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전 총리의 분당(을) 출마가 사실상 좌초됐음에도 여권의 전략공천 움직임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지도부에 팽배해 있는 ‘반(反) 강재섭 감정’이 주된 요인으로 풀이된다.
당 핵심관계자는 24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정운찬 카드는 물 건너갔다”면서도 “그렇다고 강재섭 전 대표로 확정된 것은 아직 아니다. (강 전 대표로) 많이 기운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전략공천은 살아있다”고 밝혔다. 그는 “조윤선, 정옥임 카드도 검토할 수 있다”면서 “결국 최고위에서 결정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박성효 최고위원을 포함한 복수의 지도부도 이날 통화에서 “(전략공천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좀 더 기다려봐야 한다”고 밝혔다.
핵심관계자에 따르면 안상수 대표를 비롯해 김무성 원내대표, 홍준표 정운천 최고위원 등이 강 전 대표 공천에 부정적이다. 공심위원장을 맡고 있는 원희룡 사무총장 역시 긍정적 기류가 아님은 분명해 보인다.
특히 홍준표 최고위원은 최근 “흘러간 물로는 물레방아를 돌릴 수 없다. 과거회귀 공천은 안 된다”며 “오늘날 친이·친박 분열의 장본인인 강 전 대표가 나서면 상대편 선대위원장을 맡아서라도 떨어뜨리겠다”고 공언할 정도다.
여권 최대실세인 이재오 특임장관 또한 지난 2006년 당대표 경선과정에서 쌓인 앙금 탓에 강 전 대표 공천에 부정적인 것으로 회자되고 있다.
이들의 속내엔 강 전 대표의 선수(選數)에 대한 부담감도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5선인 강 전 대표가 분당 보선에서 당선되면 전직 당대표라는 직함 외에 6선이라는 타이틀을 달게 된다. 박희태 국회의장, 홍사덕 의원과 나란히 하게 되는 것이다.
이 경우 현재 지도부에 포진해 있는 친이계 주류들로선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안상수 대표와 김무성 원내대표, 홍준표 최고위원 등은 모두 4선이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도 5선에 그친다. 원내 재진입 후 바로 당대표 경선이나 국회의장에 도전하기엔 어렵지만 선배로서 자리 잡는 중압감은 거부감으로 표현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강 전 대표 측은 23일 통화에서 “정 전 총리가 죽었음에도 전략공천 카드가 남아 있다면 애초부터 강 전 대표를 겨냥한 것을 자인하는 형국”이라며 “이것이야말로 정략적 사천(私薦)”이라고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