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세 최고구간을 신설해 최고세율을 적용하는 이른바 ‘한국판 버핏세’가 국회를 통과했다.
국회는 2011년 마지막 날인 31일 밤 본회의를 열어 ‘3억원 초과’라는 소득세 최고구간을 신설하고 38%의 최고세율을 적용한 ‘소득세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이번 소득세법 개정안의 통과로 한나라당에선 세수입이 7700억원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본회의 개최 3일 전만 해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는 소득세 최고구간 신설 내용이 빠진 채 세법 개정안이 의결됐다. 한나라당의 수장인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자본이득 과세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어서였다.
그러나 한나라당 조문환 의원, 민주통합당 이용섭 의원을 비롯한 여야 의원 52명이 ‘2억원 초과’ 구간을 신설해 38% 최고세율 적용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이틀 후인 30일 본회의에 갑자기 제안했고, 이에 동의하는 의원들이 늘기 시작했다.
이에 한나라당은 31일 본회를 몇 시간 앞두고 의원총회를 열어 최고구간을 ‘2억원 초과’에서 ‘3억원 초과’로 늘린 안을 당론으로 확정하고 소득세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것이다. ‘박근혜가 여론전에 밀렸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박 위원장 뿐 아니라 정부도 소득세 최고구간 신설에 대해 정책의 일관성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부정적인 의사를 여러 차례에 걸쳐 밝혀왔다.
특히 이번 소득세법 개정안은 소득세ㆍ법인세 최고세율 인하철회, 법인세 중간구간 상한선 조정 등과 함께 정부의 ‘감세기조’를 뿌리 채 흔드는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또 고소득자의 세금부담이 커지면서 개입사업자와 법인사업자 간 과세 형평성 문제도 대두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개인사업자는 과세표준이 3억원을 넘는 소득의 38%를 세금으로 내지만, 법인사업자는 법인세법에 따라 3억원 초과하더라도 200억원 이하이면 20%의 세율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이번 소득세 최고구간 신설은 총선과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정치권의 경쟁적인 부자증세 논의에 불을 붙이는 계기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조만간 박 위원장이 관심을 보인 자본차익에 대한 과세 논의가 본격화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여야 사이에선 현재 소득세 뿐 아니라 금융 등 자본소득에 대한 과세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어 박 위원장이 불쏘시개 역할을 한다면 충분히 여야 합의가 이뤄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