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현대그룹, 벼랑 끝 대치

입력 2010-07-30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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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단에 법적대응 불사...재무약정 무용론 대두

현대그룹이 채권단의 대출만기 연장 중단 결정에 곧바로 법적대응 조치를 발표하면서 현대그룹 사태가 또 다른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29일 현대그룹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은 채권은행협의회(채권단) 소속 13개 채권금융기관들로부터 현대그룹 대출만기 연장 중단에 대한 서면 동의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는 이달 초 신규여신 중단에 이어 두 번째 조치다.

이번 조치로 현대그룹은 다음달 2일부터 만기가 돌아오는 여신을 갚아야 하며 은행권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길은 사실상 전부 막히게 되는 셈이다.

현대그룹의 총 여신규모는 2조~2조5000억원 정도로 알려져 있으며, 이 중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여신은 4000억~5000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대출만기 연장 중단, 기업에 '사형선고'나 마찬가지

현대그룹이 확보하고 있는 현금 유동성 규모는 1조2000억여원으로 당장은 큰 영향이 없겠지만, 채권단의 신규여신 중단에 대출만기 연장 중단은 기업에게 사형선고나 마찬가지다.

현대그룹은 이날 채권단의 대출만기 연장 중단 결정이 떨어지자 곧바로 법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대그룹은 신규여신 중단 및 만기도래여신 회수 등의 채권단 제재조치에 대해 그 효력을 정지시키는 것과 동시에 제재조치로 입은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즉시 제기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아울러 공정거래위원회에 외환은행 등의 불공정한 집단거절 행위에 대해 신고(제소)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재무구조개선약정은 자율적인 사적 계약"이라며 "이에 협조할 의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지연한다고 채권단이 극단적인 제재를 내리는 것은 형평성을 잃은 과도한 조치"라고 밝혔다.

◆외환은행, 재무구조 평가 공정했나?

현대그룹은 특히 외환은행의 재무구조 평가에 공정성이 결여됐다는 입장이다.

주력계열사 현대상선이 지난해 최악의 해운시황 불황 속에서도 세계 최대선사 머스크에 이어 두 번째로 적은 손실을 기록한 데다 올 1분기에는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는 게 이유다. 또 2분기에는 사상 2번째로 많은 영업이익을 냈으므로 약정 체결이 필요 없다고 강조한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외환은행은 현대상선을 부실기업으로 몰아 재무구조개선 약정 체결을 관철시키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그룹이 재무약정 체결을 극구 반대하는 이유는 만약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체결하면 부채감축을 위해 자산매각과 강도 높은 구조조정 등을 추진해야 하기 때문이다.

거기다 부실기업이라는 낙인에 차입금리가 올라 부담도 커진다. 따라서 그룹의 신성장동력으로 추진해오던 현대건설 인수도 어렵게 된다.

또 신규 투자가 제한되고 현대그룹이 확보한 유동성 1조2000억여 원을 재무구조 개선에 써야 해 현대건설 인수는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특히 현대건설 인수는 그룹의 신성장동력을 위해서 뿐 아니라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꼭 필요하다.

현대건설은 현대그룹 주력 계열사인 현대상선 지분 8.3%를 갖고 있으며 현대건설을 누가 인수하느냐에 따라 현대상선 경영권도 직접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출만기 연장 중단, 내규 위반 논란...재무약정 '무용론' 대두

재계에서도 이번 외환은행이 부채권은행들과 공동으로 신규 여신과 기존 대출 만기 연장을 중단한 것은 내규 위반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외환은행 내부 규정인 '공정거래 자율준수 편람'에는 외환은행에서 대출받은 채무자가 그 외의 은행으로부터 추가 대출을 받을 경우 외환은행이 다른 은행들과 함께 공동으로 대출을 금지하기로 결의하는 행위는 부당한 공동행위에 해당된다고 명시돼 있기 때문.

한편 이번 현대그룹 사태를 계기로 재계 일각에서는 재무약정제도가 문제점이 많으며 폐지가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재무약정제도는 대기업군 소속기업들을 하나로 묶어 평가를 하기 때문에 개별기업이 속하는 산업의 특성을 무시하고 평가하는 획일적 평가의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부채 비율이 높을 수밖에 없는 해운업과 항공업과 같은 경우 재무구조개선약정 기준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한국기술교육대학교 최두열 교수는 "외환위기 이후 10년간 사회적 상황도 많이 변했음에도 불구하고 재무약정 제도의 기본 틀은 변함없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며 "기업은 약정 체결대상이라는 말이 나올 때부터 자금조달에 악영향을 입어 경영상 막대한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재무약정제도는 당사자인 기업의 의사가 거의 반영되지 않는 채권금융기관의 일방적인 강제적 구조조정 제도로서 국제적으로 유사한 예를 찾아볼 수 없다"며 "이제 이 제도는 폐지돼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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