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위안부와 원자폭탄 피해자 문제 해결을 위해 일본과 한바탕 법률 싸움을 피할 수 없게 됐다.
30일 헌법재판소는 ‘일본군 위안부와 원자폭탄 피해자 문제의 해결에 정부가 외교적 노력을 다하지 않는 것은 위헌’이라며 재판관 6대 3 의견으로 결정을 내렸다.
이에 외교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헌법 재판소의 결정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일본측의 책임있는 대응을 계속 요구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관련 시민단체들은 “정부 책임을 명확히 규정한 결정”이라며 일제히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이번 헌재의 결정은 반인도적 범죄행위를 국가가 해결하라는 책임을 확실히 물은 것으로 1965년 한일협정 당시 해결하지 못한 부분을 정부가 나서 해결하라는 주문이라는 평가다. 1965년 한일협정에는 원폭과 위안부, 사할린 강제동원 문제가 빠졌고 조약 자체도 당시 민의를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계속돼 왔다.
앞서 위안부 피해자 109명은 지난 2006년 정부가 대일외교를 통한 문제 해결에 나서지 않아 행복추구권 침해를 당했다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냈다.
헌재가 법적으로 정부 책임을 규정한 만큼 일본 정부에 재협상을 적극 요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에 의해 법적 책임이 종결됐다고 주장하는 일본과의 법적 논쟁에 많은 시간이 소모된다며 직접 피해자에 대한 구제조치를 취해 왔다고 설명했다.
강제숙 한국원폭피해자 및 원폭 2세 환우 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운영위원장은 “정부가 문제 해결에 그간 미온적이었기 때문에 관련 재판에서 늘 ‘한일협정 당시 다 해결됐다’며 패소한 것”이라며 “피해자들이 대부분 고령인 것을 감안하면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김민철 민족문제연수소 연구원은 “지난번 정부에서도 ‘위안부 문제에는 일본 정부의 책임이 있다’고 분명히 밝혔으나 후속 조치가 전혀 없었다”면서 “양국 정부가 풀어야 할 문제라면 우리 정부가 속히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