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업계 1위 '말 바꾸기'

입력 2010-12-13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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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업계에서 수십년째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진로가 지난 6일 국내 최저도 소주 ‘즐겨찾기’를 출시했다.

15.5도로 경쟁사 제품들보다 1도나 알코올 도수가 낮은 제품으로 젊은 층을 주타겟으로 했다. 진로 윤종웅 사장은 “‘즐겨찾기는 개성과 스타일을 추구하는 젊은 층 공략을 위해 새로운 컨셉트로 선보이게 된 제품”이라며 “진로 86년의 소주 제조 노하우를 통해 다양화된 소비자들의 입맛에 아주 잘 어울릴 것”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하지만 1년 전 진로는 경쟁업체에서 야심차게 준비한 16도 후반대의 저도소주를 내놓자 ‘맹물소주’라고 비아냥거렸다. 진로의 마케팅 팀장은 17도 아래로 내려가면 소주 본연의 맛이 사라진다며 진로는 더는 도수를 낮출 계획이 없다고 공개적으로 인터뷰를 했다. 하지만 부산 등 지역에서부터 저도소주의 인기가 급상승하자 부랴부랴 도수를 15.5도까지 확 낮춘 제품을 출시하며 마케팅에 뛰어든 것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진로의 말바꾸기에 대해 1등업체가 할 짓이 못된다고 입을 모았다. 업계 1위가 점유율 면에서 한참이나 뒤진 경쟁사가 제품을 출시하자마자 ‘소주 맛’ 운운하며 부정적 시각을 보내더니 자신들이 더 낮춰버리는 건 또 무슨 경우냐는 것이다. 또한 1등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경쟁사나 업계에 불리한 내용을 지속 내놓는다면 진로도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경고도 잊지 않았다.

업계 1위는 대부분 2위나 3위의 네거티브 홍보나 광고에 시달린다. 그래도 소비자들이 인정해준다. 그만큼 제품의 질과 브랜드로 신뢰를 계속 쌓아나가면 그만인 것이다. 업계 전체를 매도할 때는 든든한 바람막이가 돼주고 정부와의 다툼에서도 1위가 선봉에 나서야 업계가 힘을 얻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로는 1년 전 경쟁업체 소주의 맛을 폄하하더니 올해는 알코올 도수를 더 내려 제품 출시를 강행했다. 돈을 더 벌겠다는 기업의 논리야 변할 수 없겠지만 업계 맏형으로서 믿음은 이미 공염불이 됐다. 이번 일을 반면교사 삼아 진로의 업계 1위로서의 듬직한 모습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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