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실습생은 괴롭다 ‘하루 14시간 중노동, 욕 먹고 성희롱까지’

입력 2012-02-15 10:49 수정 2012-02-15 10:50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10명 중 4명 전공과 무관한 실습, 교육적 목적 퇴색

기업체에 파견돼 근무하는 특성화고 3학년 학생들이 장시간 근로와 저임금에 시달리는 등 근무조건이나 환경은 열악하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또 학생 10명 중 4명은 학교에서 배운 전공과 무관한 실습을 하고 있었다.

지난해 12월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에서 현장실습을 받던 고교생이 뇌출혈 사고로 쓰러진 것도 이 같은 열악한 근무조건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노동환경건강연구소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특성화고 3학년 실습생 10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실습 학생의 노동시간은 하루 평균 9.2시간에 달한다. 주당근로시간은 49.6시간으로 성인 상용직 주당근로시간 44.4시간보다도 5.2시간 더 길었다.

심지어 하루 14시간, 주 84시간, 월 야간노동시간 154시간, 휴일노동시간 176시간, 잔업시간 100시간의 살인적인 근무를 하는 학생도 있었다.

이 같은 무리한 근무를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는 버려진 채 방치돼 있었다. 현행법상 실습 전 기본적인 노동법 교육이 이뤄져야 하지만 노동법·산재예방·성희롱 교육을 받은 경우는 45~65% 불과했다. 실습 시작 전에 표준계약서를 제대로 체결한 경우는 10명 중 4명에 그쳤다.

게다가 실습을 통한 교육적 목적도 퇴색하고 있었다. 응답한 학생의 38.8%는 자신의 전공과 무관한 곳에서 일을 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학교가 학생을 파견하는 기준은 학생 희망을 중시하는 경우가 54.8%로 가장 많았지만 기업체의 요구에 맞춘다는 응답도 24%나 됐다.

실습생들이 인격적인 무시를 받는 경우도 많았다. 학생들 중 18.3%는 폭언을 들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고 5.8%는 폭행을 당했다고 답했다. 심지어 전체의 3.8%는 성적인 희롱을 당했다고 답했다. 5%는 작업 중 사고를 경험했으나 산재보험으로 치료받은 경우는 없었다.

실습학생들은 평균적으로 월 124만원이었다. 가장 많이 받는 학생은 230만원을 받는 반면 한 달 월급이 70만원에 그치는 등 개인차도 컸다. 실습생이 파견되는 산업체 중에는 시행령상 실습근무를 파견할 수 없도록 규정된 10인 미만 영세 사업장 비율이 23%에 달했다.

임상혁 노동환경연구소장은 “현장실습은 그 교육적 목적을 상실한 노동과정으로 전락해 학교는 학생들의 교육받을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며 “학생들은 전공과 상관없이 단순 노동인력을 제공하는 수단이 됐다”고 꼬집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이와 관련 학생과 교직원을 대상으로 산업안전·보건 및 근로기준법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김환식 교과부 직업교육지원 과장은 “현장실습 관련 교육 강화 등에 7억원 이상의 예산을 확보해 놨다”며 “2월말 쯤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생일 축하해” 루이바오·후이바오의 판생 1년 [해시태그]
  • '풋살'도 '요리'도 재밌다면 일단 도전…Z세대는 '취미 전성시대' [Z탐사대]
  • "포카 사면 화장품 덤으로 준대"…오픈런까지 부르는 '변우석 활용법' [솔드아웃]
  • 단독 삼정KPMG·김앤장, 금융투자협회 책무구조도 표준안 우협 선정
  • 4인 가구 월 가스요금 3770원 오른다…8월부터 적용
  • 주말 내내 ‘장맛비’ 쏟아진다…“습도 더해져 찜통더위”
  • 코스피, 삼성전자 깜짝 실적에 2860선 마감…연중 최고
  • 고꾸라진 비트코인, '공포·탐욕 지수' 1년 6개월만 최저치…겹악재 지속 [Bit코인]
  • 오늘의 상승종목

  • 07.05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82,938,000
    • +2.46%
    • 이더리움
    • 4,371,000
    • +2.49%
    • 비트코인 캐시
    • 488,800
    • +4.92%
    • 리플
    • 638
    • +4.76%
    • 솔라나
    • 204,200
    • +6.47%
    • 에이다
    • 529
    • +5.8%
    • 이오스
    • 744
    • +8.45%
    • 트론
    • 185
    • +1.65%
    • 스텔라루멘
    • 129
    • +4.88%
    • 비트코인에스브이
    • 53,250
    • +5.34%
    • 체인링크
    • 18,750
    • +6.29%
    • 샌드박스
    • 433
    • +8.25%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