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 특임장관의 한나라당 지도부 견제가 시작됐다. 당 복귀를 앞두고 기반다지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 장관은 4일 봉사활동을 위해 전남 구례를 방문해 기자회견을 갖고 “한나라당 지명직 최고위원은 호남과 충청에서 1명씩 두는 것이 당헌 취지와도 맞는 것으로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홍준표 대표는 최근 지명직 최고위원 두 자리 모두 충청권 인사를 내정하려다 반발에 부딪혀 임명을 미뤘다. 이런 상태에서 이 장관이 홍 대표가 잘못된 인사를 하고 있음을 대놓고 드러낸 것이다. “개인적인 생각”이라는 전제를 붙였지만, 정부 관료가 당 지도부의 고유권한인 인사 문제에 참견하는 것 자체가 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한 때 친이계(친이명박계)에 함께 몸담았다 사이가 틀어진 정두언 의원과도 요 며칠 독도 문제를 둘러싸고 트위터 공방을 벌였다. 정 의원 같은 경우 여의도연구소장이어서 지도부로 보기는 힘들지만 내년 총선 과정에서 여론조사를 관장하는 만큼 견제대상에 포함됐다는 분석이다.
정치권에선 이 장관의 당 복귀시기를 이르면 8월 중순에서 9월초로 보고 있다. 당 대권주자들이 본격적인 행보에 오르기 전에 자리를 잡을 것이라는 게 이유다. 아울러 9월 정기국회에서 친이계의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한 측면도 있다는 주장이다. 이 장관 역시 잠재적 대권주자로 분류된다. 이 장관은 사석에서 “대선 경선에 참여 하겠다”는 얘기를 종종 했다고 한다. 이미 오래 전 서울 모처에 사무실도 꾸려 운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장관은 사전에 친이계 전열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게 주변 관계자들의 얘기다. 이미 등을 돌렸거나 친이계에 남아 있는 사람들, 새로 영입이 가능한 인사들을 선별하고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과의 관계도 회복해 다시 한 번 세 결집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당의 한 관계자는 “이재오 장관은 최근에도 친이계 의원들과 식사 자리 등을 종종 함께 했다”며 “당에 복귀하면 곧바로 행보에 나서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