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모으고 싶으면 신용카드를 잘라 버리고 체크카드를 써라.”
20대, 30대를 타깃으로 한 재테크 서적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말이다. 자기가 가지고 있는 통장 잔고 내에서만 카드를 쓸 수 있기 때문에 과소비를 하지 않게 되고 자연히 소비를 줄일 수 있다는 논리다. 하지만 꼼꼼히 따져보면 절반은 틀린 이야기다.
신용카드는 단기 무이자 대출 상품이다. 단기로 자금을 운용하면서 발생되는 수익은 체크카드에서는 전혀 누릴 수 없는 혜택이다.
예를 들어 1일부터 30일까지의 이용금액을 합산해 15일에 결제하는 고객이 있다고 하자. 100만원을 1일 당일에 모두 신용카드로 결제해도 100만원은 자기 통장에 다음달 15일까지 45일 동안 머물러 있게 된다. 요즘 CMA 금리인 3%를 적용하면 그 45일 동안 발생되는 이자가 3700원이다. 이런 식으로 1년 동안 이자 수익을 모으면 4만4400원이 모인다. 신용카드를 쓰면 돈을 번다는 말이 이래서 생긴 것이다.
할인과 적립 혜택도 신용카드와 비교하면 상당히 떨어진다. 혜택의 폭이 신용카드의 절반 정도라고 생각하면 된다.
하지만 체크카드를 쓸 수 밖에 없는 경우가 분명 있다. 요즘 체크카드의 대표적인 주 이용층은 대학생이다. 직장이 없어 신용카드 발급이 어려운 케이스다. 신용카드를 쓰는 것보다는 혜택이 적지만 그래도 현금 지출보다는 낫다. 직장인들도 소득공제 혜택 때문에 체크카드로 옮겨가는 경우가 많다.
일단 체크카드는 은행 상품이 강하다. 보통예금 통장과 연동돼야 하기 때문에 삼성카드, 현대카드 등 기업계 카드사는 상대적으로 체크카드 상품이 약하다.
대표적인 체크카드 상품으로는 ‘KB 노리체크카드’가 있다. 대중교통 10%·GS25 5%·CGV 35%·패밀리레스토랑 20%·교보문고 5%·스타벅스 20% 등 오래된 신용카드 상품 못지 않은 혜택을 제공한다. 젊은층을 타깃으로 하다보니 혜택도 대부분 데이트 코스에 최적화돼있다.
비슷한 유형의 ‘우리V체크카드’는 영화관 3000원·놀이공원 최대 50%·패밀리레스토랑 10%·커피 전문점 20% 등으로 혜택이 상대적으로 적다.
또 이용실적이 카드 간에 합산되는 점을 이용해 ‘KB 스타체크카드’와 ‘KB 해피포인트체크카드’를 동시에 사용하는 고객도 많다.
신용카드는 포인트 적립형이 대세지만 체크카드는 할인형이 좋다. 포인트가 워낙 적게 쌓이기 때문에 포인트 적립 카드의 최대 장점인 포인트를 모으는 재미를 느끼기 어렵기 때문이다. 보통 체크카드는 포인트 대신 캐시백형이 많은 데 0.5% 정도의 적립률을 보인다. 100만원을 쓰면 5000포인트가 쌓인다는 의미다. 이 정도의 결제금액이라면 포인트 적립 신용카드는 1만 포인트 이상 쌓을 수 있다.
대표적인 포인트 적립형 체크카드로는 ‘신한 하이포인트(HI-POINT) 체크카드’가 있다. 최대 3%까지 포인트를 쌓을 수 있다. 하지만 이전 주력 체크카드 상품인 ‘러브(LOVE) 체크카드’에 있던 패밀리 레스토랑 20% 할인 등의 혜택이 사라진 점은 아쉽다.
SC제일은행에서 야심차게 내놓은 ‘두드림 체크카드’도 적립률 자체는 높지 않다. 이용금액의 0.5%다. 하지만 병원·약국 10%, 학원비 10% 등의 할인 혜택이 쏠쏠한 상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