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성남, “모든 피해 주민에게로”

입력 2010-07-27 08:59 수정 2010-07-27 09:00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 “부실덩어리 공기업이 자기들 마음대로 결정했다”

“여기는 영세한 집주인과 영세한 세입자만 있다” (성남 중원구 K공인중개사무소 대표)

# “단 하루만 이 지역 노후한 집에서 살아보세요”

“제발 주민 위한 실질적 대책 마련을 부탁합니다” (성남 금광1구역 주민)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성남 구도심 재개발 사업 포기를 선언한 이후 26일 재개발 예정지역 현지 반응은 냉담했다.

LH가 포기를 선언한 성남 신흥2, 중1, 금광1구역 주민들은 공기업의 무책임한 사업 포기 선언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LH의 2단계 구역 재개발 사업 포기가 지난 12일 성남시의 모라토리엄(지불유예-국가 또는 행정단체가 빚을 갚을 수 없게 된 상태) 선언과 관계된 것이 아니냐는 일각의 흐름에 동조하는 분위기다.

물론 LH공사는 부동산 장기 침체로 인한 사업성이 낮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서울비행장 고도제한 변동에 따른 재설계 비용, 부적격 세입자 전세자금 지원 요구, 상가 영업 세입자의 이주 상가 수의 계약 요구 등 주민반발로 인한 수익성 저하로 인해 사업 중단을 선택한 것일 뿐이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하지만 주민들의 입장은 달랐다. 성남 중원구 금광동 K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개인적 생각이라는 전제하에 “LH공사의 이번 결정이 조합원 반대도 심하고 앞으로 사업성이 없을 것 같아 포기했다고 밝혔지만, 성남시와의 정치적 힘겨루기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몇 년 동안 끌어오던 사업을 한 순간에 원점으로 되돌려 놓은 것에 대해 LH공사의 설명처럼 쉽게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자신도 조합원 중의 하나라고 밝힌 K중개사 대표는 “정말 억울한 일”이라며 “권력 기관 간의 다툼에 결국 우리만 피해를 보게 되는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또 “재개발 사업은 사업의 속도가 매우 중요한데, 이런식으로 또 지연되게 됐다”며 “지역주민을 너무 무시한 처사”라고 덧붙였다.

그는 “현재 집상태가 양호하다든지 상가를 소유하고 있어 장사가 잘 되는 일부가 재개발을 안해도 그만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50~55%를 이루고 있는 투자자들은 말할 것도 없고, 대부분 억울해 하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부동산 침체로 현재 금광1구역 일대는 호가기준 1억~1억5000만원 가까이 떨어진 상태다. 그는 “이런 악재 상황에 예상치 못한 악재가 또 터졌다”며 “재개발 조합은 절대 부자가 아니고, 여기는 영세한 집주인과 영세한 세입자만 있다”고 분통해 했다.

국토부에서는 “주민 피해가 없다”고 잘라 말했지만, 금광동 한 주민은 “여기 와서 단 하루만 살아보라”며 “현지 상황을 전혀 모르고 하는 얘기”라고 반박했다. 그는 “대부분 20년 이상 노후된 집에서 살고 있다”며 “매일 반복되는 주차난에 이웃 간 싸움만 계속되고 있다”고 항변했다.

인근의 S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 좋을 때는 주민의 85% 가량이 민영 사업자를 원했다”며 “그때도 주민 요구와 상관없이 성남시가 일방적으로 LH공사를 시행사로 한다고 고시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공기업이라 실망감이 더 크다”며 “경기 좋을 때 하겠다고 밀어붙이다가 이제와서 사업성이 없다는 이유로 포기하는게 말이 되냐”며 분통해 했다. 앞으로 대책이 필요하지 않겠냐는 질문에 “이곳은 어떤식으로든 개발이 이루어져야 한다”며 “하지만 이처럼 사업성이 없다고 언론에 떠들어 놓으면 어떤 사업자가 여기서 재개발 사업을 하려고 하겠냐”고 말했다.

옆에 있던 금광동 한 주민은 “주민들을 너무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며 “제발 좀 천천히 여러 가지 대안들을 놓고 합리적 대책을 마련해줬으면 좋겠다”고 거들었다. 그는 또 “주민들을 더 이상 우습게보지 말고 장기적 대책을 내놓으라”고 덧붙였다.

부동산학계의 한 전문가는 “이번 성남 재개발 사업이 공공성이 두드러진다고 판단될 경우엔 LH공사가 공기업으로서의 그 책임과 역할에 비난 받을 수밖에 없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LH공사는 민간 기업과 경합하는 부문과 공공 영역을 담당하는 두 측면을 모두 가지고 있어 애매한 부분이 있다”면서 “LH공사의 역할을 차제에 큰 틀에서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돌고 돌아 결국 홍명보, 그런데 문제는… [이슈크래커]
  • “고민시만 불쌍해요”…‘서진이네2’ 방송 후기에 고민시만 언급된 이유 [요즘, 이거]
  • "이별 통보하자…" 현직 프로야구 선수, 여자친구 폭행해 경찰 입건
  • 블랙핑크 제니 측 "실내 흡연 반성…스태프에 직접 연락해 사과"
  • 설욕전 대성공…'최강야구' 강릉영동대 직관전, 니퍼트 150km 대기록 달성
  • 경북 청도 호우경보 '폭우 또'…포항·경산·경주·영천·고령도 유지
  • '명조: 워더링 웨이브', 마라 맛 나는 '엘든 링+호라이즌'을 모바일로 해볼 줄이야 [mG픽]
  • '발등에 불' 네카오 경영전략…이해진·김범수의 엇갈린 행보
  • 오늘의 상승종목

  • 07.09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81,496,000
    • -0.74%
    • 이더리움
    • 4,369,000
    • +0.3%
    • 비트코인 캐시
    • 477,300
    • +1.49%
    • 리플
    • 614
    • -0.65%
    • 솔라나
    • 202,200
    • +1.05%
    • 에이다
    • 528
    • -1.12%
    • 이오스
    • 735
    • +0%
    • 트론
    • 183
    • +2.23%
    • 스텔라루멘
    • 125
    • +0.81%
    • 비트코인에스브이
    • 52,100
    • +0%
    • 체인링크
    • 18,520
    • -2.58%
    • 샌드박스
    • 420
    • -2.55%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