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관리제 벌써부터 곳곳서 삐걱

입력 2010-08-27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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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투명성 확보가 주민 자율성 제한하나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투명성을 확보한다는 취지로 본격 시행에 들어간 서울시 공공관리제가 당초 취지와 다르게 주민의 자율적 선택권과 충돌하고 있어 제도의 근본적 보완이 요구된다.

지난달 16일 본격 시행에 들어간 서울시 공공관리제는 그동안 정비사업의 갖가지 병폐를 해소하고 사업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서울시가 야심차게 시행하고 있는 제도다. 서울시에서 진행되는 재개발.재건축을 포함한 모든 정비사업은 공공관리제의 적용을 받는다.

바로 이 부분에서 논란이 점화되고 있다. 모든 지역의 정비사업이 공공관리제의 적용을 받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 문제 제기 되는 것이다. 일례로 지난해 공공관리제 시범지구로 선정돼 적용을 받고 있는 한남5구역에서 공공관리제의 투명성과 주민의 자율적 선택권이 첨예하게 대립되기도 했다.

일부 주민들이 추진위원회의 총회를 금지시켜달라는 가처분신청을 법원에 제출했다 기각된 일이 발생했는데, 법원이 상위법인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과의 상의한 규정 때문에 공공관리제에 제동을 건 것이다.

이에 공공관리제가 상위법과 배치된다는 주장까지 나오면서 전문가들조차 공공관리제가 과연 지속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 공공관리과 관계자는 “상위법과 위배되는 것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서울시는 도정법 77조를 근거로 설명하고 있는데, 도정법 77조에 시장·군수는 정비사업의 투명성 강화와 효율성 제고를 위해 시·도 조례로 정하는 사업의 지원과 정해진 기관에 위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공공관리제가 주민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부분도 없다”며 “한남5구역의 경우 서울시가 조례로 정하는 정비업체 선정 기준에 적합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지 행정지침을 내린다던지 그런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공공관리제는 이미 많은 법률 자문을 통해 시행되고 있어 법적 근거는 충분하다”고 밝혔다.

한남5구역의 가처분신청이 기각된 데에 대해서는 “가처분 신청에 있어 근거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해 발생한 부분”이라며 “앞으로 공공관리제 시행에 문제 될 것 없으며, 시 조례에 따르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이런 서울시의 해명과 달리 반론도 만만찮다. 중원종합법률사무소 강영진 변호사는 “단순히 공공관리제가 상위법인 도정법과 배치된다고 말할 수는 없다”면서도 "서울시는 모든 추진위와 조합이 의무적으로 공공관리제 적용을 받아야 하는 것처럼 하는데 정비조례에서는 완벽하게 강제하고 있지 못하다”고 말했다.

강 변호사는 또 “한남5구역의 가처분신청기각 결정에서 볼 수 있듯이 사법부는 주민의 선택적 권한을 인정하며 강제성은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조례가 상위법에 위배된 것이 아니라 하더라도 의무적이냐 선택적이냐의 문제에 있어 논란이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시 조례만 보더라도 과연 공공관리제가 의무인가란 부분이 명확하지 않다는 이야기다. 강 변호사는 “지금 말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지만 만약 본안에 들어가서 공공관리제가 의무적이지 않다는 사법부 판단이 나온다면 공공관리제 자체가 무너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사법부가 재산권 행사라는 부분에 자치선택권을 주게 된다는 것인데, 투명성을 강화하고 효율성을 제고한다는 공공관리제가 주민의 자율적 선택권과 첨예하게 대립되게 되는 것이다. 추진위나 조합의 비리를 근절하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한다는 취지라면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운영되는 추진위나 조합도 반드시 공공기관이 관리해야 하는지가 논란이 된다.

강 변호사는 “모든 사업장을 공공관리하려고 조례를 만들었지만 누가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해야 하는가의 부분에서 불명확하다”며 “도정법에서 조례에 맡겼고, 서울시 조례에서 모든 것을 컨트롤 하려고 하지만 조례 자체가 미비된 부분이 있어 여전히 선택권이 있는 것처럼 모호하게 보이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투명성과 효율성을 강조하는 공공관리제의 취지를 부정하는 이들은 없지만 사업 전부터 전문가들이 우려했던 문제들이 조금씩 현실로 나타나면서 공공관리제 운영미숙이 자꾸 도마 위에 오르는 것이다.

관련 전문가들은 “이제 막 시작하는 제도에 대해 딱 잘라 평가하기는 이르다”면서도 “몇 가지 장점들이 나타난 부분도 있지만, 시행 초기 제기되는 문제점과 지적들에 대해서 수정하고 보완해 나가는 노력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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