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없는' 하이닉스 매각 또 불발

입력 2010-02-12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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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의향서 제출 기업 없어 …15% 제외한 지분 블록세일 할 듯

하이닉스반도체 매각이 불발로 끝났다. 12일 하이닉스 주주협의회 주관은행인 외환은행은 12일 오후 3시까지 하이닉스 M&A 관련 인수의향서를 추가 접수한 결과,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기업이 없다고 밝혔다.

지난달 29일에도 인수의향서를 낸 기업이 없어 2주간 연기된데 이어 이날도 하이닉스를 인수하려는 기업이 나타나지 않으면서 하이닉스 매각은 앞으로 상당한 시간이 필요해질 전망이다.

하이닉스 채권단은 이날 인수 희망자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채권단 지분 28.07% 중 15%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시장에 쪼개서 파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15%의 지분은 적대적 M&A로 부터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한 최소한의 지분이다.

즉, 경영권은 채권단이 그대로 갖고 있는 대신 나머지 지분은 시장에 내다 판다는 것으로 일종의 재무적 투자자를 모집하겠다는 복안이다.

주주단은 작년 11월 효성의 인수의향서 철회 이후 곧바로 공개경쟁입찰 방식으로 M&A를 실시하고 지난달 29일까지 인수의향서 접수를 마감했으나, 연초 경영계획 수립 등으로 충분한 검토시간을 갖지 못한 기업들이 다수 있다고 보고 12일까지 2주 연장했었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최대한 빠른 시일내에 자문사단 및 주주협의회와 협의를 거쳐 지분 일부 매각 등 모든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며 "매각공고문에 밝혔듯이 향후에도 하이닉스에 관심 있는 기업 앞 인수의향서 접수는 언제든지 상호 협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매각 자문사 관계자에 따르면 "하이닉스 인수에 관심 있는 잠재 매수자들은 막대한 인수자금 등의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으로 구주 인수 분량보다 신주 인수 분량 비율을 더 높이는 인수구조를 선호하고 있다"며 "주주단 지분 일부를 매각하고 경영권 유지가 가능한 최소 지분으로 국내 전략적 투자자를 찾는 것이 최적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시장 일부에서는 경영권 유지 및 적대적 M&A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주주단이 일부 지분을 매각한 후에도 잔여지분(15% 이상)이 국내 대표적인 지배대주주가 없는 기업인 포스코, KT 보다 많고, 국내 주요 계열기업들의 지배구조 형태를 보더라도 충분히 경영권 유지가 가능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채권단내 은행들의 생각이 차이가 있겠지만 (하이닉스의) 채권을 계속 가져간다는 것은 은행들이 대손충당금을 계속 가져간다는 것과 같은 의미로 은행의 재무건전성을 위해 일부라도 시장에 팔기는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이닉스의 매각 불발은 인수주체를 국내기업에 한정해 찾은 탓이기도 하다. 현재 얼어붙은 국내 M&A시장을 감안하면 국내 기업 중에 하이닉스를 인수할 능력이 있는 기업은 LG, GS 등 두세 곳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들 기업은 인수가능성을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하이닉스는 세계 D램 시장에서 21.6%(2009년 4분기 기준)의 점유율은 가진 세계 2위의 기업이다. D램의 경우 30나노 공정기술로 양산을 하고 있고, 낸드플래시도 20나노급 공정기술을 개발해 빠르면 올 하반기부터 양산에 들어가는 등 기술력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다.

더군다나 최근 반도체 시황의 호조로 지난해 영업흑자로 전환한데 이어 올해는 흑자폭이 커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마디로 괜찮은 매물이다.

다만 메모리 반도체시장의 특성상 호황기에는 큰돈을 벌지만 시장침체기에는 적자가 지속되는 등 굴곡이 심한데다, 대규모 장치산업이기 때문에 연간 조 단위의 투자가 지속돼야 한다. 이 때문에 웬만한 국내 대기업이 선뜻 나서지 못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하이닉스를 외국기업에 팔수는 없다는 것이 정부뿐만 국민들 사이에서도 공감을 얻고 있다. 정부는 하이닉스를 국내 기업에 매각해야 한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다. 과거 쌍용차의 경우에서 본 것처럼 외국기업에 매각될 경우 경영권을 확보한 기업이 반도체 핵심기술을 빼가져 간 후 하이닉스는 껍데기만 남게 되는 사례가 반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인수 능력이 있는 국내 기업은 의지가 없는 상황에서, 하이닉스 매각은 M&A시장이 풀릴 때까지 상당시간을 기다려야 할 가능성이 커졌다.

증권사 한 연구원은 "현재는 메모리 시장이 좋고, 앞으로 2년여는 대규모 설비 투자가 필요하지 않은 만큼 하이닉스 입장에서도 매각 자체가 그리 급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장치산업의 특성상 기업의 주인이 필요한 것만큼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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