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廣場에서]박근혜와 한국언론

입력 2011-03-14 11:01 수정 2011-04-04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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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약속하신 것인데 원점에서 검토하겠다고 하면 그에 대한 책임도 대통령이 당연히 지지 않겠어요?”

지난달 16일 과학벨트 논란에 대한 박근혜의 답이다. 70여일만의 발언인지라 모든 언론은 속보전쟁을 하듯 주요 기사로 다뤘고 향후 일어날 정치적 파장을 예의주시했다.

동시에 각 언론은 박근혜 화법에 대한 진단에 들어갔다. 절제된 미학, 단순함에 담긴 대중성, 침묵에 비례하는 무게감 등 온갖 수식어가 동원돼 박근혜의 신비주의를 포장했다. 김헌태 등 진보논객 5명은 ‘박근혜 현상’이란 책을 통해 “박근혜의 발언은 마치 한 편의 ‘하이쿠’(俳句·일본의 짧은 시)를 보는 것 같다”며 “진정성의 정치와 포퓰리즘을 잘 융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따지고 보면 박 전 대표만큼 대중적 파괴력이 높은 정치인은 없다. “대전은요?”, “참 나쁜 대통령…”, “저도 속았고 국민도 속았다”, “살아서 돌아오라”, “오만의 극치” 등 정치적 고비마다 내놓는 그의 ‘말’은 민심의 지지를 업고 ‘법’이 되어 정치권으로 돌아왔다.

이런 과정에서 그는 자연스레 여타 주자들을 압도하는 차기 유력주자로 자리매김했다. 심지어 모든 정치적 쟁점의 결론은 그가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에 따라 향배가 달라질 정도다.

그럼에도 박근혜는 말을 아낀다. 친박계 의원들은 하나같이 “가만히 있어주는 게 현 정부를 돕는 길”이라며 그의 자중(自重)에 담긴 깊은 뜻을 이해해 달라 한다. 이에 대해 언론은 반문 없이 또 다시 박근혜의 입이 열리기만을 기다린다.

세종시 논란 때는 왜 가만히 있지 않았느냐고 되묻는 언론은 없다. ‘가만히 있어주는 게’에 담긴 기본적 반대 입장을 해석하는 이도 드물다. 유력 대선주자라면 주요 현안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는 게 국민적 도리라고 재촉하는 언론도 찾기 힘들다.

대통령을 향해선 ‘소통 부재’를 질타하면서 유독 박근혜에 대해선 그 어떤 비판도 자제한다. 이는 박근혜를 위해서도 좋은 길이 아님에도 말이다. 정치인은 연예인이 아니다. 대중의 인기를 먹고 사는 게 아니라 대중의 마음을 움직일 줄 알아야 한다. 박근혜와 우리 언론이 보여주는 한국정치의 자화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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