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군득의 移通心通] 토종SW기업 한컴의 자존심

입력 2010-03-22 11:38 수정 2010-03-23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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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89년 국내에 막 486컴퓨터가 도입되는 시점에서 운영체제와 수많은 소프트웨어가 봇물을 이루면서 개인 컴퓨터시장의 서막을 열었다.

까만 바탕에 흰색 문자의 도스 모드에서 멀티환경의 윈도우 3.1 운영체제가 도입됐고, 단순히 프로그램 작업으로 사용하던 컴퓨터가 문서, 편집등 다양한 기능을 갖췄다.

국내에서는 이 시점에‘아래아 한글 1.0’이 발표되면서 문서 프로그램 시장의 새로운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당시 워드프로세서 시장은 MS 천국이었다. 다소 복잡한 문자 배열로 인해 국내 사용자들에게는 어려움이 많았지만, 딱히 쓸만한 프로그램이 없다는 점에서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이용할 수 밖에 없었다.

기자도 당시 첫 컴퓨터인 '삼성 워크스테이션'을 구입, 삼성 컴퓨터에 내장된 '훈민정음'을 사용했다. 훈민정음도 나름데로 괜찮은 소프트웨어 였지만, MS의 벽을 실감한 채 몇 년을 버티지 못하고 시장에서 사라졌다.

그러나 아래아 한글 1.0은 컴퓨터로 문서작업을 많이 하는 작업자들에게 최적의 문자 조합을 제공하고, 손쉬운 인터페이스를 내세워 출시 후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보았다.

특히 국내 순수 기술로 개발 됐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사용자들에게 높은 자긍심과 자존심을 세우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세계 각국에서 50%이상 점유율을 보이는 MS의 아성에 당차게 도전하며 현재도 20%대의 점유율을 고수하는 국내 몇 안되는 토종 소프트웨어 기업인 것이다.

문서 시장 점유율을 비교한다면 한컴과 MS는 ‘다윗과 골리앗’에 비할 수 있다. 하지만 워드프로세서 하나만 놓고 보면 상황은 달라진다.

이미 공공기관과 학교, 기업에서 ‘아래아 한글’을 쓰지 않은 곳이 없고, 매년 새로운 버전이 나올 때 마다 관심과 지적의 대상이 돼 왔다.

이런 토종 소프트웨어인 한컴 오피스도 어느새 20살이 훌쩍 넘어버렸다. 올해 만 20세가 되면서 이달에는 야심차게 오피스 2010을 선보였다.

시장에서는 기대반 우려반의 목소리가 상존하고 있다. MS가 워드프로세서 시장까지 잠식하기 위해 대대적인 업그레이드 버전을 내놓은 상황에서 한컴이 이를 어떻게 무너트릴 수 있을 것이냐는데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20년 전 획기적인 아이디어로 국내 문서 시장에 신선한 바람을 몰고 온 한컴이 성인이 돼서 글로벌로 뻗어 나갈 수 있는 기로에 선 것이다.

일부에서는 MS가 그동안 국내 워드시장에서 지적돼 온 문제점을 해결하면서 사용자이 빠르게 적응한다며 한컴으로서는 단순한 업그레이드만으로는 MS에 밀릴 것이라는 냉정한 판단을 내리고 있다.

국내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도 해외 본사와 호환하기 위해서는 한컴보다 MS 문서를 선호한다. 이 때문에 최근 글로벌 진출을 꾀하는 일부 중소기업은 문서 환경을 아예 MS로 교체하고 있다.

이같은 일련의 상황을 한컴이 워드프로세서로 타파하기에는 역부족인게 현실이다. 그러나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국내 사용자들은 한컴 오피스에 대한 자부심이 더 높기 때문이다.

이는 국내 토종 소프트웨어 기업으로서 지켜온 자존심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한글과컴퓨터의 향후 행보가 기대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한컴은 새 제품이 출시될 때마다 경쟁사와 비교 대상이 됐다. 앞으로는 한 특정 기업과 비교하기 보다는 이들이 출시한 제품이 ‘메이드 인 코리아’라는 자긍심을 갖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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