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뷰-포인트] 제2벤처 '붐' 거품 안되려면

입력 2010-12-08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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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선 안철수연구소 대표이사

최근 3D와 스마트폰 등 신규 산업이 주목 받으면서 창업하는 벤처 기업이 증가한다고 한다. 벤처투자와 정부 지원책도 이어져 활기를 띠는 상황이다. 바야흐로 제 2의 벤처 시대가 온다며 기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그 배경에는 최근 스마트폰, 3D, 바이오, 소셜 네트워크와 같은 새로운 패러다임 분야가 두드러진다. 혁신과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꽃을 피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니 벤처 기업 등 소규모 창업을 통해 꿈을 실현하고자 하는 욕구가 생겨나고 있다.

그러나, 단지 패러다임 변화만이 그 원인이 되는 것은 아니다. 과거 벤처 기업이 성공했든 실패했든 10년 이상의 고생은 값진 경험이다. 특히 시행착오 끝에 터득한 경영 마인드와 실력, 단단해진 정신력은 내실 경영을 기할 수 있는 긍정적 측면이 된다. 즉, 과거 벤처들이 기술 개발하며 준비해 온 노하우와 여기서 일하며 배운 경험으로 스스로 창업에 나서는 이들의 증가 또한 제 2벤처 붐의 배경이 되고 있다.

한편에서는 이러한 벤처 창업의 움직임을 거품론, 허세론 등에 비유하며 회의적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는 과거의 벤처 붐의 구조적 문제가 어디에 있었는지, 더 잘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차분히 생각해 보는 자세가 바람직하다.

첫째, 벤처 기업 스스로의 변화 노력이다. 벤처는 태생부터 위험(risk)을 갖고 있다. 사업적 모험은 당연하다. 문제는 변화의 키워드를 어떻게 잘 읽어 새로운 시장과 기회를 창출하는 데 전략적 사고와 집중력을 가지고 열정을 바치는가에 달려 있다.

과거 벤처 기업이 실패하는 이유를 보면 단기적인 규모의 확대로 안이하게 대응하려는 경영자의 문제에 기인하는 경우가 많았다. 시대의 흐름을 읽고, 기술 개발에 충실하고, 아이디어를 사업화해서 시장을 접근하기보다 서둘러 투자를 받아 회사를 키우는 데만 주력하다 보니 회사 관리나 투명 경영 등 회사의 초석이 되는 부분에 소홀하게 된다. 기업의 틀을 갖추지 못하게 되면 아무리 좋은 기술이 있더라도 꽃을 피울 기반이 없게 된다.

둘째, 사회적 인내심이 필요하다. 과거의 벤처 열풍이 제대로 된 벤처 산업의 생태계가 형성되기도 전에 무너진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성공과 실패는 사업가에게 좋은 교훈이 된다.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좋은 사업가들이 생겨나는 토양을 마련했어야 하는데 이를 기다려줄 사회적 인내심이 부족했다.

사실 신기술이나 제품이 단기간에 성공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설사 사업적 실현이 짧은 시간에 이뤄진다 하더라도 그 배경에는 '1만 시간의 법칙'에서도 언급된 창업자의 고민과 열정이 반영되어 있어야 한다. 하물며 하나의 좋은 기업을 만드는 과정은 얼마나 산고의 과정을 필요로 하겠는가? 좋은 기업가를 길러내기 위해 꾸준히 사회적 배려를 하면서 기다리는 자세가 필요하다.

셋째, 정부의 다양한 지원 대책은 신중하면서도 시의적절해야 한다. 실리콘밸리는 정부의 지원이나 규제가 전혀 없는 것을 성공의 요인으로 보고 있다. 그래서, 정부의 아무런 지원(즉, 간섭)이 없는 것이 참신한 아이디어가 사업화하는 데 바람직하다는 순수 시장주의적 견해가 지배적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상황은 많이 다르다. 대기업의 시장 지배력이 절대적인 상황에서 벤처 기업들이 처한 환경은 척박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정부 차원에서 기업의 가치와 아이디어가 공정하고 투명하게 거래될 수 있는 생태계를 형성하고, 글로벌 표준 환경을 지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산업 생태계 구축이 우선 과제

최근 대기업에서도 자의반 타의반으로 상생의 목소리는 드높다. 하지만 과거도 그렇고 지금도 가장 큰 문제는 하청구조화한 사업 관계이다. 이런 산업 구조로는 벤처 기업의 기술력이 제대로 가치를 인정받기 어렵고, 그런 상황에서 벤처 기업이 재투자를 하는 것은 기대하기 힘들다. 그럴 경우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기술적 기반은 마련되지 않는다. 정부, 대기업, 벤처 기업 간 공정한 거래와 개방형 환경의 구축이야말로 벤처 생태계를 만드는 최소한의 요건이다.

그런 점에서 스마트폰과 앱스토어, 소셜네트워크가 대두되면서 수평적인 모델로 산업구조가 바뀌는 현상은 주목할 만하다. 수평적이면서도 글로벌한 거래 환경은 우리가 일찍이 경험하지 못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많은 경험과 아이디어를 실험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그래서, 아이디어를 아이디어에 머물지 않고 실현해서 세계를 대상으로 사업을 꽃피워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산업의 생태계 구축이 필요하며 궁극적으로 이것이 대기업과 대한민국 산업 자체에 도움이 된다는 공감대를 가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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