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정부와 야권 단체들은 6일(현지시간) 대규모 반정부 시위사태 이후 처음으로 정식 회의를 열고 개헌위원회를 설립하는 데 합의했다.
오마르 술레이만 이집트 부통령은 이날 무슬림형제단을 비롯한 여러 야권 단체의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협상에서 사법부 인사들과 정치인 등이 참여하는 개헌위원회를 구성, 내달 첫째 주까지 개헌안을 마련키로 했다고 현지 국영TV이 보도했다.
양측은 또 새 헌법에 대통령의 연임을 제한하는 규정을 신설하고, 야당 후보들의 대선 출마를 사실상 가로막았던 기존의 조항들을 폐지해 많은 인사가 대선에 출마할 수 있도록 하기로 동의했다.
발효된 지 30년 된 비상계엄법도 폐지하기로 합의했다.
이집트 정부는 1981년 안와르 사다트 당시 대통령의 암살 사건을 계기로 발령한 비상계엄법을 통해 그간 보안사건 피의자를 영장 없이 구금하고, 민간인을 군사재판에 회부하는 등 야권 단체들을 탄압했다.
술레이만 부통령은 이번 협상에서 반정부 시위에 참여했던 시민에게 보복하지 않으며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고 인터넷이나 휴대전화의 문자서비스를 강제로 중단시키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사법기관을 통해 부패 척결 활동을 강화하고, 적발된 부패 사범에 대해서는 엄벌에 처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술레이만 부통령은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의 권한을 인수해달라는 야권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무바라크 대통령은 지난 1일 밤 대국민 연설을 통해 오는 9월께 치러지는 차기 대선에는 불출마하되 중도 사퇴는 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번 협상에는 무슬림형제단 외에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을 지지하는 청년그룹, 소수 좌파 그룹, 자유주의단체 등 다양한 야권 단체들이 대거 참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