가 수십만 개에 달하는 비상장법인을 모두 단속한다는 것은 물리적으로도 불가능하다”며 “비상장기업의 상장을 유도해 사회적 책임을 높이거나 자율적인 점검이 이뤄지도록 공시제도를 강화하는 방법 외에는 뾰족한 대책이 나오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거래소 공시제도과의 하성진 변호사는 “비상장기업은 상법에서 제3자배정에 대한 제한을 두고 있긴 하지만 각 기업마다 사정이 다르기 때문에 이를 일률적으로 판단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상장기업과 같이 BW 발행가액을 제한하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지만 폐쇄적인 비상장기업의 특성상 그 정도까지의 규제는 불필요하다는 게 입법자의 시각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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