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가스관 협상 '모스크바 3자회동' 초읽기

입력 2011-09-14 21:34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남북 실무대표 동시 방러…정세변화 돌파구 주목

가스관 연결사업을 둘러싼 남·북·러 사이 협상이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그동안 3국 정상 차원에서 공감대를 형성해온 이번 사업이 점차 실무차원의 협상으로 구체화해가는 양상이다.

특히 남·북의 실무 총책임자들이 동시에 러시아를 방문함으로써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를 무대로 '3자회동'이 성사될 가능성이 초미의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우선 우리 측 주강수 한국가스공사 사장이 14일 모스크바를 방문한 것이 협상의 물꼬를 트는 계기점이 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는 이명박 대통령이 추석 전인 8일 방송좌담회를 통해 이번 사업에 확실한 힘을 실어주고 "생각보다 빠르게 (논의가) 진행될 것"이라고 밝힌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의미가 더욱 각별해 보인다는 게 외교가의 평가다.

특히 주 사장은 이 대통령이 1990년대 초 현대건설 회장 시절 구소련 정부와 가스관 사업과 관련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당시 현대종합상사 상무로서 실무를 도맡았던 인물이다.

이 대통령의 의중을 가장 정확히 읽고 사업방향 설정과 함께 실무협상을 진행할 수 있는 핵심 인사라는 평이 나온다.

일단 이번 방문은 공식 협상과 합의 도출을 목적으로 하기보다는 러시아의 사업구상과 북측의 동향을 파악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으나 단순한 실무접촉 차원을 넘어 어느 정도 '알맹이 있는' 협상으로 연결될 수도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그동안 가스공사와 러시아 측 카운터파트인 가즈프롬은 수차례 실무협상을 진행하며 접점을 모색해왔기 때문이다.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은 이날 출입기자들과의 티타임에서 "러시아가 적극적으로 나오고 있으며 북한도 크게 반대하고 있지 않다"면서 "빠른 진전이 있을 가능성이 있으며 앞으로 실무적인 내용은 가스공사가 맡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장의 방러와 거의 동시에 북한의 에너지 부문을 총괄하는 김희영 원유공업상이 13일 러시아를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김 원유공업상의 방러 사실을 보도하면서 구체적인 배경은 밝히지 않았으나 정부 소식통은 남ㆍ북ㆍ러 가스관 건설사업을 논의하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가스공사와 원유공업성, 가즈프롬은 오래전부터 가스관 사업을 추진해온 주체들로서, 이들 기관의 대표격인 인물들이 같은 시기에 러시아에 머물게 됨에 따라 '3자회동'이 이뤄질 가능성이 매우 큰 것으로 외교가는 보고 있다.

주 사장은 지난달 초 러시아를 방문했을 때 가스관 사업의 러시아측 실무자인 알렉산드르 아나넨코프 가즈프롬 부사장을 만났으며, 김 원유공업상도 지난 7월 초 평양에서 아나넨코프 부사장과 회담했다.

이번 가스공사-가즈프롬 차원의 접촉은 다음달 24~25일 서울에서 열리는 한·러 경제공동위원회로 이어지며 가스관 협상에 가일층 탄력을 붙일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측에서는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러시아 측에서는 빅토르 바사르긴 지역개발부 장관이 수석대표로 참석한다.

바사르긴 장관은 북·러 경제공동위 위원장을 맡아 지난달 말 북한 측과 경제공동위원회를 가졌고 그 자리에서 가스관 연결사업과 관련한 협상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이번 한·러 경제공동위원회는 장관급에서 가스관 사업을 논의하는 모멘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외교가에서는 오는 19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제21차 한국·러시아 지역국장협의회도 이 같은 협상과 일정한 연계성을 띠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있으나 외교당국자들은 "무관하다"고 밝히고 있다.

11월은 이번 가스관 협상이 중요한 분수령을 맞는 시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명박 대통령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이 11월 초·중순 모두 세 차례 회동할 기회가 있으며 이중 한차례 양자 정상회담을 열 가능성이 크다는 게 외교소식통들의 관측이다.

두 정상이 만나는 계기는 11월 3~4일 프랑스 칸에서 열리는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와 12~13일 미국 하와이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그리고 18~19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는 동아시아정상회의(EAS)다.

이에 따라 양국 정상이 가스관 사업과 관련해 원칙적 수준의 합의만 하더라도 전반적인 협상 흐름은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북핵 6자회담 재개 흐름이 교착되는 가운데 남·북·러 가스관 협상이 정세변화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외교가에서 고개를 들고 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생일 축하해” 루이바오·후이바오의 판생 1년 [해시태그]
  • '풋살'도 '요리'도 재밌다면 일단 도전…Z세대는 '취미 전성시대' [Z탐사대]
  • "포카 사면 화장품 덤으로 준대"…오픈런까지 부르는 '변우석 활용법' [솔드아웃]
  • 단독 삼정KPMG·김앤장, 금융투자협회 책무구조도 표준안 우협 선정
  • 4인 가구 월 가스요금 3770원 오른다…8월부터 적용
  • 주말 내내 ‘장맛비’ 쏟아진다…“습도 더해져 찜통더위”
  • 코스피, 삼성전자 깜짝 실적에 2860선 마감…연중 최고
  • 고꾸라진 비트코인, '공포·탐욕 지수' 1년 6개월만 최저치…겹악재 지속 [Bit코인]
  • 오늘의 상승종목

  • 07.05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82,185,000
    • +2.44%
    • 이더리움
    • 4,339,000
    • +2.05%
    • 비트코인 캐시
    • 480,900
    • +3.66%
    • 리플
    • 637
    • +5.12%
    • 솔라나
    • 202,200
    • +5.09%
    • 에이다
    • 530
    • +5.16%
    • 이오스
    • 741
    • +7.86%
    • 트론
    • 184
    • +2.22%
    • 스텔라루멘
    • 127
    • +4.96%
    • 비트코인에스브이
    • 53,200
    • +5.98%
    • 체인링크
    • 18,600
    • +5.62%
    • 샌드박스
    • 434
    • +7.43%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