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ck Blog]펀드매니저의 ‘닳아빠진 구두굽’

입력 2012-01-10 10:38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인터뷰요? 제가 사무실에 있는 시간이 딱 30분 정도 밖에 안돼서요. 금방 끝내주실수 있나요?”

그는 대형 증권사 애널리스트에서 펀드매니저로 이직한지 1년도 채 안된 ‘신출내기’다. 인터뷰 약속을 잡으려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그의 반응은 한마디로 도도 그 자체였다. 수화기 넘어로 들려오는 말투에는 겸손함이 뭍어있었지만 대화의 요점은 ‘난 시간이 없다. 인터뷰 하고 싶거든 내 스케쥴에 맞춰라’였다.

이같은 그의 태도는 ‘새내기 매니저가 무엇 때문에 저렇게 바쁠까?’란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그의 첫 모습은 의외로 단정하고 깔끔했다. 바쁜 일상에 지쳐 와이셔츠 단추 한개쯤 풀어 헤치고 모양이 잡히지 않은 넥타이도 느슨하게 매여 있을 것이란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머리카락 한 올까지도 정갈하게 빗어 넘긴 모습은 사소한 실수도 용납할 것 같지 않았다.

자리에 앉자마자 그에게 인터뷰에 1시간도 내어줄 수 없는 이유에 대해 물었다. 그는 한치의 망설임 없이 탐방때문이라고 답했다. 이번주 방문해야 할 중소기업체가 수십군데가 넘기 때문에 시간을 쪼개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이다.

물론 펀드매니저들의 주된 일과 중 하나가 기업탐방이란 것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그의 탐방 스케쥴은 지금껏 만나본 매니저들보다 더 빼곡했다.

그를 움직인 힘은 무엇이었을까. ‘사람들이 흔히 알고 있는 정보는 소식에 불과하다. 질(質) 좋은 정보는 귀가 아닌 발에서 나온다’란 확신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의 믿음이 생긴 때는 몇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애널리스트 시절 중소형주 가운데 몇 종목을 골라 모 펀드매니저에게 추천했었다. 그러나 그 매니저는 시가총액이 너무 작아 수익률에 기여하지 못할 것이란 이유로 편입을 거절했다고 한다. 그때 그는 속으로 ‘당신이 만약 회사 관계자들과 만나 몇마디만 나눴어도 이 종목들을 버리는(?)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개탄하고 펀드매니저가 된다면 탐방을 제1원칙으로 삼겠다고 다짐했다. 그가 추천했던 종목들의 시가총액이 2년새 10배나 불어났으니 그의 믿음이 허상이 아니라는 것은 입증된 셈이다.

그의 믿음은 정보의 풍요 속 빈곤만을 탓하며 비대칭성을 한탄하고 있는 주식시장에 작은 깨달음을 주기 충분했다. 우직하게 원칙을 지켜나가고 있는 ‘신출내기’ 펀드매니저는 오늘도 닳아빠진 구두굽을 간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용돈·손님맞이·잔소리…"추석 오히려 스트레스" [데이터클립]
  • 청년이라면 자격증시험 반값 할인, '청년 국가기술자격시험 응시료 지원'[십분청년백서]
  • 0-0 팔레스타인전 졸전…홍명보 야유에 이강인 "100% 믿어, 안타깝다"
  • 7월 경상수지, 91억3000만 달러 흑자…동기간 기준 9년來 최대
  • 美, 양자 컴퓨터 등 수출 통제 임시 최종 규칙 내놔…한국, 허가 면제국가서 제외
  • 백악관서 러브콜 받는 '핑크퐁'…글로벌 웹툰도 넘본다 [K웹툰, 탈(脫)국경 보고서⑨]
  • ‘43만 가구’ 공급 폭탄은 불발탄?…한 달 새 강남 아파트값 1% 넘게 올랐다[8.8 대책 한 달, '요지부동' 시장①]
  • ‘김건희 명품백’ 검찰 수심위 개최…어떤 결론이든 논란 불가피
  • 오늘의 상승종목

  • 09.06 09:16 실시간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76,317,000
    • -3.12%
    • 이더리움
    • 3,220,000
    • -3.25%
    • 비트코인 캐시
    • 417,300
    • -2.48%
    • 리플
    • 739
    • -2.51%
    • 솔라나
    • 175,800
    • -2.98%
    • 에이다
    • 442
    • +1.14%
    • 이오스
    • 631
    • +0.48%
    • 트론
    • 204
    • +0.49%
    • 스텔라루멘
    • 122
    • -1.61%
    • 비트코인에스브이
    • 61,500
    • -0.08%
    • 체인링크
    • 13,600
    • -3.41%
    • 샌드박스
    • 332
    • -2.06%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