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의 가리워진 독선?

입력 2011-09-05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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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준, 자서전 통해 비화 소개… 박근혜 “왜 저럴까”

“저도 속았고 국민도 속았다”

이 한마디로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는 국민에게 ‘피해자’로 각인됐다. 기형정당 친박연대의 탄생과 돌풍(14석), 친박계 무소속의 대거 당선(15석)은 필연적 결과였다. 가해자로 낙인찍힌 18대 공천파동의 핵심 3인방(이재오·이방호·정종복)은 야인으로 물러나야만 했다. ‘박근혜의 힘’이다.

이후 미디어법, 세종시 수정, 개헌 등 주요 사안마다 박 전 대표는 제동을 걸었다. 이명박 대통령과 그를 뒷받침하는 친이계는 박근혜의 벽에 가로막혀 한걸음도 나아가질 못했다. 이 과정에서 박 전 대표는 ‘신뢰’와 ‘원칙’의 대명사로 자리 잡았다.

국민은 박 전 대표를 여당내 야당 지도자로 차별화했다. 미디어리서치가 지난 6월 실시한 여론조사는 이를 극명하게 보여줬다. 박 전 대표가 차기 대선에서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정권교체로 본다’는 응답이 과반(50.1%)을 넘은 것이다.

한나라당은 지는 태양을 버리고 떠오르는 태양을 택했다. 황우여호 출범과 홍준표 체제의 배경엔 박 전 대표가 자리했다. 서울시장 선거를 목전에 둔 한나라당은 박 전 대표의 지원만을 읍소하고 있다. 원희룡 최고위원은 “후보 선정에 있어 박 전 대표의 재가 조건이 추가됐다”고 했다. 논란이 됐던 복지정책의 방향 역시 박 전 대표가 제시한 가이드라인대로 이뤄졌다.

피해자로 각인, 거칠 것 없던 대세론이 ‘독선’ 주장을 맞은 것도 이즈음이다. 간간히 “제왕적 총재보다 더한다”는 친이계의 불만이 제기됐으나, 구체적 정황을 통한 주장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 무차별적으로 박 전 대표를 공격하던 정몽준 전 대표은 4일 출간된 자서전을 통해 두 사람 간 얽힌 비화를 낱낱이 소개했다. 특히 2009년 9월 당 대표 취임 직후 박 전 대표와의 비공개 회동 일화는 박 전 대표를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 독선과 아집의 계파수장으로 깎아내리기에 충분했다.

“회동을 끝내고 나오는데 기자들이 10월 재보선에 박 전 대표가 도울 것인지를 물었고, 나는 ‘박 전 대표도 마음속으로는 우리 후보들이 잘되기를 바라지 않겠는가’라고 답했다. 박 전 대표는 항의했다. 한나라당 후보가 잘 되기를 바란다고 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왜 화를 내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화를 내는 박 전 대표의 전화 목소리가 하도 커서 같은 방에 있던 의원들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나를 바라보는 바람에 민망했다. 또 세종시특위 구성 문제로 박 전 대표와 통화했는데, 대화 내용을 의원들과의 회의에서 간단히 소개했다. 보도가 나오자 박 전 대표는 전후 사정도 따져보지 않고 대뜸 ‘전화하기도 겁난다’면서 나를 거짓말쟁이로 몰았다. 특히 박 전 대표는 갑자기 ‘허태열 최고하고 상의하세요’라고 높은 톤으로 소리를 질렀다. 마치 ‘아랫사람들’끼리 알아서 하라는 투로 들렸다.”

이에 대해 박 전 대표의 대변인 격인 이정현 의원은 5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해당자료를 근거로 “전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 의원은 오히려 “‘정몽준은 없나요’라고 되묻고 싶다”며 “정몽준의 비전과 정책, 국가와 당을 위해 헌신한 감동적 스토리는 눈을 씻고 찾아 봐도 없다”고 혹평했다. 책에 이름이 거론됐던 허태열 의원도 “자신의 입지를 세워보려는 노이즈 마케팅의 일환”이라면서 “저차원적 정략적 의도에서 비롯된 한심한 작태”라고 분노를 참지 못했다. 그러면서 “박 전 대표가 ‘(정 전 대표가) 왜 저럴까’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친박계를 제외한 한나라당 의원들은 정 전 대표의 정략적 의도가 다분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 하면서도 “중요한 것은 사실관계 여부 아니겠느냐”고 조심스레 입을 모았다. 수도권의 한 소장파 의원은 “피해자란 이미지 뒤에 실제 독선이 있었다면 국민적 눈이 달라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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