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재계 司正을 지켜보는 불편한 심경

입력 2010-11-01 10:18 수정 2010-11-01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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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1부 이석중 부장
요즘 기업인들의 불만이 이만저만 아니다.

한화를 비롯해 C&그룹, 태광그룹 등에 대한 검찰수사를 비롯해 여러 기업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세무조사를 받으면서 그 불똥이 튀지않을까 하는 불안감도 굳이 감추려 하지 않는다.

물론 과거 정부에서도 이같은 일은 빈번히 있었다.

그러나 지금처럼 공개적이고, 동시다발적이지는 않았다. 비자금에 대한 검찰조사야 불법행위가 드러난 만큼 부득이하다고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세무조사의 경우는 다르다.

정부는 정상적인 법인세 조사라고 하지만, 석연치 않다. 통상 기업에 대한 세무조사는 국세청도, 조사를 받는 기업도 쉬쉬하는 게 보통이다. 그러나 요즘 기업들에 대한 세무조사는 미국 CNN이 중동전을 생중계 하듯, 실시간으로 노출된다. 심지어 세무조사 예정 기업 이름도 나온다.

세무조사는 대상 기업이나, 국세청이 밝히지 않는 한 외부에서 그 내용을 알 수가 없다. 특히 조사대상기업들이 그 사실을 밝히지는 않는다. 세무당국이 조사계획을 노출시키고 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그럼 왜 그럴까.

재계는 ‘몇몇 기업들에 대한 시범적인 세무조사가 재계 전체로 그 효과가 확산될 것이라는 게 정부 생각일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최근에 만난 한 대기업 임원은 “솔직히 기업 활동하면서 털어서 먼지 안나오는 기업이 어디 있겠느냐”며 “국세청이 세무조사를 나오거나, 검찰이 수사에 착수하는 한 온전히 피해갈 기업은 없을 것”이라고 볼멘 소리도 한다. 그는 “비자금 조성 문제도 비단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 않느냐”며 정부의 사정 의도가 순수하지 않다고 의심한다.

재계는 이명박 대통령 정부가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동반 성장정책의 강압을 위해 이같은 조사들을 활용하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드러낸다.

많은 대기업들이 이명박 대통령과 청와대의 의중 살피기에 분주한 이유이기도 하다. 다음은 어딘지, 정말로 원하는 게 뭔지...

자연 재계의 모든 안테나는 청와대를 향하고 있다. 대기업 대관업무팀이나 담당 임원들은 여기저기 네트워크를 동원해 대통령의 복심과 청와대의 동향을 읽으려고 애쓴다고 한다.

최근의 재계에 대한 司正이 정부가 아무런 복선없이 부정과 불법을 바로 잡아 공정사회로 만들겠다는 정직한 취지일 수도 있다. 또 대·중소기업 간 동반성장을 통해 나라경제의 건실한 성장을 이루겠다는 정책수단이라는 정부의 설명을 백퍼센트 믿어보자.

정부의 생각은 이런 듯 하다. 정부가 나서서 환율 인하 속도를 억제한 결과, 주요 수출 대기업들이 그 혜택을 보고 있는 만큼 협력업체들과도 그 과실을 나눠야 한다고. 그런데도 대기업들이 과실은 혼자 따먹으면서 어려울 때는 중소기업들에게 그 부담을 오롯이 전가시키고 있다고.

이에 대해 대기업들은 부품 협력업체들과의 동반성장 없이는 대기업들의 지속가능한 성장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중소기업에 대해 각종 지원을 하고 있다고 강변한다. 또 납품대금의 현금 결제니 부족한 운영자금의 저리 지원, 기술 지원 등의 대책도 잇따라 내놓고 있다.

결국 정부의 압박이 어느 정도 효과를 보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대기업들은 환율이나 유가 등 대외 요인에 의해 경영환경이 악화되면 가장 먼저 하는 게 하청협력업체들의 납품단가 인하를 통해 자사의 손실을 보전하려고 한다. 그 다음이 운영비 절감과 구조조정 임은 불문가지다.

이같은 대기업의 횡포를 없애겠다는 정부의 의도를 모를 바 아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방식은 아니다. 정부가 대기업들을 길들이거나, 정부 정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국세청과 검찰을 동원해 조사를 벌이는 행위는 공권력 남용에 다름아니다.

특히 비자금 문제를 없애겠다는 정책의지가 분명하다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칼자루를 들고 있으면서 필요할 때마다 조자룡의 헌칼 쓰듯 휘둘러서는 그 의미는 반감되고, 순수한 의도 또한 왜국을 불러 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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