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신라면 블랙'과 소비자 선택권

입력 2011-06-29 11:00 수정 2011-06-29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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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의신 유통경제부장

아내는 신라면 블랙이 싫다고 하고, 남편은 좋다고 한다. 아내가 블랙을 싫어하는 이유는 단 한가지, 우골국물이 느끼하다는 게 이유다. 반면 남편은 우골국물이 기존 신라면보다 부드럽게 넘어가서 좋단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아내는 신라면 블랙이 너무 비싸서 부담스럽다고 투정하고 남편은 가끔 이런 제품도 좀 먹어줘야 한다며 면박을 준다.

이 부부의 견해차가 심한 제품이 또 하나 있는데, 바로 섬유유연제다. 섬유유연제를 구입할 때 남편은 샤프란(LG생활건강)을, 아내는 한때 섬유유연제의 대명사였던 피죤을 선택한다. 남편은 샤프란의 향기가 피죤보다 더 낫다고 주장하는 반면 아내는 피죤을 한 빨래의 촉감이 더 부드럽다고 반박한다.

남편은 신라면 블랙을 한 동안 먹을 수 없었고, 아내는 한동안 피죤이 아닌 샤프란을 사용해야 했다. 동네 단골 수퍼마켓에서 신라면 블랙과 피죤을 들여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유는 이랬다. 입고 가격 때문이다. 피죤이 1분기에 가격을 너무 올려서 들여 놓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신라면 블랙 역시 마찬가진데, 가게 주인의 말을 빌면 “이렇게 비싼 걸 누가 먹겠냐”는 것이다.

남편이 신라면 블랙을 처음으로 맛본 건 5월 중순께였으니까 4월 15일 출시일로부터 근 한달만에 신라면 블랙을 식탁에서 구경할 있게 된 것이다. 아내가 빨래를 할때 피죤을 사용할 수 있게 된 것도 그 무렵이었다.

프리미엄 라면 블랙이 공격을 당하고 있다. 너무 비싼게 탓이란다. 공정위로부터 1억55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고 업체는 받아들였다. 공정위는 블랙의 편법, 불법 가격인상 여부를 파악한다며 소비자원까지 동원했는데, 이렇게 해서 내린 결론이 ‘신라면 블랙은 설렁탕이 아니다’였다.

가격인상의 편법, 불법성을 도출할 수 있는 인과관계는 찾아내지 못했다. 업체가 공정위의 제재를 두말 없이 받아들이면서도 가격인하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고 광고 문구만 수정하겠다는 것을 보면 공정위와 업체의 싸움에서 공정위가 이겼다고 보기는 어렵다.

공정위가 일부 시민단체와 정치인에게 공격을 받는 것은 이런 면에서 보면 당연한 귀결이다. 눈여겨 볼 것은 공정위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시중에서 신라면 블랙의 인기는 전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대형마트와 농심에 따르면 공정위 제재가 결정난 지난 27일 이후에도 신라면 블랙의 판매량에는 큰 차이가 없다고 한다.

공정위에 따르면 신라면 블랙은 출시 2개월여만에 175억원이나 매출을 올렸다. 통상 라면업계에서 신제품은 월 평균 매출 20억원 정도면 소위 ‘대박’이라고 하는 데, 이에 비추면 신라면 블랙은 말 그대로 ‘초대박’ 수준이다.

공정위의 ‘신라면 블랙 죽이기’는 결과적으로 실패한 작전이 되고 말았다. 가격을 내리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신라면 블랙은 이제 동네 수퍼 라면 매대 중에서도 가장 눈에 잘 띄고 가장 손이 잘 닿는 곳에 배치돼 있다. 공정위는 편법 가격인상이라며 제재를 가했지만 소비자들은 신라면 블랙을 선택했다.

신라면 블랙이 업체의 주장대로 ‘프리미엄 라면’인지 아닌지 소비자들은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은 분명하다.‘내 입맛에 맞는 라면’인지 아닌지가 더 중요한 선택의 기준이다.

입맛에 ‘딱’이지만 가격이 비싸서 못 먹는 이도 있을 것이고, 그 반대일 수도 있다. 선택은 공정위가 아니라 ‘소비자’가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내는 ‘원조 신라면’을 먹고 남편은 ‘신라면 블랙’을 먹을 수 있는 자유가 있다. 하지만 부부는 이번 기회에 블랙의 가격이 좀 내려가길 바랄 수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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