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의 발전 이뤄내는 '생산적 갈등' 모색할 때

입력 2010-10-06 11:00 수정 2010-10-15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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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베이션 코리아-초일류 국가의 조건] 갈등, 전환의 길목에 서다 下

최근 보건복지 부문에서 생산적 복지라는 말이 새로운 사회복지모델로 대두되고 있다. 생산적 복지란 기존의 분배형의 낙후된 복지에서 벗어나 사회경제적 활동에 참여하는 등 노동을 통한 복지 등을 일컫는 말이다.

이외에도 생산적 책읽기, 생산적인 노사문화, 생산적 대화법, 생산적 군복무 등 생산적이라는 말이 선진국을 앞둔 우리에게 꼭 이뤄야 할 목표이자 가치체계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특히 사회적 갈등을 푸는 방법으로도 가장 먼저 생산적 갈등이 거론된다. 이제 우리 사회도 기존의 소모적 갈등에서 벗어나 생산적인 갈등을 모색해야 하는 시기가 도래했다.

초일류국가로 가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상호인정을 통한 공동의 발전일 수밖에 없다. 갈등이 없을 수는 없으나 서로를 인정하는 가운데 대화를 통해 푸는 제도적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

최근 삼성경제연구소와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등이 실시한 선진국 진입 성공과 실패 사례 연구결과를 보면 한 나라가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후진적인 정치구조, 공공부문의 과다, 노동시장의 경직성, 과도한 소득편차 등을 집중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결과를 종합해 보면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를 돌파한 선진국의 경우 강력한 리더십을 토대로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노사정 타협으로 사회·경제문제에 효율적으로 대처한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1만달러를 넘었으나 2만달러 도달에 실패한 나라들은 여야가 심하게 대립하는 등 정치체제가 후진성을 벗어나지 못했으며 노사분규는 장기화되는 특징을 갖고 있었다.

예를 들어 1998년 국민소득 8280달러 달성 이후 소득이 뒷걸음질하고 있는 아르헨티나는 극심한 정치사회적 불안정이 장기적으로 지속된 것이 문제였으며 대만도 정권교체 후 이어진 정치적 혼란이 지속되면서 선진국으로 가는 길이 점점 멀어지고 있다.

이에 반해 지난 1996년 2만달러를 돌파해 선진국 진입에 성공한 아일랜드는 1987년 이후 5차례에 걸친 사회협약을 통해 노사관계를 안정시켰고 야당은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초당적인 협력을 아끼지 않았다.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갈등의 생산적 관리체계 수립이 필수적이고 소득편차가 과도하면 호혜적 분쟁해결이 어려워진다.

전문가들은 특히 1만달러 달성 이후 분배욕구가 증대하면서 노사정 간 상생적 갈등관리 체제가 마련돼 있느냐 없느냐는 국가 발전 가능성에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고 말한다.

이와 함께 소득편차가 과도할 경우 호혜적 분쟁해결이 어려워지고 국가위기 상황에서 사회정치적 불안정성이 급증할 경우 장기 정체와 추락의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됐다.

갈등의 대표적 양상인 불법폭력시위는 갈등을 심화시키고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야기한다. 2006년에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국무총리실의 용역을 받아 불법폭력시위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개량화한 ‘불법폭력시위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에 관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2005년 기준으로 대규모 불법 집회․시위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이 무려 12조원으로 국내 총생산(GDP) 806조원의 1.53%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쌍용자동차의 정리해고를 둘러싼 77일간 노·사 갈등, 용산참사 등이 해결 과정에서 너무 많은 금전적·정신적 비용이 치러졌다.

사회통합위원회에 따르면 우리의 경제는 압축성장했으나 이에 걸맞은 사회시스템은 뒤따르지 못해 압축갈등의 시대에 처해 있으며 지난 10년간 한해 평균 37건의 사회갈등이 분출됐고 사회갈등의 두 축인 이익 갈등과 가치관 갈등이 복합적으로 동시에 분출함으로서 문제 해결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갈등은 적절히 조정되면 조직을 생동감 있게 만들고, 변화를 위한 촉진제로서의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 갈등 자체를 없애려는 것보다는 그것을 창조적이고 건설적인 것으로 승화시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

알앤엘바이오 라정찬 회장은 “신세대 인재들의 잠재력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관리자들은 맹목적인 화합을 추구하기 보다는 그들 간의 생각이나 가치관의 차이에 따른 갈등을 자연스러운 것으로 인식하고 그것을 생산적인 에너지로 전환시킬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리더십분야에서는 최고 경영자를 비롯한 관리자들이 흔히 빠지기 쉬운 오류 중의 하나가 ‘화합에 대한 갈망(desire for harmony)’이라고 한다.

많은 관리자들에게는 전체 구성원들이 불협화음 없이 조화로운 모습으로 일사 분란하게 움직여야 좋다는 고정 관념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지나치게 화합을 중시하다 보면 생산적인 사고 충돌이나 의견 교환이 잘 이뤄지지 않을 수 있어 조직에서 특정 사안에 대한 의사 결정이 잘 이뤄지려면 특정 한 단면에 치우치지 않고, 다양한 관점과 지식이 고려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조직 변화도 마찬가지이다. 어떤 하나의 획일화 된 고정 관념이나 사고에 사로잡히지 않고, 구성원들간의 의견이나 아이디어가 발산되고 생산적인 충돌 과정이 있어야 변화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다.

갈등은 변화의 원동력이며 따라서 갈등을 잘 다룬다면 조직발전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사람들은 자기와 대립되는 견해에 직면하게 되면 이전에는 생각지 못했던 것들에 대한 통찰을 할 수 있다.

그러면서 양편의 견해를 종합하는 보다 포괄적인 견해에 이를 수가 있다. 이와 같이 갈등은 우리가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파괴적이 될 수도 또는 생산적이 될 수도 있으며 우리의 삶과 사회의 질도 달라질 수도 있다.

박태순 사회갈등연구소장은 “갈등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장치가 필수적”이라며 “갈등관리 역량을 위한 교육 및 훈련이 필요하고 상대를 배려하고 서로 득이 되는 대안을 창출할 줄 아는 능력과 논의구조를 형성하고 진행하는 능력 등을 배양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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