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투자상품의 ‘베스트셀러’ 그룹주펀드가 고전하고 있다. 그룹주펀드가 대거 담고 있던 대형IT 및 ‘차화정(자동차, 화학, 정유)’이 외국인들의 차익실현 매물에 된서리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16일 제로인에 따르면 설정액 10억원 이상의 58개 삼성그룹주펀드의 1개월 평균 수익률은 14일 기준 -2.13%를 기록하고 있다. 같은기간 국내주식형펀드 수익률이 0.02%임을 감안하며 초라한 성적이다. 3개월(-16.61%), 6개월(-13.17%), 1년(-6.83%) 등 중장기 성적 역시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한화그룹주펀드(-2.35%)와 LG(-1.55%) 등도 한달간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며 시장평균을 크게 하회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주펀드(1.04%)와 SK그룹주펀드(1.71%) 등은 일부 편입종목 선전에 힘입어 양호한 성적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승승장구’ 하던 그룹주펀드가 시장수익률 마저 하회하고 있는 것은 펀드에 담겨 있는 대형IT와 ‘차화정’이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에 고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수익률이 가장 저조한 삼성그룹주펀드는 삼성전자를 10% 이상 담고 있다. 삼성전자 D램 가격 하락으로 지난 8월 한달간 14% 이상 급락한 것이 수익률에 악영향을 미쳤다. 여기에 유로존 신용경색 우려감에 삼성증권과, 삼성카드, 삼성생명 등 금융주들이 약세를 보인 것도 부담을 더했다.
LG그룹주펀드는 LG화학이 걸림돌로 작용했다. LG화학은 실물경기 둔화 우려로 국제 유가가 하락하면서 실적 악화가 불가피할 것이란 불안감에 지난달 24%나 급락했다.
그러나 이같은 수익률 부진에도 불구하고 자금은 꾸준하게 들어오고 있다. 실제 지난달 전체 그룹주펀드로 5492억원에 달하는 자금이 들어왔다. 같은기간 국내중식형펀드로 2조7767억원이 순유입됐음을 감안하면 1/4.5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 가운데 절반 가까운 2096억원이 수익률이 가장 저조한 삼성그룹주펀드로 유입됐다.
글로벌 경기부양책 공조에 따른 대형주들의 반등 기대감이 높아진 가운데 상대적으로 운용 스타일이 명확하고 압축포트폴리오 성격을 지니고 있는 그룹주펀드 매력이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제로인 신건국 연구원은 “저평가된 대형주들에 대한 반등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다양한 업종에 분산투자할 수 있다는 점이 투심을 자극하고 있다”며 “3년이상 등 장기성과는 양호하기 때문에 운용능력이 검증 받은 것도 한 몫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