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탐욕’ 여론에 전전긍긍

입력 2011-10-17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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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당자제·유보금 확충 등 비판 잠재우기 고심

무작정 때리기에 “사실과 다른데…”볼멘소리

“하루하루가 가시방석입니다. 연봉과 보너스가 알려진 것과 다르고 금융회사들이 탐욕스러운 것도 아닌데 무작정 때리니 변명조차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지금까지 규제해 온 금융당국까지 제동을 건다고 하니 정말 마음만 아플 뿐입니다.”(A 금융회사 고위 임원)

금융회사들이 탐욕에서 벗어나라는 여론의 압력이 거세지면서 전전긍긍하고 있다. 배당자제, 유보금 확충, 카드사 중소가맹점 수수료 인하 등에 나서고 있지만 금융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일부 증권사는 1년 순이익의 30%를 사주 일가에 주고 있고, 4대 금융지주사들도 순이익의 20% 가까운 배당을 실시해 유럽 재정위기와 미국의 경기침체로 글로벌 경제상황이 불투명해지는데도 이에 대한 대비가 소홀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실제로 최근 5년간(2006∼2010회계연도) 금융권의 배당성향은 25.9%로 전체 평균인 20.3%를 웃돌았다. 배당성향은 당기순이익에 대한 현금배당액의 비율을 말한다. KB·우리·신한·하나 등 4대 금융지주사의 이 기간 배당금은 총 3조8000억 원으로 5년간 순이익의 17.5%에 이르렀다.

대우·삼성·현대·우리투자·한국투자증권 등 5대 증권사 역시 최근 5년간 순익(5조6000억 원)의 32.4%(1조8000억 원)를 배당금으로 줬다. 우리투자증권은 배당액이 순익의 44.1%로 가장 많았다.

이에 따라 금융회사들이 ‘탐욕’이란 이미지를 벗어나기 위해 고액 배당을 자제하고 내부유보금을 확충하는 등 자체 노력 중이다.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유럽 재정위기가 1~2년 이상 이어질 확률이 높다”며 “내부유보금과 대손충당금을 많이 쌓고 배당은 지난해 수준으로만 하겠다”고 말했다. 고액 배당 자제 의사를 분명히 한 것이다.

다른 금융지주사들도 배당 규모를 줄이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은 “예금보험공사가 양해해주면 배당보다는 유보를 하고 싶다”며 배당을 줄이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예보는 우리금융의 지분 56.97%를 보유한 대주주다. KB금융 관계자도 “(외국인 주주에게) 올해만큼은 참아달라고 설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드사들 역시 올해 사상 최대의 수수료 수입을 챙길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고객과 가맹점들의 불만 해소를 위해 수수료율을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일부 대형 카드사들이 영세가맹점과 중소가맹점의 수수료율을 낮추고 인하된 수수료를 적용받을 수 있는 중소 카드가맹점을 20만곳 가량 늘리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며 “카드사 마다 차이는 있지만 수수료율을 평균 0.2%포인트 정도 내리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으며 조만간 대책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융권 일각에선 올해 은행 순익이 사상최대인 20조원에 육박하고 있는 것에 대해 탐욕스럽다는 비판을 하고 있지만 특수한 시기로 현실과 다르다는 주장도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금융권 한 고위 관계자는 “올해 기업 구조조정이 대부분 마무리돼 은행으로서는 추가로 대손충당금을 쌓을 게 없고, 현대건설 매각이익과 같은 특별이익까지 겹친 결과”라고 말했다.

이어 “금융권의 연봉이나 보상이 중소제조업에 비해 확실히 높지만 삼성 등 대기업에 비해선 절대 높지 않은데다 금융당국의 규제로 인해 과도한 성과급도 쉽지 않은 것이 (금융권의)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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