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신ㆍ오른팔ㆍ그림자…넘버1 지근거리 '그림자 보좌'

입력 2011-06-13 11:00 수정 2011-06-14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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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의 남자들]①그들은 누구인가?

▲성공한 오너 옆에는 항상 충실한 '그들'이 있다. 자신의 몸을 낮추며 오너를 보좌하는 그들은 바로 '오너의 남자'다. 지난달 10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출국장에 김순택 미래전략실장(오른쪽에서 세번째), 최지성 삼성전자 대표이사(왼쪽에서 네번째), 박필 비서팀장(맨 오른쪽)등 오너의 남자가 한자리에 모였다.
성공한 사람들 곁에는 언제나 훌륭한 참모가 있다. 우리나라 경제발전을 이끈 그룹 오너 옆에도 항상 ‘그들’이 있었다. 이들을 흔히 ‘가신’, ‘2인자’, ‘그림자’, ‘오른팔’ 등으로 부른다.

때로 그림자로 비유되기도 한다. 언제나 곁에 머무르며 몸을 낮추는 처신으로 오너를 보좌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그들에게는 인내와 침묵이 필수 덕목이다. 이처럼 희생하는 그들에게 오너는 무한한 신뢰와 권력이라는 ‘보상’을 줬다.

국가정보원(옛 국가안전기획부)이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는 모토를 내세우듯, 오너의 남자들도 자신을 결코 내세우려 하지 않는다.

오너의 남자들은 대체로 회사의 공식 조직 상 참모그룹과 수행비서나 기사 등 사적 보좌진으로 나뉜다.

특히 공식 참모그룹은 오너를 보좌해 조직의 미래를 디자인 한다. 그룹의 재무·전략·기획은 물론 오너 가족의 지분 상속, 경영권 방어, 계열사 간의 얽힌 갖가지 문제에도 ‘해결사’ 로 나선다. 오너에게 위기가 발생할 경우, 목숨까지 바친다는 신념으로 일하는 그들은 오너의 남자다.

◇무대 뒤의 실세를 만드는 곳.. ‘비서실’= 오너의 남자를 살펴보면 비서실 출신이 대부분이다. 특히 삼성그룹의 경우 출세하려면 반드시 비서실을 거쳐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현재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바로 옆에서 그림자 보좌를 하고 있는 김순택 미래전략실장(부회장)도 비서팀장 출신이다.

김 부회장에 앞서 이건희 회장의 복심으로 불렸던 이학수 삼성물산 고문은 전형적인 삼성 비서실 출신으로 ‘오너의 남자 중의 남자’로 불렸다. ‘만인지상 1인지하’라 할 만큼 막강한 권력자였다.

반면 이 고문의 뒤를 이은 김 부회장은 말 그대로 참모다.

김 부회장은 1949년 대구 출생으로 경북고와 경북대 경제학 학사를 거쳐 지난 1972년 삼성그룹에 입사했다. 제일합섬을 거쳐 1978년 삼성그룹 회장비서실로 이동한 그는 강한 추진력을 갖고 업무를 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이후 비서실 운영팀 상무, 경영지도팀장, 비서팀장, 경영관리팀장, 실장보좌역 부사장 등 20년 가까이 그룹 비서실에서 이 회장을 보좌하며 이 회장의 ‘또 다른 복심’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김 부회장은 지난 99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10여년 동안 삼성SDI 대표이사를 맡았다. 또 최근까지 삼성전자 신사업추진단을 이끌며 삼성의 새로운 미래사업을 물색해 왔다.

이건희 회장이 지난해 경영일선에 복귀하면서 끊임없이 강조해왔던 미래 먹을거리를 찾기에는 김 부회장 만한 인물이 없다는 판단에서 그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오너를 잘 알고 미래 전략 수립에도 큰 기여를 할 수 있는, 이 회장 복귀 후 미래를 디자인 하기 위한 최적의 2인자라는 평이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회장 복귀 이후 대규모 투자와 미래전략을 컨트롤하는 김 부회장의 역할이 커질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현재 삼성전자 대표이사직을 맡고 있는 최지성 부회장도 비서실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다. 1981년부터 4년간 회장 비서실 기획팀에서 근무했으며 1993년부터 1년 동안은 비서실에서 전략 1팀장(이사대우)로 일하면서 오너를 보좌했다.

특히 이건희 회장 아들인 이재용 사장의 멘토이자 가정교사로 알려진 것도 주목할 만하다. 오너 집안의 제대로 된 남자인 셈이다.

현재 이건희 회장의 남자로 선택된 또 한명의 인물이 있다. 지난달 이 회장의 비서팀장으로 새로 임명된 박필 전무다.

삼성 미래전략실장 산하의 비서팀장은 수행과 의전 등 실무 영역에서 하루 24시간 ‘그림자’역할을 하는 자리. 삼성 내에서는 요직으로 가는 핵심 보직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도 그랬다. 박 신임 비서팀장은 경희고와 서울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삼성물산 타이베이 지사장, 삼성인력개발원 글로벌팀장 등을 거쳤다.

삼성 관계자는 “비서팀장은 주로 상무와 전무급이 맡지만, 이 회장을 최측근에서 보좌하며 상당 시간을 함께하기 때문에 직급보다 훨씬 높은 영향력이 있다”고 했다.

◇재무통, 오너가 선택한 남자= 오너 집안을 최측근에서 보좌하며 그룹의 미래를 디자인하는 실질적 2인자로 재무통 만큼 제격은 없다. 실력만 있다고 다 되는 건 아니다. 오너의 신뢰를 얻어야 그룹의 재무 관련 일에 중추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신뢰와 실력이 합쳐져야 진정한 오너의 남자가 될 수 있는 것.

재무통 김창근 SK케미탈 부회장은 최태원 SK 회장의 측근으로 분류된다. 1974년 입사 이후 SK케미칼 외환과장·자금부장·재무담당 상무를 맡았다. 1997년에는 그룹 구조본 재무팀장을 맡았고 줄곧 자금분야에서 근무하며 SK를 대표하는 재무통으로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2002년 대선 때 정치권에 대선자금을 준 혐의로 검찰조사를 받고 한때 옥살이를 하는 쓰라린 경험도 했다.

당시 수사과정에서 “윗선에서 어떠한 지시도 받은 적이 없었고 아랫사람들은 모두 내가 시켜서 한 일”이라며 독자책임론을 주장해 최태원 회장의 절대적인 신임을 이끌어 냈다는 후문이다.

자타가 공인하는 이건희 회장의 오른팔 역할을 맡았던 이학수 삼성물산 고문은 삼성에서 재무통 출신 가운데 가장 성공적인 모델로 평가받는다.

그는 고려대 상과대를 나오고 1971년 삼성에 입사해 10년이 넘게 제일모직 경리과에 몸담은 원조 재무통이다. 이 부회장은 제일모직 대구공장 경리과에서 탁월한 수리 감각을 내세우며 국내 모방직 업계 최초로 개발한 원가분석 시스템을 만드는 능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는 비서실에 배치 받은 이후에도 재무팀 이사·상무·전무를 거치며 그룹 재무 전문가로 돈줄을 움켜쥐고 있었다.

이건희 회장에게 직언을 할 수 있는 몇 안되는 그룹내 인사이며 이 회장이 장기간 해외체류시에도 그룹이 흔들리지 않고 사업을 계획대로 추진할 수 있었던 것도 그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평을 받을 정도다.

구본무 그룹 회장의 오른팔인 강유식 LG그룹 부회장(대표이사)도 서울대 상대를 수석으로 입학하고 공인회계사 자격증을 갖춘 재무통이다. 이학수 삼성물산 고문 처럼 참모조직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은 아니지만 구본무 회장은 1970년대 중반 럭키 과장으로 경영수업을 시작했을 무렵 같은 부서에서 대리로 일하던 강 부회장을 눈여겨봐뒀다고 한다.

이후 그가 핵심 계열사인 전자와 반도체 임원을 거치며 치밀한 업무처리 능력을 보이자 1997년 그룹 회장실 부사장으로 전격 발탁했고,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본부를 만들면서 그를 본부장에 앉혔다. 반도체 빅딜, LG전자·정보통신 합병, IMT-2000 동기식 사업자 선정 등 굵직굵직한 현안들이 그의 손을 거쳤다.

강 부회장은 또 LG그룹의 지주회사를 도입해 오너 패밀리인 구씨와 허 씨 지배주주들의 자연스러운 계열 분리를 성공적으로 이끈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구 회장의 후계 문제를 지주회사를 통해 소유와 경영을 분리시킴으로서 구 회장의 딸을 지주회사 지배주주로 앉힐 수 있도록 한 일등 공신이어서 구 회장의 신망이 두텁다.

▲王회장 수행비서에서 MK비서실장으로 이동하며 2대에 걸친 복심을 보인 김경배 글로비스 대표.
◇대물림하는 오너의 남자= 2대에 걸쳐 오너의 남자 자리를 지키고 있는 참모가 있어 재계에서 회자되고 있다.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은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수행비서로 일했던 당시 현대모비스 김경배 기획이사를 지난 2007년 비서실장(상무)으로 임명했다.

1990년부터 10년 동안 정 명예회장의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수행비서로 근무했던 그는 공식적인 수행비서 역할이 끝난 2000년 이후에도 정 명예회장의 말년을 지근거리에서 보필했다.

김경배 당시 비서실장은 기아차를 인수한 이후 현대차그룹의 성장과정에서 핵심 보직을 두루 맡았던 현대정공 출신 인재 가운데 하나다.

정 명예회장이 세상을 떠난 이후 현대모비스로 자리를 옮긴 그는 기획담당 이사까지 초고속 승진을 이어갔다. 2007년 정몽구 회장의 비서실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정 회장 일가 2대에 걸쳐 비서실장을 지낸 인물로 관심을 모았다.

2000년대 말 현대정공 출신의 핵심 인물들이 그룹내 비주류 계열사로 자리를 옮기면서 김경배 비서실장 역시 글로비스 대표로 자리를 옮겼다.

재계 일각에선 김 대표가 정의선 부회장의 지분율이 높은 글로비스로 자리를 옮긴 데 대해 “경영권 승계를 위한 모종의 임무를 띠고 간 것 아니겠느냐”라는 분석이 나올 정도로 정몽구 회장의 복심으로 통한다. 2대에 걸쳐 그룹 총수를 최측근에서 보필한 만큼 그의 충성심 역시 현대차그룹 내에서 손꼽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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