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우리·신한·하나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소호로 분류되는 대출잔액은 86조791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같은 기간 이들 은행의 가계대출(277조157억원)의 30%가 넘는 수준. 가계대출에 포함된 개인사업자들의 기업운영자금용 대출금액을 고려한다면 실제 소호대출 규모는 더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소호는 ‘Small Office Home Office’의 줄임으로 소규모 자영업을 뜻한다. 그러다 보니 대출과정에서도 대출자들의 기준이 모호한 경우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보통 개인사업자 등록증을 기준으로 서류를 소지한 개인대출자들에겐 소호대출이 허용된다. 그러나 사업규모가 클 경우 재무제표까지 제출해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다수의 개인사업자들이 가계대출을 택한다. 결국 대출의 주목적은 기업운영이지만 실제 은행에서 돈을 빌릴 때는 가계대출로 둔갑하는 셈이다.
한 시중은행의 주택기금 담당 부행장은 “자영업자들이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기업운영 자금으로 쓰는 경우가 많아 소호로 대출이 잡혀야 하는데 개인대출로 돌려지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현재 국내 자영업자수가 500만명을 넘긴 상황.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2008년 기준으로 한국의 자영업자 비중(31.3%)이 회원국 평균인 15.8%보다 두 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결국 자영업자들이 ‘가계대출 폭탄’의 주요인이 될 수 있다는 걸 시사하다.
문제는 소호대출을 명확하게 구분지을 수 있는 기준이 모호하다는 점이다. 대출자들 뿐만 아니라 은행에서도 개인사업자들의 대출 용도 관리가 불분명하게 실시되고 있다.
한 시중은행 여신기획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돈에 꼬리표가 없기 때문에 자금용도가 운전자금이면 기업자금으로, 생활자금이면 개인자금으로 구분될 뿐”이라고 말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은행들이 개인사업자 관리에 나서야 할 때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소호대출의 부실로 촉발될 수 있는 가계부채 문제를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경영상태가 좋지 않은 자영업자들이 주택담보대출이나 신용대출을 받아 일단 급한 불부터 끄는 경우가 많다”며 “가계대출 부실과 관련 자영업자들의 동향을 주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