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기침체에서 겨우 빠져 나와 회복세를 보이던 미국 경제가 심상치 않다.
소비와 주택, 고용 등 각종 경제지표가 일제히 부진을 보이는 가운데 추가 부양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3일(현지시간) 발표된 경제지표는 미 경제의 더블딥(이중침체) 우려를 키우기에 충분했다.
상무부가 발표한 6월 소비지출은 전달과 변동없는 보합 수준을 나타냈다. 소비지출이 5월에 0.1% 증가에 그친 뒤 6월엔 보합세를 유지함으로써 소비자들이 경기 회복을 확신하지 못한 채 지출을 줄이고 있음을 여실히 드러낸 것이다.
6월 개인소득도 전달과 변동이 없었다. 개인소득이 증가하지 않은 것은 작년 9월 이후 처음이다.
제조업 경기를 반영하는 6월 공장주문 실적은 전달보다 1.2% 줄면서 2개월째 감소세를 유지했다.
주택시장의 거래관련 지표인 잠정 주택매매지수도 통계작성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미국 부동산중개인협회(NAR)가 발표한 6월 잠정 주택매매지수는 전달보다 2.0포인트 하락한 75.7로 2개월째 떨어지면서 2001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주말 발표된 2분기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속보치)은 2.4%로 시장의 예상치인 2.6%보다 낮았고 작년 3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급격한 성장 둔화를 여실히 보여줬다.
미 경기 회복에 적신호가 켜지자 당국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티머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은 3일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실업사태가 해소되기 전에 일시적으로 몇 달간 실업률이 더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전날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의장도 “완전한 경기 회복에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버냉키 의장은 "미 경제가 완전히 회복되기까지 가야 할 길이 멀다"면서 "많은 미국 국민이 여전히 실업, 압류 등과 씨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앨런 그린스펀 전 연준 의장은 지난 1일 NBC방송에 출연해 “미 경제가 회복되다가 휴지기에 빠졌다”며 “주택가격 폭락 시 더블딥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처럼 미 경기가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면서 추가 부양책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대로 경기둔화를 방치할 경우 그 동안 공들여온 회복의 불씨마저 꺼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현재 유력한 조치로는 연준이 초저 수준의 기준금리를 상당기간 동결하거나 그 동안 매입한 모기지 관련 증권의 만기도래로 인해 상환받은 자금을 다시 새로운 모기지 증권이나 국채 매입에 투입하는 방안이다.
오는 10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는 이 같은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연준이 채권매입 등을 통해 확보한 포트폴리오는 2조3000억달러 규모로, 지난 2007년 이래 거의 3배로 증가했으며 이 가운데 2011년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채권은 약 2000억달러 규모로 추정된다.
JP모건체이스의 마이클 페로리 미국 전문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몇개월간의 저조한 고용통계와 소비자출 통계로 미루어 연준이 추가 완화 조치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